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론기일이 3주 남았다. 일상을 살아가다가도 법원 기일이 다가오면 두려움이 생긴다. 지난번에도 변호사가 작성한 답변서 서면을 보고 후련함보다는 공포감이 심하게 느껴졌다. 이 서면을 보고 상대방이 또 어떻게 나올지를 생각하면 너무 두려웠다. 법원에 가면 상대방이 또 출석을 할지 안 할지 모르지만 두렵고 불안하다. 혹시나 나온다면 내가 있는 앞에서 판사에게 또 무슨 말을 할지 두렵다. 인간이 아닌 것 같은 뻔뻔스레 거짓말하는 모습이 너무나 무섭다.
진료에 집중하고, 집에서 고양이와 놀고, 맛집에 가고 공원을 산책하는 일상생활을 이어가다가도 문득 내가 지금 재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고 꼭 남의 일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이혼을 하고 폭행으로 고소를 당해 보호관찰 중이라는 것이 실화란 말인가.. 내가 무슨 대단히 특별나게 살아온 사람도 아니고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도 아니고 그냥 남의 눈에 띄는 것도 나서는 것도 싫어하고 남들처럼 평범하게 사는 것이 소원인 극 내향적인 소시민 1명일 뿐이라 이런 일을 아무렇지 않게 버텨내는 대범한 성격이 못 된다. 나는 그냥 아침에 일어나 이불이 보들보들하고 따뜻해서 기분이 좋고 고양이가 얌전하게 안겨 있는 것이 너무 귀엽고 예전에 트라우마에 시달릴 때보다 숨 쉬는 것이 훨씬 편안해져서 너무 행복한 사람일 뿐인데 나의 인생을 전반적으로 돌아보면 엄마에게 아동학대와 살해위협을 당하고 미친 사람과 결혼해서 실컷 고생하고 거꾸로 이혼소장과 폭행 고소를 당한 황당하고 기구한 인생이다. 이 간극이 잘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로 내게도 새삼 충격적이라 출근을 하는 운전길에도 엉엉 울기도 한다. 하나님 저한테 잘못한 사람들 가만두지 마시고 좀 혼내주세요. ㅠㅠ
지금 나는 평생 일할 수 있고 친하고 좋은 사람들이 많은 좋은 직장도 있고, 같이 상담을 공부하는 좋은 동기들과 교수님들도 있다. 세상에서 제일 귀엽고 착한 고양이 2마리도 있다. 남의 눈치를 보면서 살 필요도 없고 나름대로 환자들에게 인기도 많은 원장이다. 맨날 맛집이랑 좋은 카페랑 공원으로 놀러다닌다. 다른 사람들은 나를 보고 팔자가 참 좋아 보인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나는 계속해서 내 삶이 이전에 느껴왔던 표류하는 삶 같다는 느낌이 든다. 인생에 별 일이 없으면 참 좋겠다만 이전까지 내게 있었던 일들이 정말 위험하기도 했고, 또한 인생에는 수많은 위험들이 포진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이 한 치 앞의 미래를 알 수 없는 막막함 때문에 내가 그렇게 빨리 결혼을 결정하고 안정을 찾으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지금도 혼자 행복하게 산책을 하다가도 문득문득 느껴지는 막막한 느낌을 피하고 싶어서 옆에 함께 걷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그 체온에 위로를 받았던 것 같다. 지금도 고양이 2마리가 내게 큰 위로가 된다. 고양이들이 없었다면 텅 빈 집에서 왠지 모를 공포나 두려움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고양이가 따뜻한 햇볕을 쬐면서 낮잠을 자는 모습을 바라보면 마음이 평안해진다.
출근을 하면서 서러워 울면서 운전을 하다가 내 마음속에서 하나님이 나를 얼마나 미치도록 사랑하는지, 정말 사랑한다고 소리 높여 외치고 또 외치고 싶을 정도로 사랑한다는 사실이 느껴져 또 울었다. 하나님이 나와 함께 하신다는 것이 느껴졌다. 내 삶이 하나님이 함께하시는 삶이라는 것을 아무도 제대로 모르고 말을 함부로 하는 것도 어이없고 힘들어서 하나님이 나와 함께하신다는 것을 모두에게 알려달라고 기도했다. 하나님이 함께하는 사람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모든 것을 잃어도 모든 필요한 것을 채워주시고 승리의 길로 이끌어주는 하나님이 나와 함께 하시니까. 나에게 잘못한 사람들은 그들이 잘못한 만큼 반드시 하나님이 혼을 내주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