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기 전, 한국에서 검색을 하며 숙소를 예약하고나면 일단 마음이 편안해진다. 항공권과 숙박검색은 우선순위로 알아봐야 할 리스트 중에 하나이다. 언제가 가장 저렴한 때 항공비일까? 도 중요하지만, 내 마음에 드는 숙소를 리서치하기란 쉽지 않다. 숙소 역시 사람마다 취향이 달라 리서치하는 조건도 달라질 것이다. 우리 부부는 호텔을 제외하고 이번여행에서 에어비앤비를 통해 우리에게 맞는 숙소를 알아보기로 했다. 일반 집에서 살아본다는 것은 어쩌면 귀찮은 일을 동반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도 다른 나라 여행을 하면서 에어비앤비에서 숙소를 찾아 경험했긴 했지만, 기억 속에는 편안함이 머무르지 않았다. 이번에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한달간의 여행이기에 호텔보다는 일반 집이 편할 수 있어서 알아보고 또 알아보는 작업을 해야했다. 문제는 올랜도까지의 숙소여행은 그나마 편안했다. 한인민박에서 머물었기 때문이다.
한인민박에서는 호텔보다 더한 여유로움을 가져다준다. 대신 빡빡한 여행일정을 짜고 잠자는 용도로만 숙소를 이용한다면 민박의 큰 매력은 느끼지 못할 것이다. 우리부부는 어린 아이가 있기에 빡빡한 일정보다는 일상처럼 여행의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그런 우리부부의 마음을 닮은 건지, 아이들은 숙소를 옮길 때마다 다른 숙소마다 그곳의 테마를 만들어 놀이를 하고 기억속에 추억으로 담게 해주었다. 아침마다 숙소 주변을 산책하게 되면 매일 다른 일상을 볼 수 있게 된다. 오늘의 날씨는 내가 결정할 수 없다. 만약 여행 일정속에 날씨를 바라보게 된다면 화창한 날에는 덥다고 불평할 수 있고, 우중충한 날에는 비올까봐 걱정할 수 있다. 그러나 여행을 일상처럼 보내게 된다면 매일 아침 산책하는 시간에 하늘을 바라보며 또다른 오늘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날씨뿐이겠는가? 아침에 산책을 나가다보면 나무 위로 타고오르내리는 청솔모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아이들은 청솔모를 보면서 신기한 듯, 한발 한발 작은 걸음으로 청솔모를 따라잡으려는 시늉을 한다. 아이의 모습속에서 천진난만함이 가득하다. 숙소로 돌아오면 숙소 주변에 있는 수영장을 가기로 한다. 공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수영장에 자쿠지가 있다는 정보를 듣고, 냉큼 달려가 한바탕 수영놀이를 하며 어른들은 몸을 푼다. 따뜻한 날씨인데도 따뜻한 자쿠지에 몸을 담구면 일단 몸이 노곳노곳해진다. 내 몸을 감싸고 있는 따뜻한 온도가 나로 하여금 아이들에게 시선을 돌리게 만든다. 아이들은 무슨 놀이를 할까?
민박을 거쳐 에어비앤비로 다음 장소의 숙소를 알아보느라 아침마다 바쁘다. 한국에서 결정하고 왔다고 해서 만족스러운 숙소가 아니면 다시 취소하고 옮겨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냥 저냥 있어도 되겠지만, 아이들이 있기에 밥을 따로 해먹어야 했다. 주방이 있는 곳이어야 했고, 식탁이 있어야 했다. 그리고 결정적인 것은 욕실의 구조... 이미 물세기는 마음을 비우기로 했지만, 삼각형 구조로 된 욕실은 도저히 몇일 더 머무를 수 없었다. 욕실 커튼이 계속 몸에 달라붙는 것은 더이상 참을 수 없었다. 아침마다 검색하느라 아이와의 시간을 제대로 보낼 수 없었던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알아보면서 모든 곳이 내 마음에 흡족히 만족스러운 곳을 찾는 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어느정도는 내려놓겠지만, 식탁이 있고 없고는 매우 중요했다. 아이들은 엄마아빠의 그러한 노고에 관심이 전혀 없고, 어느 숙소에 가든 그곳에서 놀이를 만들며 즐겼다. 오히려 그러한 모습에 여유를 가져다 주며 다른 시선으로 옮기게 해주었다. 아이를 위한다고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부모의 걱정이 문제가 되지 않을 때가 더 많다. 아이는 아이 스스로 만족하며 여행을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