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한 막내 노릇

내가 언제까지 막내야?

by 밤톨이의 우주

내 막내 노릇은 입사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신입사원. 어느 날 팀장이 나랑 동기 한 명 불러서는 이 근방 일대에 식당에 다 들어가서 20명 회식할만한 곳을 다 방문 후에 결정해보라고 했다. 동기랑 추운 겨울날 걸어 다니며 여러 식당 알아보고 괜찮은 곳을 골라 팀장에게 명함을 건넸더니,


"다 별로야 너네가 찾은 곳들. 그냥 그 옆에 돈가돈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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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벌탱구가 장난하나 미친 멍멍 꼰대도 유분수가 있지 어린 나이에 팀장 달더니 나사 빠졌나'


라고 지금이라면 생각했겠지만! 그때는 아... 하고 말았다. 그뿐만이냐? 막내라고 온갖 무시와 성희롱 다 참아가며 내가 심부름꾼인지 회사원인지 헷갈릴 정도로 온갖 잡일 다 했다. 그러고 나서 이제야 대리 달고 벗어나는가 했더니 뱃속에 밤톨이 생겨서 덕도 못 보고 회사를 나왔다.


근데 문제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내 나이 27살에 결혼하고 28살에 임신, 29살에 출산했는데 왜 애 나이 맞춰서 엄마들끼리 친해져서 모임 하면 내가 막내냔 말이야? 와 주옥같다 진짜. 또 막내야 쉬벌탱.


'우리 막내가 오늘 브런치 할 곳 찾아봐~'

'젊은이가 한번 검색해 봐 봐 어디 커피가 맛있는지~'

'아이고 우리 막내 뭐하니~~~~'


와 이 미친 것들. 니들이 나랑 같은 회사 선배야? 아니면 나보다 애를 더 많이 키웠어? 더 많은 거라곤 나이뿐이고 남편 때문에 속 끓고 살고 애 때문에 그나마 사는 입장은 나랑 똑같은 것들이 나한테 시키긴 뭘 시켜 쉬벌. 니네가 뭐가 선밴데. 뭐 그렇다고 자잘스럽게 육아팁을 나한테 전수했어? 어차피 애 나이 똑같으면 정보랄 것도 없고 도토리 키재긴데 뭐 나한테 그리 큰 걸 해준다고 언니 대접받고 싶어서 난리냐고 짜증 나게. 나 부르지 마 부르지 말라고 미친것들아!!!!!!!!!!!!!!!!!!!!!!!!!! 니네가 찾아 초록창 검색이라도 해보라고!!!!!!!


이미 사회생활 충분히 하고 결혼하고 애 낳았으면 선배 대접 많이 받아본 거 아니니? 우리나라 진짜 그 나이 순으로 뭐 정하는 것, 그 이상하고 구린내 나는 그 문화 없어져야 한다고. 예의 없이 나이 묻지 마라. 내 나이 말하는 순간 그 업신여기는 표정으로 바로 돌변하는 거 그거 치워 진짜. 언니처럼 굴어야 언니 대접도 들어간다는 거 잊지 마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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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제 더 이상 참을 이유 없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누군가는 나에게 열폭이라고 할 수 있겠다. 친구들이랑 비교했을 때도 나는 무엇이든지 다 빨랐고 먼저 늙어가는 느낌이다. 그것조차도 서러운데 내가 애 낳고도 이 짓거리를 하고 있어야 하나 싶다.


그래서 나는 우리 애 친구는 내가 만들어 주는 게 아니라 우리 애가 만드는 것이다 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엄마들 모임으로 내 새끼 친구를 만들어준다는 것은 전혀 말이 안 된다. 그래서 유치원도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보냈다. 다른 엄마들이 자기 자식 자랑하는 거 들으며 내 새끼랑 비교하고 속 끓는 것도 싫고, 이런저런 문제 만들어서 괜히 유치원 트집 잡는 것도 싫다. 내 사회생활은 엄마모임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고 또 명심.애 초딩 되면 어쩔 거냐고? 난 절대 서울 안 가. 시골에서 애 키울 거야. 됐지 그럼?


나는 다짐한다, 내가 어떤 모임에 가더라도 막내가 아닌 순간이 오면 나는 절대 저러지 말아야지.

아니 나는 지금도 나보다 어린데 애 둘, 셋 키우는 사람들은 내가 언니로 부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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