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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나는 같은 집에 살지만 다른 길을 간다.

by 오봄 작가

동갑내기인 남편과 나는 올해 47세이다. 만으로 따지면 46세인 게 맞겠다.

이번주 나는 A형 독감에 걸려 온 몸이 아프고 목이 부어 한번 기침을 하면 숨이 쉬어지지 않을 정도로

상태가 너무 안좋았다. 그런 나를 보며 걱정은 했겠지만, "약부터 먹어볼래?" 라는 말을 먼저 건네는 남편에게 서운한 마음이 밀려들었다.


이번뿐이 아니어서 나는 늘 아플때면 세심한 성격의 남편이 그렇지 않게 행동할 때가 가장 서운했다.

아파 죽을것 같은데 고작 한다는 말이 약부터 먹어보자고.

내 귀에는.. '애들도 있으니까 약 먹어보고 안되면 그때 병원가도 늦지 않겠다.'의 느낌이었다.


병원을 바로 데려가 주었다면 이렇게 화가 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니, 병원을 가게 생겼으면 병원 가자고 해." 라고 말한다. 이게 무슨 말인가.

우리집에서 나는 안중에도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아이가 아플 때면 '괜찮냐, 우쭈쭈..' 하면서 온갖 표현은 다 하지만 내가 아플 때면 왜 그런지 모르게 조용해진다. 그저 침묵으로 나를 지켜본다. "얼마나 아픈지 몰라서 가만히 있었어." "내가 표현을 잘 못했네."


이게 무슨 말이지? 도무지 내가 아플때면 잘 내색 안하고 표현 안하는 남편이 이제는 싫어진다는 말밖에 안나온다. "너는 나랑 왜 살아?" 이런 말까지 나오게 했으니 말이다.

"나, 너랑 같이 살기가 싫어."

바로 *혼이라는 말을 꺼내기가 두려워 돌려서 말했다.


나는 남편에게 어떤 의미일까? 아이들을 잘 키워야 하는 엄마의 자리. 그것으로 충분한가?

아픈 사람에게 '괜찮냐' 는 표현이 왜 안나오는 걸까?


나는 아플 때 남편에게 아픈 모습을 보이는 게 매우 불편하다. 아픈 나에게 어떻게 표현하고 반응할 지가 이제는 스트레스가 되기 때문이다. 병원 가자는 말에 혹은 수액을 맞게 되면 기다려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미안해질까봐 그 마음이 싫어서이기 때문이다.


나는 아픈 데 왜 이런 고민까지 해야 되는 걸까?

아무런 내색도 안하는 남편을 앞으로도 의지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사람 성품 좋고, 스마트해서 회사에서 인정 받고 능력 좋고, 그걸 유지하기 위해서 자기계발과 회사일에 집중해야 하고.. 아이들에게 잘하는 사람인데..


그러나, 정작 아내가 아플 때 표현을 못한다?

그래서 아내가 화가 나 있다?


음...


나는 아플 때 이런 남편에게 서운해지고, 외로운 마음까지 든다.


100% 완벽한 남편을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아플 때 나를 걱정해주는 사람이 좋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힘이 날 것 같은데 말이다.


오늘 남편과 커피 한잔 마시면서 대화를 나누었다.

나는 아이들과 캐나다 연수를 가야겠다고 했다. 글 중에 뜬금없이 연수 이야기를 꺼냈지만,

이전부터 우리 집은 미국에 가려고 생각하고 있다.

미국을 가려면 남편의 이직준비 혹은 영주권을 준비해야 하는데 직장을 다니면서는 준비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언제까지 기다릴 수가 없기도 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내가 어학연수를 받는 조건으로 아이들이 캐나다 공립학교를 경험해보는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캐나다 이야기를 꺼내자 마자 남편은 우리 집 재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돈이 얼마 들어가냐고 물었다.

캐나다보다 본인이 미국 준비할 수 있게 내조하라고 말한다. 그럼 캐나다 가기 위해 나라도 맞벌이를 하면 되지 않겠느냐 물었더니 그 시간을 내가 회사에서 야근을 할 테니까 아이들 케어를 원한다고 했다.


미국.

그리고 캐나다.

나는 이 시점에 왜 캐나다를 가려고 하는 걸까?

다시한번 되돌아보았다.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남편과 같이 살면서 가치관이 맞는 줄 알았다. 그러나.. 점점 생각하는 게 다르다는 게 느껴진다.

나는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기 전 조금은 더 어릴 때 다른 나라의 학교교육을 경험시켜주고 싶다.

자연에서 더 뛰어놀게 하고 싶다.

그러나 남편은 돈 걱정(가장으로서 당연하겠지만)을 하면서 한국에서의 커리어를 놓치지 않고 이 월급을 이어가려고 애쓴다. 가족을 위해서라고..


그러면 나하고 아이들이라도 캐나다 연수 보내주길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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