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날이 오리라는 망상
게으른 완벽주의자.
생각이 많고 실천은 미루는 사람이 주로 자신을 변명할 때 쓰는 말이다. 그리고 나는 이 말을 아주 줄기차게 해 온 그냥 '게으른 인간'이다.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 늘 완벽한 조건이 필요하다. 조용한 시간, 정리된 책상, 충분한 체력, 마음의 준비까지. 당연히 그런 때는 좀처럼 오지 않는다.
어영부영 미루고, 미루다 보면 결국 시기를 놓친다. 운동은 잘하지 못할 바에 안 하고, 미용실 한번 가는 것도 천년이 걸린다. SNS에 올리는 글조차 수정에 수정을 거치다 보면 두세 시간이 훌쩍이라, 제풀에 지쳐 나가떨어진다. '다음엔, 언젠가, 시간이 좀 나면, 나이가 들면….' 이런 말을 달고 산다.
나에게 완벽한 날은 항상 '오늘 말고 다른 날'이다.
하지만 이런 나를 크게 미워하지 않는다. 어쩔 수 없는 성향도 있다는 걸 오랜 시간에 걸쳐 파악했기 때문이다. 나라는 인간은 완벽을 추구할수록 주눅이 들어 쉽게 포기해 버린다. 차라리 아침마다 그날의 To do list를 쓰고, 하나씩 지우면서 툭툭 해치워버려야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내일로 미룬다 한들 포기하지 않으면 대부분 해결된다. 조금 게을러도, 자주 실패해도 아직 망하지 않았다.
느슨한 바이브로 걷는다. 즐기면 여행이고 즐기지 못해도 수행이다. 제자리걸음 같아도, 돌아보면 제법 멀리 왔다.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지고 싶다. 동영상 편집 배우겠다는 말을 수년째 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의 완벽한 영상만 구경하며 시작을 못 했다. 내일부터 노력해 보기로 한다. To do list에 '편집 기초 유튜브 10분 시청'이라고 쓴다. 하찮고 자잘하다. 매일 졸작 에세이를 올리는 일도 꾸역꾸역 그냥 한다. 못하면 다음 날 또 리스트에 쓰면 된다.
완벽한 날은 극히 드물고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다. 쫓기며 살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순간, 게임의 룰이 바뀌기 시작한다.
불완전해서, 완전한 나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