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기는 무엇과 무엇 사이, 어떤 일에서 다른 일로 넘어가는 중간의 시간입니다.
공부하는 데 있어서 이 과도기가 꼭 필요하다고 느낀 계기가 있었습니다.
아들과 함께 있을 때는 시간표를 같이 만듭니다. 일단 그래야 서로 편하거든요.
처음에는 제가 하던 대로 했습니다. 12시~2시 독서, 2시~3시 게임, 3시~5시 공부, 5시~6시 휴대폰처럼요.
아들은 공부에서 게임으로 넘어가는 3시, 공부에서 휴대폰으로 넘어가는 5시는, 제가 말을 안 해도 시간을 너무 잘 지킵니다.
그런데 문제는 반대였습니다.
게임을 하다가 중지를 하게 되면 약간 머리에 버퍼링이 생깁니다. 머릿속 잔상이 남아 책상에 앉아도 집중이 잘 안되는 겁니다.
이해가 되긴 합니다. 재미있는 넷플릭스 영화 끄자마자 재택 업무 복귀하려면 어른들도 쉽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게임에서 공부로 넘어갈 때는 별도의 쉬는 시간을 주기로 했습니다. 과도기 시간입니다. 게임으로 흥분된 마음도 진정시키고 머릿속을 비워주는 것입니다. 효과가 있습니다.
아이를 관찰해 보니, 이 시간은 이렇게 흘러갑니다.
처음에는 멍하게 앉아있다가, 먹을 것을 찾기도 하고, 눈에 보이는 소설책이나 신문을 펼쳐 보기도 합니다. 공부를 선택한 적은 없지만 책상 정리도 가끔 합니다. 이런저런 질문도 하는데, 일부러 시간 잡아서 하는 대화가 아니라 의외로 자연스러운 대화가 될 때도 있습니다.
주의할 점은 이 시간만큼은 무엇을 하라는 말을 절대 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 시간 핸드폰 반납은 필수입니다.
핸드폰 없이 그냥 멍 때리는 자유의 시간, 이 과도기 시간의 핵심입니다.
명상이 좋다고 합니다. 아이에게 이 시간은 더 수동적 명상 같은 것입니다. 겉으로는 아무것도 안 하지만, 내적으로는 자신만의 리듬을 회복하는 시간입니다.
그런데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쉬울 것 같지만 어렵습니다. 뭔가 어색하고 불안하기도 합니다. 이 또한 연습이 필요합니다.
'아무것도 안 할 수 있는 연습' 잘 쉬어야 다시 잘 달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