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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고 착각하는 것

by 반다정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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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익숙함에 살아가다 보면 어느덧 나와 동일시하는 것이 생긴다.

직책, 호칭, 역할 등 내가 포함되어 있는 분류체계는

그것이 곧 나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기 쉽다.


내가 나로 살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가면으로부터 자유로워질 때 시작된다.

이 말은 곧 나는 누구인지 알 수 있을 때 자유로워진다는 것!

반복되는 삶 안에서 내가 누구인지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우리는 사회나 가정에서 나에게 주어진 불변의 역할이나,

개인의 신념이 만들어낸 분류체계에 속하기 때문이다.


분류체계로서 주어지는 역할이 곧 나라는 생각은 유아기부터 깊숙이 자리 잡는다.

부모의 육아와 소통관계, 학교에서의 교육, 사회로부터 받는 여러 가지 메시지에

어느덧 규격화되어 버린 나는 진정한 나를 발견하기 위해 또 다른 에너지를 써야 한다.


어떤 이는 그런 내가 누구인지 도통 알 수 없어 혼란스러워하기도 한다.

점심시간,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이 무엇인지,

다가오는 주말에 나는 무엇을 해야 즐거운지,

누구를 만나고 싶은지... 아주 사소한 것부터

앞으로 삶의 방향이나 목표와 같이 중요한 문제에 있어서도

정작 나는 무엇을 원하고, 필요로 하는지 혼란스러운 경우가 많다.

우스갯소리로 '선택장애'라는 말을 쓰듯

어쩌면 누군가 나의 선택을 대신해주길 바라는 경우가 삶의 곳곳에 존재한다.


아마 이런 생각은 자신을 잘 모르니 어떤 선택을 하기가 두렵고,

불안하기 때문이 아닐까?

어려서부터 누군가의 신념이 내게 전이되어 나의 불안을 지켜주는 가면이 되고,

그 가면만 있다면 나는 문제없었음을 알게 해 준

몇 번의 성공경험들은 그 의존성을 더욱 공고히 했을 것.

나라고 믿었던 가면이 깨지고, 가면 뒤 얼굴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때

나는 이 세상에서 나로서 홀로 서서 버틸 수 있을까?


퇴사 전까지만 해도 나의 직책에 주어졌던 여러 권한들은

퇴사와 동시에 흔적조차 없이 뿔뿔이 흩어져 사라진다.

힘없는(?) 개인이 되어 홀로 서있을 때의 그 불안과 두려움은

다시 그 가면을 찾기 위한 원동력이 되고,

그 지겨운 반복 속에서 '진정한 나'를 찾기란 쉽지 않다.


결국 '나'는 사회 속에 던져진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존재밖에 되지 못한다.

익숙한 것과 결별을 할 때.

그때가 가장 연약하고 불안한 나를 만날 수 있는 시기이자,

나를 발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시기이다.


가장 불안하고, 두려운 시간 속에서 나를 알아주고 보듬어주자.

여유란 연약해진 나를 알아주고 보듬어주는 시간이다.

여기서부터 나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것이 시작된다.

세상의 모든 가면과 공식을 내려두고 자연인인 나로서 나를 바라보자.


여유 있게, 천천히, 자연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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