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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칼렛 Oct 24. 2021

곤밥을 나눠주는 강심

여돗할망 이야기


고동지와 강심이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에 동네 사람들이 모여들었어요. 아낙네들은 허벅을 지어서 물을 길어왔고 남정네들은 돼지를 잡아 잔치를 벌였어요. 돼지 뼈를 푹 고운 물에 모자반을 삶아 몸국을 끓여내고 한쪽에서는 솥뚜껑을 뒤집어 빙 떡을 지져냈어요.

“신부는 언제나 도착하려나.”

“한라산을 넘어와야 하니 며칠이 걸리겠지요.”

“웬걸요. 색시가 말을 타고 시집을 온다고 하던걸요.”

“그래요? 말을 타고 시집오는 색시는 처음 보오.”

“그러게 말이에요. 나는 옆 동네서 가마를 타고 시집을 왔어요.”

“나는 바로 뒷집에서 앞집으로 시집을 와서 가마는커녕 지게도 타지 못했어요.”

말을 타고 시집온 신부를 구경하려고 동네 사람들은 물론 이웃 마을 사람들까지 고동지의 집으로 모여들었어요.

강심은 쌀 한 말이 든 궤짝을 말에 매달고 왔어요. 신부상에는 빙떡 세 개, 잘 달여진 몸국 한 그릇, 삶은 달걀 세 알이 올라왔어요. 새색시 강심은 손을 걷어붙이고 궤짝에서 쌀을 꺼내 검은 가마솥에 밥을 지었어요. 동네 사람들은 처음 맡아보는 구수한 밥 냄새에 정신이 혼미해졌어요. 가마솥에서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흰 쌀밥을 퍼내자 사람들은 일제히 탄성을 질렀어요.

“어머나! 세상에 말로만 듣던 쌀밥이에요!”

“참말로 곱다 고와. 어찌 이리 고운 밥이 있단 말인고. 평생토록 이리 고운 밥은 보지도 못했소.”

강심은 가마솥에서 한 바가지 가득 밥을 퍼냈어요. 사람들은 쌀밥을 구경하려고 긴 줄을 늘어섰어요. 강심은 밥을 한 숟가락씩 떠서 나눠주었어요. 동네 사람들은 손에 받아든 고운 쌀밥을 한풀씩 떼어먹었어요.

“세상에 이렇게나 고운 밥을 먹게 된다니. 이렇게 맛있는 밥을 날마다 먹으면 얼마나 좋겠소.”

“이어도에나 가면 모를까 어찌 곤밥을 매일 먹을 수 있겠어요.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할 일이오.”

“맞아요. 맞아. 이렇게 살아생전에 곤밥 구경을 한 것도 고동지가 장가를 잘 간 덕분이지.”

“암. 그렇고말고.”

동네 사람들은 모두 기쁨에 들떠 덩실덩실 춤을 추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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