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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칼렛 Oct 24. 2021

해상상인의 딸 강심

여돗할망 이야기

“어머나! 누구세요?”

“나는 산 넘어 조천리에 사는 고동지라 합니다. 처자는 어디 사는 누구신지요?”

“저는 대정에 사는 강심이라 합니다.”

“어찌하여 여인네 혼자 이 깊은 산 속까지 오시었소?”

“저는 해상상인의 딸로 말을 타고 이곳에 와서 고사리를 꺾고 있었습니다.”

“여인의 몸으로 어찌 말을 탈 수가 있단 말이오?”

“대정은 송나라 때부터 중국으로 향하는 무역선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제 아비는 해상무역으로 큰돈을 벌었습니다.”

“대단히 귀한 댁의 따님이시군요. 저는 말을 키우는 말테우리랍니다. 안개 속에서 산속으로 달아난 말을 찾아 예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봄날, 산속 짙은 안개는 바람이 불면 순식간에 사라지기도 합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여기 앉아 잠시 기다리시지요.”

 고동지는 여인의 말을 따라 피리를 한 소절 불며 안개가 걷히기를 기다렸어요. 피리 소리가 안개 속에서 길게 퍼졌어요. 여인은 고사리를 꺾던 손을 멈추고 고동지를 바라보았어요. 짙은 안개가 삽시간에 바람에 날리더니 어디선가 희미하게 말방울 소리가 들려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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