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여전히 여름인 도시에서
코타키나발루의 12월은 여전히 여름이었습니다.
한 해의 끝이라 해도 이곳에는 눈도, 찬바람도 없었습니다. 대신 쇼핑몰마다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지고, 산타 복장을 한 직원들이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1년 내내 더운 나라지만, 이런 이벤트에는 유난히 진심이었습니다.
아이도 그런 분위기에 금세 빠져들었습니다. 반짝이는 트리 앞에서 서성이다가, 산타에게 받은 사탕을 꼭 쥐고 환하게 웃던 모습이 지금도 선명합니다. 그 순간만큼은 우리 가족에게도 겨울이 찾아온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12월 중순, 아이 방학을 맞이해서 저희 가족은 잠시 코타키나발루를 떠나 쿠알라룸푸르로 향했습니다.
도시의 빌딩 숲과 높은 타워, 그리고 호텔 창가 너머로 보이던 하늘은 오랜만에 느끼는 대도시의 공기였습니다. 아이는 창가에 앉아 바깥을 바라보며 즐거워했습니다.
3일 뒤에는 베트남 호치민으로 이동했습니다.
거리마다 오토바이가 끊임없이 지나가고, 식당 앞의 작은 의자에는 현지인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습니다. 소음조차 활기차게 느껴졌습니다. 코타키나발루와 대비대는 복잡함에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베트남에서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고, 12월 30일에 코타키나발루로 다시 돌아왔어요.
한 해의 마지막 날을 특별하게 보내야 한다는 부담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익숙한 일상으로 조용히 돌아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은 평소 자주 가던 로컬 씨푸드 식당이었습니다.
그저 평범한 저녁이었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이곳에서의 한 해가 이렇게 마무리되는구나.’ 그런 생각이 조용히 스쳤습니다.
12월은 저희 가족에게 쉼표 같은 달이었습니다.
바쁜 한 해의 끝에서 여행으로 숨을 고르고, 익숙한 도시로 돌아와 마음을 정리했습니다.
눈이 내리지 않아도, 트리 옆의 웃음과 따뜻한 바람만으로도 충분히 따뜻한 연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