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봄일춘 Mar 25. 2022

1월의 장례식장에서


한 해가 다 가도록

얼굴 한 번 못 보다가

순번을 바꿔가며 전하는 부고訃告에

장례식장에서나 겨우 만나 인사를 나누는 대학 동기생들


그새 머리숱이 많이 빠진

진주에서 5시간을 밟아 올라온

15년 만에 연락이 닿아 한걸음에 달려온......


가림막이 우리 사이에 놓였지만

꾸깃꾸깃한 옛 추억을 소주 한잔에 우려내자

갑작스러운 마음에 온기가 돈다


‘우리가 이제 장례식장에서나 만날 수 있는 나이가 됐군!’

암연黯然한 마음을 감추며,

“언제 밥 한 번 먹자”

“좀 자주 보자”

흔해 빠진 관용구와 헛 약속에

자꾸 허기가 진다


가끔 어찌 사는지 소식이 궁금한데도

굳이 연락 한 번 안 하고 사는 게 가능해진,

그리운 대로 흘려보내는 게 가능해진 우리


앞으로도 수차례의 장례식이 남아있다




2022.03.24.(木)


매거진의 이전글 그해 겨울의 안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