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타키나발루 1년살기 2024/01

1월, 일상이 조금 더 또렷해진 달

by 석반장

1월의 코타키나발루는 유난히 조용했습니다.

연말의 분주함이 지나가고 나니, 비로소 일상이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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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바로 돌아가지는 않았습니다. 하루에 두세 시간 정도는 밖에서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들어가는 날들이 많았습니다. 특별한 계획이 없어도 괜찮았습니다. 아이는 그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고, 저도 그 리듬에 점점 익숙해졌습니다.


의외로 아이가 가장 좋아했던 놀이는 차에서 노는 시간이었습니다. 뒷좌석에 앉아 창밖을 보며 간식을 먹고, 장난감을 꺼내 놀다 보면 아이는 그걸 ‘차캠핑’이라고 불렀습니다. 잠깐 머무는 공간이었지만, 아이에게는 충분히 재미있는 놀이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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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괜찮은 날에는 해변으로 향했습니다. 돗자리를 깔고 간식을 먹으며 바다를 바라봤습니다. 파도 소리를 들으며 앉아 있는 그 시간이 아이에게도, 저에게도 하루의 마무리처럼 느껴졌습니다.


쇼핑몰에 가면 로봇청소기 매장 앞에서 발걸음이 멈췄습니다. 움직이는 로봇을 한참 바라보다가 이름을 붙여주고, 어디로 갈지 상상하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저 구경이었지만 아이에게는 하나의 놀이가 되었습니다.


돌아보면 대단한 장소도, 특별한 놀이도 아니었습니다. 다만 함께 시간을 보내고, 천천히 하루를 정리하는 과정이었습니다. 그 반복 속에서 아이와 저 모두 이곳의 일상에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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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초, 아이는 친구의 생일파티에 초대받았습니다.

인도계 말레이시아 친구의 생일이었고, 파티는 그 가족이 대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저택에서 열렸습니다. 집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작은 공간처럼 느껴질 만큼 넓고, 사람도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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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에는 아이들이 뛰어놀 공간이 있었고, 어른들이 자연스럽게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가 섞여 있었지만, 그 안에서 어색함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금세 친구가 되었고, 어른들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웃었습니다.


아이 생일도 아닌데, 아이는 그날 하루를 온전히 즐겼습니다. 케이크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선물을 구경하며 여기저기 뛰어다니던 모습이 아직도 떠오릅니다.

그날 파티는 누군가의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우리가 이곳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해준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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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가족과 함께 코타키나발루에 놀러 왔습니다.

이제는 동선을 설명하는 것도, 일정 흐름을 맞추는 것도 제법 익숙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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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이 마사지를 받는 동안 아이들은 쇼핑몰로 이동해서 포켓몬 게임을 했습니다. 한국에서 가져온 포켓몬 카드 덕분에 주변에 현지 어른들까지 모여드는 풍경이 재미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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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계약서에는 에어컨 청소를 6개월에 한 번씩 해야 한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기본 청소만 해도 되지만, 이왕 하는 김에 내부를 모두 분해해서 진행했습니다.


커버가 열리고 안쪽이 드러나자, 이 집에서 우리가 보내온 시간들이 문득 실감났습니다. 집을 관리한다는 건, 결국 이곳에서의 생활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마음의 표현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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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말에는 시외에 있는 넥서스 리조트를 다녀왔습니다.

도심에서는 거리가 조금 있었지만, 그만큼 조용했고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바다가 바로 앞에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해 질 무렵 아이들이 모래 위를 뛰어다니고, 멀찍이서 그 모습을 바라봤습니다.

멀리 가지 않아도 충분히 쉬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1월은 큰 사건 없이 흘러간 달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이와 보낸 시간, 사람들과의 만남, 집을 정리하고 바다를 바라본 순간들이 차곡차곡 쌓였습니다. 이렇게 흘러간 한 달이, 지금 돌아보면 꽤 단단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렇게 1월이 지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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