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칼렛 Mar 17. 2023

하얀 목련이 피어나면

동생은 늘 이맘때면 이혼을 하고 싶다고 전화를 한다.

중소기업의 사장급 부장인 그녀는 3월 결산을 마치곤  며칠씩 앓아눕는다.

그 앓아누운 기간에 제부의 무심함에 치를 떨며 이혼을 하고 싶다고 한다.

그녀의 전화를 받을 때마다 나는 늘 산책을 했고

산책하다가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보면 이렇게 환한 목련이 피어나곤 했다.

오늘도 그랬다. 마치 데자뷔처럼...


그래서 나는  목련의 필 때마다 동생이 봄을 앓는다고 생각한다. 또 목련이 질 때쯤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씩씩하게 잘 지낸다.

하지만 그녀의 외로움은 해가 갈수록 더 해 지리라는 것을 안다.

사람 무심한 것처럼 외로운 것은 없을 테니...

-언니는 안 외로운가?

-나의 외로움과 네 외로움은 좀 달라.

  나의 외로움이 막연한 쓸쓸함이라면

  너의 외로움은 일종의 분노지. 화!


나는 동생에게 자기 스스로 돌보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해주었다.

헌신하면 헌신짝 된다고.

내 그릇이 넘쳐나서 주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내 그릇도 차지 않은 채 퍼주다가는 감정이 거덜 나고 만다.

가족도 좋지만 자기 자신을 먼저 보살피라고...


동생은 남들 자매는 여행도 잘하더라며 올봄 우리 자매도 여행을 해보자 했다.

나도 선뜻 그러자고 했다.

동생은 석촌호수 뷰의 롯데호텔을 예약했다.

잠만 자고 오기 아쉬우니  뮤지컬을 한편 보자 했다.

마침 맘마미아가 2시 공연이다.

서울역에서 두시에 만나 공연을 보고 저녁을 먹고 호텔로 들어가기로 했다.


그간 사느라 바빠서 자매지정을 외면하곤 했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동생은 뭐든 나에게 많이 베풀었지만 동생의 선의마저  받을 여유마저 없었다.

내게는 시간도 돈이었기에.

자식 교육의 책임을 다하고 경제적 자유를 얻은 기념으로 뮤지컬 티켓은 내가 구매하기로 했다.

오랜만에 언니노릇을 하게 될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어린이집 오리엔테이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