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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뱅크샐러드 Dec 16. 2016

연봉 3300, 한달 지출 150
적당한가? 과한가?

`닻 내리기 효과`와 소비·저축심리의 상관관계

사람들이 어떤 값을 추정할 때 초기 값에 근거해서 판단하는 것을 심리학에서는 ‘닻 내리기 효과(Anchoring effect)"라고 합니다. 한 번 배가 바다에 닻을 내리면 파도가 쳐도 닻을 내린 곳에 배가 머물러 있듯이, 처음 입력된 정보가 정신적 닻으로 작용해 전체적인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인데요. 머릿속에 어떤 대상에 대한 "기본값"이 한 번 설정되면, 여간해서는 바뀌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 닻 내리기 효과와 소비심리 ]


이러한 닻 내리기 효과는 소비 지출 심리에도 작용한다. 예를 들어, A와 B가 똑 같이 250만 원의 월급을 받는데, 매달 100만원을 지출하는 A와 150만원을 지출하는 B의 소비 지출에 작용하는 정신적 닻의 위치는 다릅니다.  

평소 100만 원을 쓰던 A가 150만원을 쓰게 되면 많이 썼다고 생해서 그다음 달에는 지출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겠지만, 평소 150만원을 쓰던 B는 100만원을 쓰더라도 적게 쓴 것처럼 느껴져 지출을 줄이려는 노력을 덜 하거나, 아예 하지 않기도 합니다.

몇 해 전에 잘못된 소비지출 습관을 바꾸고 싶어 자산관리 상담사를 방문한 수아씨는 서울 중심가에서 대기업에 다니지만, 집은 경기도 외곽에 거주하고 있는 신입사원이었습니다. 회식이나 친구와 만나서 논 후에는 집에 가는 교통편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죠. 12시 이전에 광역버스를 타면 버스비로 3,000원만 내면 되지만 12시가 넘으면 차편이 끊겨 택시를 타야하는데 택시비 4만원이 훌쩍 넘기 일쑤였습니다. 여태까지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좋아서 한 달에 열 번 정도는 택시를 타 왔습니다. 하지만 매달 나가는 택시비가 만만치 않으니, 이런 습관이 계속되면 돈을 못 모으겠다는 생각이 들어 도움을 청했습니다.



수아씨는 입사해서 1년 가까이 무분별한 택시비 지출에 젖어 있었기 때문에 "교통비에 대한 정신적 닻"이 이미 굳게 내려져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상태에서 교통비 지출 습관을 바꾸기 위해서는 큰 결심이 필요하며, 생활습관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한 달에 열 번 가까이 타던 택시를 아예 안 타면 좋겠지만, 12시가 지나면 딱히 다른 교통수단이 없기 때문에 택시를 아예 안 탄다는 목표는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렵습니다. 대신 택시를 타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불가피할 경우 월 2~3회 정도만 이용하겠다는 실현 가능한 예외상황을 정해 놓는 게 좋습니다. 다른 지출 항목도 마찬가지입니다. 커피든 공과금이든 각각의 항목들에 대한 정신적 닻이 내려져 있을 것입니다. 지금 당장 세세한 지출 내역을 파악해 문제점을 찾아내 본격적으로 소비 지출 습관을 변화시키지 않으면 현 상태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이렇듯 처음에 내려진 정신적 닻의 위치는 소비 습관에 있어서 심리적으로 크게 작용됩니다.








[ 닻 내리기 효과와 저축심리 ]


저축심리도 소비 지출 심리와 같은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A와 B가 똑같이 250만원의 월급을 받는데, A는 매달 150만원을 저축하고 B는 100만원만 저축한다면 소비지출과 마찬가지로 저축에 대한 A와 B의 정신적 닻의 위치가 크게 다릅니다. 



처음부터 150만원을 저축한 A가 갑자기 저축액이 100만원으로 줄어들면 저축이 많이 줄었다고 생각하고 긴장하는 데 반해, 100만원을 저축하던 B는 A와 같은 수준인 150만원으로 저축액을 늘리게 되면 상당히 만족해할 것입니다. 따라서 B는 저축을 더 늘릴 수 있는 여력이 생겨도 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정신적 닻은 수입이 늘어날 때도 똑같이 작용됩니다. 수입이 늘면 그에 비례해서 저축을 늘릴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은 늘어난 만큼의 돈을 쓸 일부터 궁리합니다. 








월급을 처음 받았거나 지금 당장 소비 지출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강제적으로라도 재무 시스템을 만들어 지출의 눈높이는 낮추고 저축의 눈높이는 높여봅시다. 소비 지출 액수와 저축 액수는 상호 반비례 관계이므로 , 소비 지출을 늘리면 저축이 줄고 강제적으로라도 소비 지출을 줄이면 자동적으로 저축은 늘게 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자신의 정신적 닻을 이동시켜 소비와 저축 상황을 개선시켜나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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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이천 

희망재무설계의 대표이자 '내통장 사용설명서'의 저자로 많은 분들의 재무적인 희망과 꿈을 이루는 것을 돕고 있다. '결혼과 동시에 부자되는 커플리치', '내 인생을 바꾼 두번째 수업 재테크'에 이어 '왜 내 월급은 통장을 스쳐가는 걸까?'를 출간했으며 '희망디자이너'라는 별명으로 많은 사람들의 '희망'을 만들고 키우고 불리기 위해 다양한 활동과 노력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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