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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 Feb 26. 2022

그녀의 얼굴

궁금한 사람

아침 세수를 하며 거울 속 내 얼굴을 찬찬히 살펴본다.

안보이던 주름 하나 더 발견한 날은 언짢고, 어쩌다 좀 맑아 보이는 안색에는 신명 난다.

나이 들어가는 게 실감 나는 내 얼굴을 보며 아직도 궁금한 한 사람이 있다.

기억할 수 있는 바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


그녀는 어떻게 생겼을까

주위를 둘러보면 나이가 들어갈수록 자식이 그 부모의 생김과 판 박은 듯 더 닮아가는 경우가 있다.

친구들만 보더라도 젊고 푸릇푸릇할 때는 못 느꼈었는데, 나이 들수록 어떻게 그렇게 그 어머니와 비슷한 모습으로 늙어가는지 신기할 정도다.

그렇다면 나도 지금 그녀와 무척 닮은 모습으로 늙어가고 있는 것이겠지.


본 적 없는 그녀는 이런 얼굴을 하고 있겠구나.

긴 얼굴형에 이마는 좁은 편, 긴 눈, 콧등에 굴곡이 좀 져 있기는 하지만 높은 편인 콧대, 그러나 퍼진 콧방울 때문에 두리뭉실한 복코, 윤곽선이 뚜렷하지 않은 윗입술, 부풀어 오른 듯 두툼한 아랫입술, 얇은 귓불.

아버지를 닮은 몇 부분을 가려낸다고 해도 전혀 다르지야 않겠지




아이들이 다 커서 엄마라는 내 역할에 여유가 생기니 묻어두었던 궁금증이 다시 피어나지만

물어볼 수 있는 유일한 상대인 아버지도 돌아가셨기에 이제 이 궁금증은 풀 수 없는 것이 되고 말았다.

궁금할 땐 물을 용기가 없었고, 묻고 싶었을 땐 아버지에게 시간이 없었다.


이제는 풀 수 없는 궁금증을 마냥 억울해하며 살 수는 없는 법.

그래서 나는 늙어가는 내 얼굴에서 그녀를 만나기로 한다.

나를 그녀라고 생각하려고 한다.

내 얼굴에는 그녀도 분명히 있을 테니까.

나는 거울 속에서 매일 엄마와 만나고 있다.


거울 속 그녀가 즐거운 하루를 맞으라고 이야기한다.

그 마음을 받아들이기로 하니 나이 들며 늙어갈 내 모습이 그리 못마땅하지는 않다.

그것은 내 모습이자 그녀의 모습이기도 할 테니 어떤 변화가 생길지 사뭇 기대되기도 한다.

그녀가 밝고 선한 얼굴이 되도록 너그러운 마음으로 살아가야겠다.




Ruba Abdulaziz 님의 사진, 출처: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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