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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오 Dec 09. 2021

정치무협10 - 울산담판 기세로 단일대오 펼치나

# 우성합사 울산담판 막후, 벼랑 끝 전술


종인대부의 16자는 함의가 깊었다. 온주진각하고 침착응부하되 선어수졸과 결부당두하라는 (穩住陣脚 沈着應付 善於守拙 決不當頭) 숨김과 드러냄, 나섬과 결단의 내공권법 아닌가. 보수석열은 종인대부(김종인)의 열여섯 화두를 우성합사 무림방 벽면에 걸어놓고 밤을 새웠다. 부산방과 순천마방을 돌아 탐라마방에서 한라백두에 제를 올린 준석신예(이준석)가 울산마방으로 움직인다는 예찬의 밀지가 도착한 건 새벽녘이었다. 석열은 성동보좌(권성동)와 재원주당(김재원)을 불렀다.



“새벽에 궤를 보니 수풍정(水風井)이 나왔소. 물이 가득한 우물을 만났으니, 두레박을 넣어야 할 때가 온 것 같소. 힘을 쓴 만큼 물을 얻기 마련이나 욕심은 금물이오. 손아귀에 욕망이 꿈틀대면 두레박이 깨지는 법이니 명심하시오.” 전날 여의나발(국회기자단)들과 폭탄주로 밤을 도운 재원주당이 숙취에서 확 깨는 울림을 받았을 때, 성동보좌는 이미 종인대부의 구기안택로 고삐를 틀었다. 


모험이다. 남은 시간은 딱 한나절, 보수석열이 울산마방으로 말을 돌려 준석신예와 담판일배를 하는 순간이 최종시한이다. 재원주당은 종인대부의 최애주물 불란와인(프랑스산 와인)을 들고 독대담판을 청했다. 재원주당의 품에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해명서와 종인대부 일인통솔을 담은 첩지가 적통단자에 담겨 있었다. 자칫 벼랑끝 전술이 깨지는 순간 임인년 춘삼월 무림대권은 좌성합사에 헌납해야 한다. 적통단자를 받고 한참을 바라보던 종인대부는 묵묵부답이다. 한식경이 지나자 종인대부가 재원을 불렀다. “이비대시(以備待時) 아니오. 울산에서 취기가 무르익으면 그 때 걸개를 내다 걸도록하시오.” 대인이다. 두번의 대권지휘에 팔순을 넘긴 적련사(赤楝蛇·능구렁이) 다운 내공이다. 재원은 곧바로 울산 금화담판장으로 천둥전서구(일명 선더버드. 날개가 번개처럼 생겨 번개의 정령이라 불린다)를 띄웠다.    


    

# 의기투합, 석열과 준석의 적의황서 신술


금화담판 직후 취기가 오른 석열은 곧바로 현중거사(보수우파의 스승)의 신불잠저(신불산 거처)에 올랐다. 주당서열(술자리)에서는 한참 아래인 준석신예도 가쁜 숨을 몰아쉬며 간월재를 넘었다. 공룡능선 언저리에 푸른빛이 영롱하다. 예찬신예(장예찬)와 도읍자방(김도읍)이 지리산방에서 현중거사를 모시고 신불잠저에 도착한지가 벌써 한식경이다. 



현현기세(김기현)와 성민직설(박성민)은 금화담판 직후 강호나발들과 보도열일에 분주하고 범수보좌(서범수)는 오래 전 신불능선에서 하루에 일천리를 누빈 백호동선(범이 다니던 길)을 찾아 석열과 준석의 길을 열고 있었다. 대곡구협(대곡천)에서 정한수를 받아 억새잎을 우린 청완동차(靑薍冬茶 억새차) 향이 잠저에 가득했다.
“종인대부가 때를 맞추니 쾌도난마(快刀亂麻) 아닌가” 좌중에 온기가 퍼졌다. “탁, 탁, 탁~~” 순간, 거사의 죽비가 둔탁한 음으로 잠저쇠랑을 진동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단상사견(斷常邪見 술수와 모략)을 받들어 최상승법(最上乘法 자리)을 탐하는 자들이 무림에 득실대면 자멸이다. 버리고 취하기만 하면 오합지졸로 자멸하리라.”
현중거사는 석열을 향해 죽비를 들었다. 청완동차(靑薍冬茶)의 향내가 잠저에 퍼지기 전에 돈오지사(頓悟之事)를 풀어놓을 기세다. 석열과 독대를 마친 현중거사는 준석을 불러 따로 금낭비책을 전했다. “합사대인(당대표)의 절묘지수(가출사태)는 한번으로 족한 법. 다음수는 실행으로 나올 뿐, 잠행과 은둔은 필패지세임을 명심하시오.” 현중거사의 눈빛이 젖었다. 준석에 금낭을 전하면서 에둘러 등짝을 스다듬는 듯했다.



준석은 곧바로 부산마방으로 고삐를 돌렸다. 우성합사 성지에서 단일대오를 극대화하고 대권무림 총본부방 출정대사를 치르겠노라 선언했다. 열기에 찬 목청을 가다듬던 준석은 도포를 열고 한성방에서 준비해온 금낭지책 제 3계를 펼쳤다. 적의황서(赤衣黃書 붉은 바탕에 노란글씨가 적힌 옷)였다.



#  비천지수로 대역전극 노리는 이중재명


개로선왕(백제 개로왕)의 처참객사로 수도 한성부를 뺏긴 문주(개로왕의 아들)가 절치부심 재기를 노린 땅이 웅진이다. 그 웅진시대의 목전이 전북마방 아닌가. 이중재명은 매타마차를 완주 땅으로 돌리며 백제의 굴욕을 건드려 전북마방을 천하일통하겠노라 다짐했다. 우성합사가 종인대부 권좌불신과 준석신예 돌발가출로 혼돈지세에 있을 때 주말을 기점으로 대역전극이 점쳐졌지만 아뿔사, 울산마방 측근무리들의 의기투합이 돌발변수가 돼 버렸다. 


이제는 남은 시일이 석달이다. 지금 실기하면 회복에만 절반 이상 소진할 게 명약관화다. 정공법이 타개지책 아닌가. 재명은 완주골 시장마당에 우뚝섰다. “전북마방은 선대로 차별받은 땅이다. 나 재명도 비루 출신으로 멸시의 시간을 보냈다. 비루출신이면 대권을 잡지 못할 일인가.” 하급무사 출신 재명이 대권의 깃발을 잡아 무림의 공정사회를 이루도록 전북마방 강호열혈 동지들이 몰표지세로 와대입성을 성취하게 해달리는 읍소였다. 쌍욕잡설과 무상연애에 잡배연루까지 한방에 뚫고 가겠다는 정공법의 타개일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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