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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오 Mar 17. 2022

청와대 문고리를 붙잡고 있는 자들

이쯤되면 진짜 막가자는 식이다. 탁현민은 윤석열 정부가 청와대를 버리기로 하자 “여기를 안쓸거면 우리가 그냥 쓰면 안되나”는 발언까지 했다. 탁현민은 “지극히 개인적으로 저는 당선인의 청와대 이전에 전혀 의견이 없다”며 “다만 이미 설치되어 운영되고 보강되어온 수백억원의 각종시설들이 아깝고, 해방이후부터 지금까지 있었던 수 많은 역사들, 그리고 각종 국빈행사의 격조는 어쩌냐”고 부언했다. 그냥 우리가 쓰고싶다는 말에는 단순한 바람이 아니라 조롱이 섞였다.    


  

한발 더 나아가 그는 일제가 창경궁에 동물원을 만들면서 “신민에게 궁궐을 돌려주려했다”는 극언도 서슴지 않았다. 허접한 행사전문가가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총대를 매는 모양새다. 문고리를 부여잡고 절대로 문을 열러주지 않겠노라고 어깃장을 놓는 꼴이다.           



문제는 탁현민 만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청와대 국민환원 프로젝트가 구체화 되자 하루종일 전방위 비난전으로 날을 샜다. 윤호중은 라디오 방송에 나와 "용산 땅은 대한민국 오욕의 역사가 있는 곳"이라며 "대통령이 꼭 청나라 군대, 일본 군대가 주둔했던 곳에 가야겠느냐"며 사오정 발언을 했고 문재인의 복심을 자처하는 윤건영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이전한다는 것은 국민 소통을 위한 건데 국방부 부지는 소통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헛발질의 대가인 안민석은 "청와대가 구중궁궐이란 이유로 이동하겠다는건데 국방부 청사는 더 구중궁궐"이라며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윤 당선자의 안보 의식이 의심된다" "국방부 핵심의 방을 빼고 자신들이 차지하겠다는 건 점령군의 오만에서 비롯된 발상"이는 망언을 쏟아냈다.


             

민주당이 모든 가용수단을 동원해 청와대 이전에 비난전의 화력을 쏟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과하다 싶을 정도의 논평과 비난, 조롱 섞인 발언들은 마치 조직적으로 계획한 듯하다. 하루종일 쏟아낸 여당발 비난전을 차분하게 들여다보자.  


              

지난 2017년 10월이다. 오는 5월 퇴임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이 살게 될 양산사저를 설계한 승효상 건축가는 청와대 ‘상춘포럼’에서 “청와대 터가 풍수상 문제가 되니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광화문 시대를 열겠노라고 공약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 힘을 싣는 발언이었다. 청와대 풍수설은 그때 처음 제기된 것이 아니다. 2017년 3월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되자, 대선주자들 가운데 문재인·안철수·안희정·유승민 후보 모두가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겠다고 공약하였다. 하지만 알다시피 공약은 공약일 뿐이었다.           



문재인은 대통령에 당선되자 ‘광화문대통령시대위원회’를 꾸렸다. 그러다 2019년 1월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춘추관에서 문재인의 탈 청와대 공약의 파기를 공식화 했다. 그 이유는 “청와대 주요 기능을 대체할 부지를 광화문 인근에서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풍수상 불길한 점을 생각할 때 옮겨야 마땅하다는 소신은 변함이 없다”는 발언이었다.    


            

국내 풍수 대가의 한사람인 김두규 교수는 “터의 길흉을 알고자 하거든, 이전에 살았던 3대를 보라(欲知其吉凶, 先看三代主)”는 말을 했다. 역대 대통령들의 말로가 좋지 않았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면 풍수격언은 정곡을 찌른다. 역대 대통령들은 대부분 청와대의 풍수적인 문제에 뒷머리가 찜찜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말 청와대가 국민의 품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은 절대 청와대에 들어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하는 마당이다.  


             

상황이 진짜 이전 쪽으로 흐르자 더불어민주당이 안달이 났다. 전두환 군사정권이 끝나자 청남대를 개방해 관광지로 만들면서 몰락한 왕조를 바라봤던 쓸쓸함이 오버랩됐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어쩌면 문재인 정부가 공약했다가 거둬들인 청와대 이전을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데 대한 조급증의 반영일지도 몰랐다.    


            

민주당 쪽의 비난전 가운데 탁현민이나 윤호중의 발언은 심각한 모순이 있다. 탁현민의 국격 이야기는 결국 대통령을 구중궁궐에 가둬놓겠다는 발상이고 윤호중의 일본군대와 청나라 군대 운운하는 것은 역사적 맥락도 모르는 봉창 두드리는 소리에 불과하다. 임기말이 되자 청와대와 민주당은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인사들이 문비어천가에 목을 매고 있다. 



청와대 대변인이 대선결과를 두고 브리핑을 하면서 통곡 수준의 울음바다를 연출했고, 공영방송을 자처하는 공중파에서는 대통령의 생일날 간판 음악 프로 엔딩곡으로 ‘Song to the Moon’을 내보냈다. 하는 짓마다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을 벌이면서도 한번도 그런 행위에 대한 부끄러움조차 느끼지 않는 사람들이다.     




무속이나 풍수 이야기도 그렇다. 민주당에서는 윤석열 당선인측이 청와대 이전을 구체화하자 무속의 주문을 받았냐는 식의 조롱도 마다하지 않고 있지만 풍수 이야기는 이미 문재인 정부 때도 나온 이야기여서 스스로도 입꼬리가 꼬이고 있는 상황이다. 하다하다 이제는 선거 때 써먹던 건진법사 이야기나 무속시리즈로 청와대의 용산시대를 막아보려는 민주당의 눈물겨운 비난전이 딱해서 한번 되새김질 해 본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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