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을 키우다 보면 예기치 못한 일을 겪기도 한다.
작년에 큰딸이 겪은 일이 그러했다.
여러분들의 도움으로
억울함에서는 벗어났지만
온 힘을 다 써내느라
머리카락은 물론 눈썹까지 다 빠져버렸다.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일이었던 것 같다.
그럴 때마다 내가 선택한 방법은 꽃을 심는 일이었다.
큰애도 내가 힘들 때 꽃을 선물하곤 했다.
지난가을 작약 구근과 튤립 구근을 사다가 아파트 공터에 심었다.
사람들이 버린 담배꽁초를 주워내고 언 땅을 고른 후 정성껏 꽃을 심었다.
꽃이 심긴 줄 모르고 사람들은 여전히 구근을 밟고 담배를 피웠지만 저지할 수 없었다.
내 땅이 아니기에.
나는 수시로 담배꽁초를 주워내고
풀을 뽑아냈다.
그리고 예쁜 돌로 화단을 장식했다.
해바라기 씨앗에서 떡잎이 나왔고
백일홍도 새싹을 틔우고 있었다.
아파트 사람들도 은연중에 내가 그 화단을 가꾸고 있는 줄
아는지 점차 담배꽁초가 사라졌다.
튤립 잎은 짓밟힌째 꽃대를 밀어 올리고 있었다.
어젯밤 주차하다가 막 피어난 튤립을 발견했다.
드디어 꽃이 피어났구나.
가해자들에 보내는 미움의 감정마저 아까웠던 지난가을.
온 힘을 다해 딸을 위해 정성을 다하고 온 마음을 다하자 했던 곧은 마음이 드디어 꽃으로 피었다.
깊은 어둠 속에도 꽃이 피어나듯
저 어둠들이 사라지고 딸의 인생도 꽃처럼 피어나면 좋겠다.
곧이어 작약도 피어날 테고
작약이 필 때는
그 아이의 세상이 더 밝아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