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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칼렛 Oct 24. 2021

말을 바치러 떠나는 고동지

여돗할망 이야기

고동지가 국마진상을 떠나는 날이 내일로 다가왔어요. 포구를 떠나면 열흘 가까이 망망대해를 항해해야 했기에 배에 실을 물건들도 많았어요. 마을 사람들은 해신제를 지내기 위해 돼지를 잡고 한라산 백록담에 올라갔어요. 말을 싣고 떠나는 고동지 일행을 위해 바다 날씨를 관장하는 해신에게 제를 지내기 위해서였어요. 

“어르신! 저기 남서쪽 바다는 왜 저렇게 하얗습니까?”

“저 멀리 백해 말인가?”

“네, 저 흰 바다 말이에요.”

“이어도라네. 바다 아래 암초가 있어서 풍랑과 너울이 항상 일어서 그렇다네. 암초에 부딪혀 높고 거센 파도가 백해를 이룬 셈이지.”

해신제를 지내고 내려오는 길에 고동지와 마을 사람들은 설문대할망 소원돌이 있는 곳으로 갔어요. 고동지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합장했어요. 소원 돌을 감싸 안고 들어 올릴 때는 설문대할망의 기운도 함께 올라오는 것 같았어요. 소원 돌을 제자리에 내려놓은 고동지는 다시 합장하고 간절한 소원을 빌었어요. 

“설문대할망님! 저는 조천에 사는 말테우리 고동지 입니다. 내일이면 원나라에 바칠 말을 싣고 중국으로 떠나야만 하는 처지입니다. 늙은 아버지와 배 속에 아기를 품은 색시를 두고 멀리 있는 길을 떠나려니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공녀로 끌려갈 마을의 처녀들을 구하려는 대의를 어찌 사사로운 정으로 거스르겠나이까. 설문대할망이시여! 부디 제가 파도가 높이 치는 이어도 바다를 무사히 지나 원나라에 말을 바치고 무사히 돌아오게 해주소서.”

마을 사람들도 한마음이 되어 간절한 기도를 올렸습니다.

고 동지가 다시 할망돌을 들어 올리자 마치 큰 힘이 끌어당기듯 소원 돌은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손뼉을 크게 치며 기뻐했습니다.

“되었네. 잘 되었어. 설문대할망이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신 게야. 이제 안심하고 길을 떠나도록 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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