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강의를 듣고 점심을 먹고 대출 문제를 해결하고 나서 고양이와 함께 기절했다가 저녁에야 일어났다. 오늘 밤이 제출기한인 과제가 밀려있었지만 쌓인 피로를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낮잠을 자면서 별별 헛꿈을 다 꾸었다. 조별과제, 교회에서 컴퓨터로 봉사를 하라는 얘기, 기일변경이 되지 않아 병원과 법원 어디로 가야 하나 갈팡질팡하고, 누군가에게 오해를 받는 일까지 꿈속에서 온갖 미묘한 감정들을 겪어야 했다. 지금 내 삶도 너무 바쁘고 여러 복잡한 일들이 얽혀 있긴 했다. 그래도 세상에서 가장 편안하게 자는 고양이와 함께 낮잠을 잘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과제든 돈 문제든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누워서 실컷 자 버렸다. 일어나서 조금 울고 싶은 약간의 슬픔 외에는 마음이 평안했다. 그냥 내가 할 일을 하나하나 해 나가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