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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다정 씨 Dec 11. 2023

바람이 분다

나를 지켜나가는 마음에 대해서

나의 소명은 좋은 상담자가 되는 것이다.

그 소명을 이루기 위해 에너지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할 수 있는 모든 시간과 노력들을 상담과 관련된 활동에 투입했다.

누군가의 삶에 개입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을 잘 완수하기 위해 나는 더 노력하고, 준비되어야만 했다.

다양한 배움으로 지식과 경험이 확장되면서 내가 삶에서 살아내야 할 것들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일상에서 배운 대로 살아야만 한다는 새로운 명제들이 생겨났다.

그 명제들을 지키기는 것이 어느덧 내 삶에서 중요한 과업이자 잘 살아가고 있는가에 대한 기준이 되었다.


하지만 일상에서 배운 것을 바로 적용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금껏 살아오며 몸에 베인 습관을 변화시켜야 했고,

나도 모르는 무의식에서 시작된

다양한 방어기제로 인한 저항감과 함께 한참을 헤매며 지내야 했다.

결국 아는 것을 실행하지 못하는 나에게 환멸을 느끼기도 했고,

그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날에는 홀로 괴로움과 큰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


계절이 지나고 때가 되면 과일이 익어 풍요로움을 선물해 주 듯

이루고자 하는 소명도 그를 이루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고,

앎이 삶으로 내려와 통합되려면 몸과 마음이 충분히 익어갈 수 있는 여유와 기다림의 과정이 필요한데

그 과정에 머물지 못했던 것이 원인이었다.

장거리 마라톤을 뛰어야 할 사람이 100m 달리기를 하듯 눈앞의 성과를 이루기 위해 무작정 자신을 몰아치니

결국 시작한 지 얼마 되지 못해 갈 길이 아니라며 포기하게 되거나

가고 싶어 하는 목표가 나와 맞지 않는 것 같아 발걸음을 멈추게 되는 심각한 오류를 범하게 되기도 했다.

그렇게 몇 번의 입사와 퇴사를 거친 한 해를 돌아보면 참 아프고, 괴로운 일들의 연속이었으나

앞으로 내가 어떤 속도로, 어떻게 그 길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지 값비싼 수업료를 내고 배우게 된 것 같다.


가고  싶은 삶의 큰 방향을 결정했다면

결국 그곳에 다다를 수 있다는 진득한 자기 신뢰와 함께 내면의 불안을 돌보며 오늘을 살아야 한다.

과정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갈등을 홀로 끌어안기보다

혼란스럽고, 어려워하는 지금 내 마음을 충분히 만나 잘 흘려보내고

주변 사람들과 그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과정이 있는 삶을 만들어야 한다.

어쩌면 이것이 2023년 한 해동안 삶의 과정안에서 

다양한 감정과 경험을 통해 배우게 된 소중한 배움 일지 모르겠다.


무엇이 나를 치열하게 만드는가?!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시작되는 불안과 조바심들이 물불 안 가리는 나를 만들어간다.

그리고 곧 지쳐 나가떨어지거나, 

마음속 갈등의 불이 주변인들에게 번져 더 이상 손쓸 수 없는 지경에 나를 데리고 가기도 한다.

이런 순간들이 나를 찾아오기 전 세심하게 나의 마음을 만나 안정감 속에서 일상을 살아가야 한다.

내가 서 있는 곳에서 만나는 순간의 불안과 조바심들은 나를 이리저리 휘둘리게 만들지 모르지만

마음에 중심을 잘 잡고, 알고 있는 것을 삶으로 초대해 조금씩 천천히 변화해 나가자 나를 다독인다.


이렇게 긴 시간 동안 불어댔던 바람이 조금씩 잔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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