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로 만나는 여유로움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오면
딱! 소주 한잔을 마시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이 술이라는 것이 딱! 한 잔이 되지 않을 때가 거의 대부분
그렇게 시작되는 한 잔은 어느새 한 병을 비우며
그 본질을 흐릴 때가 생긴다.
해독을 담당하는 간은 밤새 알코올을 분해하느라 쉬지 못하니
다음날 어깨 위에 올라온 무거운 곰 한 마리에
피로와 다크서클은 덤이다.
지난해 마음 크게 먹고 술을 단절한 채 반년 정도 지낸 적이 있었다.
한 달 정도 지나니 몸도 가벼워지고, 안색도 밝아지는 것을 느꼈는데
손에 술잔이 들리니 다시 무거운 내가 되어 간다.
아침마다 일어나기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던 짝꿍이 마음이 안 좋았는지
술 대신 함께 차를 마시자고 이야기를 건넨다.
그 마음이 참 고맙게 느껴져 술대신 따뜻한 차를 마시며
저녁시간을 보냈다.
술과 같은 순간적인 짜릿한 자극과는 거리가 있는
천천히 몸에 퍼지는 온기와 입에 남는 쌉쌀함이 주는 여유가 참 좋다.
하루를 정리하며 떠오르는 생각들도 정리하기도 좋고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아침 기상도 조금 쉬워질 것이다.
오늘 밤도 따뜻한 차를 천천히 준비하고
하루를 마무리할 준비를 한다.
이 느릿한 여유가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