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 공사 편
이제는 여러 사용자분들이 익숙해지셨을 뱅크샐러드의 홈 화면,
그렇지만 2년 전의 뱅크샐러드에는 놀랍게도 ‘홈’이 없었다.
지금으로부터 2년 전인 2022년 초, 홈 탭이 필요하다는 회사 내 논의와 초기 구상이 마치고 구체적인 기획 단계에 접어설 때였다. 당시 나는 마이데이터와 온보딩 경험 설계를 담당하고 있었다. 먼저 뱅크샐러드의 홈을 구상하시던 디자이너 분과 ‘앱을 처음 실행했을 때 보이는 화면이라면, 서비스의 온보딩 경험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와 같은 논의를 충분히 나눌 수 있었고, 홈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를 결심하게 됐다.
한참이 지난 지금에서야 다시 회고해 보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했던 것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뱅크샐러드 홈 프로젝트는 주도적으로 일한다는 것, 그리고 데이터 드리븐 디자인이란 무엇인지 제대로 경험할 수 있었던 프로젝트였다.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써 많은 성장을 할 수 있었고, 그러한 경험을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이 컸다. 이야기는 2021년 중순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뱅크샐러드 홈, 왜 생기게 되었을까?
아마도 홈이 만들어졌을 당시, 뱅크샐러드의 오랜 사용자 분들은 “굳이 홈 탭이 왜 생겼을까?” 하고 불만이었던 적도 있으셨을 것 같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사용자들이 연결할 수 있는 자산의 종류는 이전 스크래핑 방식으로 자산을 불러올 때 보다 훨씬 다양해졌고, 양도 많아졌다. 그에 따라 자산 탭의 스크롤은 점점 더 길어졌다. 또한, 모든 핀테크 서비스가 자산 조회가 가능해지면서, 단순히 자산 조회 만으로는 갈수록 차별점은 잃게 될 것이라는 내부 판단이 있었다.
마이데이터는 정부에서 개인이 보유한 모든 금융 자산을 조회할 수 있도록 하는 오픈 API 서비스다. 정부에서 심사 과정을 통해 자격을 인증받은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에 한해, 이 API를 통해 사용자들이 편리한 금융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뱅크샐러드는 마이데이터 선도 기업으로서,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결하고자 이러한 정책들이 논의되고 확립되는 과정에서 많은 기여를 했다.
기존에 “내 모든 자산을 한 곳(앱, 또는 화면)에 모아서 볼 수 있어요” 란 면에서 뱅크샐러드 자산 조회에 대한 사용자의 평가가 나쁘진 않았다. 하지만 서비스는 고도화되고 기능은 많이 나오는데도, 사용자 분들은 매일 쓰던 기능만 썼다. 이미 있는 기능인데도 “이런 기능 좀 만들어 주세요”라는 VoC가 자주 접수됐다. 우리가 공들여 만드는 서비스를 사용자 분들에게 알려드릴 필요가 있었고, 이것은 기존의 자산탭 구조에서는 쉽지 않아 보였다.
아마도 앱 서비스를 운영하는 회사라면 모두 공감하겠지만, 유료 또는 구독형 앱이 아닌 이상 공급자 입장에서도 비즈니스 영역은 반드시 필요하다. 서비스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데엔 수많은 비용이 들고,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서비스는 투자받기도 어렵다. 하지만 홈탭이 생겨나기 이전, 뱅크샐러드의 첫 화면에는 기본적인 광고나 홍보 창구가 들어갈 만한 공간이 없었다.
숏츠와 릴스의 시대이니만큼 결론부터 알려드리겠다. 지표가 상세히 몇 % 나 올랐는지는 대외비라 밝힐 수 없지만, 효과는 아래와 같다.
홈을 기획할 때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하면 사용자들이 매일 들어와서 홈에서 무엇을 유용하게 볼 수 있을까?”였다. 그래서 넣은 장치는 ‘변동 금액’이었다. 지금이야 변동 금액을 홈에서 보여주는 서비스가 많아졌지만, 당시에는 비슷한 여러 서비스들 중에 홈에서 직관적으로 자산의 변동 금액을 보여주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뱅크샐러드에 방문할 때마다 홈에서 내 계좌, 주식 상품, 카드나 대출 등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자산 흐름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필요한 섹션마다 눈에 잘 띄게 우측에 변동 금액란을 만들어 넣었다.
작년 중순 홈에 대한 사용성 조사를 위해 서베이를 발송했을 때, 사용자분들은 다행히도 이러한 의도를 잘 이해해 주셨다.
“변동 금액 보러 와요”
“변동 금액이 보여서 빠르게 알 수 있어요”
(홈 어디에서도 ’ 변동 금액’이란 명칭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는데도, 사용자 분들이 자연스럽게 같은 이름으로 불러주셔서 신기했다.)
뱅크샐러드를 최근에 설치하고 사용 중이신 사용자 분들 대상으로 인터뷰를 했을 때, 홈을 통해 뱅크샐러드의 여러 기능들을 잘 이용 중이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앱테크를 하기 위해 퀵메뉴를 매일 누른다는 분도 계셨다. 그리고 매일 오전 10시에 선착순으로 받을 수 있는 무료 유전자 검사도 홈을 통해 신청하고(그리고 오후 1시의 무료 미생물 검사도), 매일 사용 중인 계좌는 홈에서 바로 눌러서 보는 게 더 편하다는 분들도 계셨다. 그리고 다양한 금융 상품을 찾는 과정도 홈의 ‘인기 금융 상품’이 시작점이 되었다.
홈이 생기자 다양하게 운영 가능한 매출 영역이 생겨났다. 배너를 통해 제휴 광고 등으로 매출 수익을 낼 수 있게 되었고 다양한 상품 홍보가 가능해졌다. 그리고 ‘인기 금융 상품’이라는 섹션을 통해 여러 금융 상품들을 진열할 수 있게 됐다. 기존에는 네 번째 탭인 ‘금융 쇼핑’ 탭을 눌러 상품을 찾아야만 했지만, 홈에서는 지금 사용자가 가장 많이 조회하는 상품 또는 혜택이 좋은 상품 등을 골라 카테고리 별로 노출할 수 있다. 사용자들의 상품 구매 전환 비율은 현재 홈에서 가장 유입이 많다.
어떤 서비스이든 간에, 앱을 켜자마자 나오는 첫 화면의 디자인을 변경한다는 건 꽤 많은 마음의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기존의 익숙함을 깨고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였을 때 긍정적인 반응을 한 번에 얻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홈을 기획하는 단계에서 가장 염두에 두고 있던 점이었다.
그리고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인터뷰에서 수없이 뺀찌 먹기
홈을 기획하고, 디자인해 나가는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 대상은 크게 ‘기존 사용자’와 ‘신규 사용자’를 구분하였고, 그중에서도 방문 주기와 가입일을 기준으로 세분화하여 인터뷰이를 모집했다.
기존 사용자분들의 경우, 익숙한 경험이 바뀌는 것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처음에는 반응이 정말 좋지 않았다. 그런 분들께는 어떻게든 “이러면 써볼 것 같긴 해요” 정도라도 답변을 듣는 것을 목표로 계속해서 디자인을 고치고, 또 고쳤다.
희망적인 건 신규 사용자분들의 반응이었다. “그냥 쭉 보면 뭘 해야 할지 사실 모르겠어요. 그래도 이렇게 뭘 봐야 할지 집어서 알려주면 좀 더 쉽게 잘 사용할 것 같아요.”
뱅크샐러드는 한 번 사용하면 오랫동안 앱을 사용하는 사용자 비율이 높은 편이었기에, 신규 사용자분들이 서비스를 쉽게 학습하고 다시 방문할 마음이 생긴다면 아주 희망적인 결과라고 생각했다.
직접 찾아가는 C레벨의 설득 (뱅샐은 이런 회사다)
사실 뱅크샐러드는 2년 전에도 홈 개편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결과가 기대했던 것보다 좋지 않아 롤백(rollback: 이전 버전으로 되돌림)을 감수해야만 했다. 그렇다 보니 홈을 다시 만든다는 것에 대해 구성원들의 반응은 회의적이거나 불신이 큰 상태였다.
그래서 각 팀의 리더들이나 PM들에게 CDO・CTO분들이 직접 찾아가 일대일 면담(1on)을 진행했다. 어떤 점이 우려가 되는지, 만약 기대한다면 어떤 점이 있는지 등등 자세한 대화를 나누고 설득의 과정을 거친 다음, “OO팀에선 이러이러한 우려점과 기대가 있었다”며 전달해 주셨다. 그렇게 해서 홈 프로젝트의 이니셔티브를 하나씩 수립해 나갔다.
조금 다른 얘기지만, 지금 시점에 그때의 홈을 오픈해 본다면 꽤 흥미로울 것 같다. 마이데이터와 잘 맞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었고, 그 당시엔 마이데이터를 막 논의하기 시작했던 시점이라 너무 앞서가 있었던 것이 문제였다면 문제였을 것이다.
모든 PM들과의 홈 청문회
홈 기획이 중반즈음 도달했을 때, 회사 내 모든 PM 분들을 초대해 Q&A를 받는 미팅을 잡았다. 모두의 질의응답과 의견을 정리한 문서를 보면 10장은 족히 넘는다. 열댓 명이 넘는 인원이 모두 모여 끊임없는 질문과 의견을 쏟아내고 미팅 시간도 매우 길었다. 힘들었지만, 힘들지 않았다. 진심으로 제품이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과 존중 속에 오가는 의견들은 다 피가 되고 살이 됐다.
덧붙여, 뱅크샐러드는 이렇게 훌륭한 구성원들의 논의를 통해 합리적인 답을 찾아나가는 좋은 문화가 있는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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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초기 기획 과정에선 프로덕트 디자이너 2명, CDO, CTO, 테크리드 총 5명이서 매일매일 머리를 맞댔다.
홈 화면을 어떻게 구성하면 좋을지, 어떠한 가치를 사용자들에게 전달하면 좋을지 고민했고, 하루가 지날 때마다 점점 홈은 발전해 나갔다.
정말 여러 가지 안을 그려가며 고민했지만, 답은 뱅크샐러드의 CUJ에 있었다. CUJ란, Critical User Journey의 줄임말로, 사용자가 가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거치는 여정을 뜻한다. 기존 사용자의 경험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신규 사용자들이 뱅크샐러드를 빠르게 파악하고 안착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즉 사용자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너무 당연한 얘기일 수도 있겠지만, 철저한 사용자 중심의 사고 아래 실행된 전략이었다.
이 과정에서 사용성 테스트와 인터뷰 과정은 당연히 빠질 수 없었다. 뱅크샐러드의 첫 화면이 바뀌게 됨으로써 기존 사용자들이 불편함이 크진 않을지, 새로운 사용자들이 뱅크샐러드에 방문했을 때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여러 이야기를 들었다. 따라서 뱅크샐러드를 매일 사용하고 있는 ‘헤비유저’, 한 달에 1번 사용 중인 사용자, 가입한 지 3개월 이내의 ‘신규 사용자’ 등 다양한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여러 차례의 리서치를 진행했다. 빠르게 가설을 확인해 보고 싶을 땐 사내 구성원 분들과 지인 섭외를 통해서 틈틈이 빠짐없이 피드백을 받았다.
홈 화면을 기획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아래와 같다.
또한, 뱅크샐러드의 컨셉을 나타내고 일관된 디자인을 담아낼 수 있도록 컬러톤부터 아이콘까지 BX팀과 밀접하게 협업하며 화면을 디자인해 나갔다.
홈 탭을 추가한다는 것은 단순히 탭 하나가 추가된다는 것이 아니었다. 사용자의 상태에 따라 다른 케이스와 화면으로 이동이 필요한 경로가 필요했고, 무엇 보다 매일 변화하는 정보들을 사용자들이 잘 확인할 수 있어야 했기 때문에 준비해야 될 것들이 많았다. 그래서 우리 팀에서는 한꺼번에 모든 기능을 만들어 내고, QA를 하기보다는 단계적으로 작업을 해나가면서 QA와 실험을 하기로 했는데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