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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칼렛 Mar 25. 2023

밤에 핀 튤립

자식을 키우다 보면 예기치 못한 일을 겪기도 한다.

작년에 큰딸이 겪은 일이 그러했다.

여러분들의 도움으로

억울함에서는 벗어났지만

온 힘을 다 써내느라

머리카락은 물론 눈썹까지 다 빠져버렸다.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일이었던 것 같다.


그럴 때마다 내가 선택한 방법은 꽃을 심는 일이었다.

큰애도 내가 힘들 때 꽃을 선물하곤 했다.


지난가을 작약 구근과 튤립 구근을 사다가 아파트 공터에 심었다.

사람들이 버린 담배꽁초를 주워내고  언 땅을 고른 후 정성껏 꽃을 심었다.

꽃이 심긴 줄 모르고 사람들은 여전히 구근을 밟고 담배를 피웠지만 저지할 수 없었다.

내 땅이 아니기에.

나는 수시로 담배꽁초를 주워내고

풀을 뽑아냈다.

그리고 예쁜 돌로 화단을 장식했다.

해바라기 씨앗에서 떡잎이 나왔고

백일홍도 새싹을 틔우고 있었다.

아파트 사람들도 은연중에 내가 그 화단을 가꾸고 있는 줄

아는지 점차 담배꽁초가 사라졌다.

튤립  잎은 짓밟힌째 꽃대를 밀어 올리고 있었다.


어젯밤 주차하다가 막 피어난 튤립을 발견했다.


드디어 꽃이 피어났구나.

가해자들에  보내는 미움의 감정마저 아까웠던 지난가을.

온 힘을 다해 딸을 위해 정성을 다하고 온 마음을 다하자 했던 곧은 마음이 드디어 꽃으로 피었다.


깊은 어둠 속에도 꽃이 피어나듯

저 어둠들이 사라지고 딸의 인생도 꽃처럼 피어나면 좋겠다.


곧이어 작약도 피어날 테고

작약이 필 때는

그 아이의 세상이 더 밝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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