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학교 체육대회에서 느낀 따뜻함
11월은 유난히 북적였습니다. 아이의 외갓집 식구들부터 시작해 삼촌의 모임 가족들, 고모와 사촌동생, 그리고 엄마 친구들까지. 한 달 사이에 네 팀이나 다녀갔습니다. 매주 누군가를 맞이하는 듯한 일정이 이어졌고, 저희 집은 잠시 동안 작은 게스트하우스가 된 것 같았습니다.
처음 오신 분들에게는 코타키나발루의 바다와 시장을 소개했고, 여러 번 온 이들에게는 그동안 발견한 새로운 장소를 안내했습니다. 같은 도시라도 함께하는 이들에 따라 풍경은 달라 보였고, 여행의 의미도 달라졌습니다. 덕분에 우리 가족도 이곳을 다시 여행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고, 웃음을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했습니다. 코타키나발루에서의 생활이 단순한 ‘이국의 체류’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경험이 된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현지 음식이 입에 맞지 않을까 싶어 도시락을 직접 준비했습니다. 전날부터 제육볶음을 하고, 김밥을 말고, 과일까지 챙겨 열심히 꾸렸습니다. 바닷가에서 돗자리를 펴고 도시락을 열었을 때, 부모님이 “역시 이게 제일 맛있다” 하며 드시던 장면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달의 하이라이트는 아이 학교에서 열린 체육대회였습니다. 학생들만의 행사가 아니라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자리였기에 더 의미가 컸습니다.
특히 부모 참여 달리기에서 작은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엄가 의욕적으로 나섰지만, 경기 방식이 아빠들과 한 조가 되어 함께 뛰는 방식이어서 본인의 속도를 내지 못했습니다. 경기가 끝난 뒤 “혼자 뛰었으면 1등 했을 텐데~” 하며 웃던 모습이 오래 남았습니다. 아이 앞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마음, 그리고 가족 모두가 운동장에서 함께 웃고 뛴 기억은 소중한 추억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참가상 메달을 목에 걸고 환하게 웃던 아이의 모습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습니다.
11월은 손님이 많아 정신없었지만, 그만큼 따뜻했습니다. 반가운 얼굴들과의 만남, 그리고 학교 운동장에서의 추억까지. 이곳에서의 시간이 단순히 흘러가는 나날이 아니라, 우리 가족의 이야기를 채워가는 과정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