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존윅’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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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잃고 아내가 남긴 반려견 데이지에 의지해 살아가는 존윅. 죽은 아내는 세계적인 킬러였던 그에게 새 삶을 열어준 사람이었고, 때문에 그녀가 남긴 데이지는 그에게 평범한 반려견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존윅의 차를 탐낸 러시아 마피아의 아들 요제프가 어느 날 그의 집을 급습해 데이지를 죽이고 차를 훔쳐간다. 이에 격분한 존윅은 요제프와 그의 아버지인 보스 비고까지 피의 복수를 실행한다.
이후 다시 평범한 삶을 이어가려던 존윅에게 이번에는 이탈리아 마피아 산티노가 찾아와 과거 표식의 맹세를 지키라고 압박한다.
그 표식은 킬러들 사이에서 큰 도움을 주고 받은 뒤 후에 보답하겠다는 의미를 지닌 증표로, 상대가 증표를 내밀면 무슨 일이 있어도 보답해야 하는 것이 그 세계의 원칙이다. 존윅은 처음에 그의 부탁을 거절하지만 그것이 어쩔 수 없는 원칙임을 깨닫고 산티노의 누나이자 이탈리아 마피아 보스인 지아나를 처리한다.
이후 지아나의 부하들, 그리고 존윅을 배신하고 그를 없애기 위해 현상금을 건 산티노에 의해 뉴욕의 모든 킬러들의 타깃이 된 존윅은 처절한 사투를 벌이고, 폭력이 금지된 킬러들의 컨티넨탈 호텔에서 산티노를 응징하고 만다.
이로 인해 킬러로서 제명당하고 킬러들의 세계에서 모두의 표적이 된 존윅은 이제 거대한 조직, 전 세계의 킬러들과 싸워야 하는 신세가 된다. 다시 자유를 찾기 위해 그 세계의 최고 권력인 최고회의 장로까지 찾아가지만, 그를 도왔던 뉴욕 컨티넨탈 호텔마저 위험에 처하고 겨우 죽음의 위기에서 목숨을 구한다.
이후 존윅은 새로운 장로를 죽이며 최고회의와의 전면전을 선언하며 최고회의 권력을 이양 받은 그라몽 후작과의 싸움이 시작된다. 그 과정에서 뉴욕 컨티넨탈은 물론, 오래된 친구 코지가 운영하는 오사카 컨티넨탈이 파멸을 맞고 역시 그의 오랜 친구였던 맹인 킬러 케인과 목숨을 건 대척점에 서면서 더욱 괴로운 전쟁을 이어가게 된다.
2015년 존윅, 2017년 존윅2: 리로디드, 2019년 존윅3: 파라벨룸, 2023년 존윅4까지 이어지는 4편의 시리즈 액션 영화 ‘존윅’ 시리즈의 전체적 줄거리다.
1994년 ‘스피드’로 전 세계적인 액션 스타로 부상한 이후 매트릭스 시리즈, 콘스탄틴 등 스타일리시하고 독보적인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키아누 리브스의 많은 작품들 중에서도 존윅은 현 시점 가장 그를 대표하는 명작으로 회자되는 작품이다.
모든 것을 버리고 평범한 삶으로 돌아간 킬러가 결국 킬러로서의 운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끊임없이 엮이며 거대한 킬러들의 세계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로, 역시 화끈하고 스타일리시한 액션으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에는 존윅 유니버스가 더욱 확장되며 새로운 여자 주인공을 내세운 '발레리나'가 개봉해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이 작품의 강점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킬러의 세계에 속한 모든 이들의 존경을 받는 인격과 실력을 겸비한 주인공 존윅의 매력, 마치 만화 같이 판타지적이지만 은근히 촘촘한 세계관, 그런 판타지성이 농후한 세계관과는 반대로 굉장히 리얼한 액션이다.
주인공 존 윅은 이 영화의 세계관에서 절대적인 실력을 갖춘 강자다. 1편에서 비고는 아들이 존윅을 린치했다는 사실을 알고 겁에 질린다.
존윅은 불가능한 임무도 성공시키는 자이며, 한 조직을 괴멸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연필 한 자루, 책 한 권으로도 누구와든 싸울 수 있는 말 그대로 살인병기로 묘사되며, 그들 하나 하나가 스페셜리스트인 킬러들의 타깃이 된 뒤 숱한 전투로 부상을 당하면서도 끝내 살아남는다.
인성 또한 남다르다. 그가 만나는 이 세계의 사람들은 모두 그를 존경하며, 극진히 대우한다. 킬러들의 호텔 컨시어지는 규정과 상관없이 개인적 호의로 그의 개를 맡아줄 정도고, 킬러들의 의사는 자격박탈을 코앞에 둔 존윅을 치료하다 끝까지 해결해주지 못하자 슬퍼한다.
존윅은 적이 아닌 이상 모두에게 존중의 어투를 쓰고, 불필요한 살생을 피한다. 싸움의 상대방인데도 제거하면 과다출혈로 죽지만 얌전히 있으면 치료 받아 살 수 있도록 칼을 꽂는 경우도 있다.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말 그대로 완벽한 주인공이다.
이런 완벽함은 액션 영화에서 어쩌면 재미를 반감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존윅이 속한 킬러들의 세계라는 거대한 세계관의 흥미로운 설정은 이런 약점을 해소하고도 남는다.
킬러들은 금화로 거래를 하고, 양장점에서 옷을 해 입거나 와인을 고르듯 방탄복을 맞추고 무기를 구매한다. 사람을 죽인 뒤에는 청소 용역을 부르듯 뒤처리 업체들을 소환하고, 호텔에서는 최고급의 서비스를 받는다. 그리고 이 세계에 속한 이들은 하나의 일련된 체계 속에서 관리 받고, 엄격한 규칙을 적용 받는다.
이런 설정들은 킬러들의 행위를 마치 전통적인 귀족의 품위 있는 일상과 같은 느낌을 준다. 절대적인 힘과 품위를 갖춘 존윅은 이런 세계에 최적화된 모습으로 녹아들며, 이 세계 안에서 그의 강점과 매력이 절정을 맞는다.
이 부분은 현대적이면서도 고전적인 작품의 스타일을 완성하는데,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동양 문화와 무협지적 정서까지 아우르며 더욱 흥미로워진다. 국가별, 조직별 문화적, 성격적 스타일을 달리하는 각각의 킬러집단은 마치 무협 세계의 계파과 닯아 보이며, 바워리 킹이 이끄는 노숙자 조직은 특히 무협지 속 거지들의 집단인 개방을 떠올리게 한다. 실제 일본 무사들을 비롯한 동양 무술과 관련 등장인물들도 상당히 비중 있게 등장한다.
또 한 편으로는 이런 킬러들의 거대한 세계는 존윅을 도저히 극복할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절대 위기로 몰아넣는 장치가 되며, 존윅의 절대적인 역량에도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존윅 외에도 각기 독특한 개성을 지닌 다양한 캐릭터들은 이런 영화의 판타지성에 재미를 더한다.
이런 판타지적 설정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액션은 매우 리얼하다.
영웅본색으로 대표되는 홍콩 느와르를 비롯해 많은 액션 영화에서 무한탄창이 등장한다. 탄창을 갈지 않고도 수십명에게 총을 난사하는 장면들은 이따금 유머와 풍자로 패러디되기도 한다.
하지만 존윅은 다르다. 수십명의 사람과 싸우는 와중에 거의 오차 없이 발사된 총알 수에 맞춰 탄창을 간다. 권총 한 자루로 다수를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근거리 사격 후 바로 다음 상대를 겨누지 않고 쓰러진 상대에게 확인사살을 한다.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왜 불필요한 총알을 낭비하는지 의아할 수도 있지만, 실제 전투요원의 사격술을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이 부분은 작중 세계관의 설정과도 연결되는 지점이 있는데, 이들이 입는 수트는 방탄 기능을 갖고 있고, 때문에 정확히 머리를 사격하는 것만이 적을 확실히 제압하는 방법이다.
타격기에 유술을 더한 맨몸 액션은 춤추듯 화려하다기보다 리얼해서 더 스타일리시한 느낌이다. 칼에 베이고, 총에 맞고, 엄청나게 두드려맞는 상황에서도 기어이 끙끙 앓으며 적과 대적하는 모습은 비현실적이지만, 그런 몸 상태에서 나올 수 있는 액션 같다는 핍진성이 느껴질 정도로 디테일하다.
작품 속 종종 등장하는 클럽에서의 액션 장면은 이들이 총격전을 벌이고, 격투를 하는 와중에도 대부분 동요하지 않고 시끄러운 음악 속에 정신없이 춤추는 사람들을 보여주는데, 이런 이질적이고 비현실적인 동시에 자극적인 장면이 곧 존윅이라는 시리즈의 정체성과 액션 스타일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싶다.
이 영화는 잔인하다. 스토리도 잔인하고, 사람이 수도 없이 죽어 나가는 장면 하나하나도 굉장히 폭력적인 말 그대로 폭력미학에 집중한 영화다. 하지만 그런 폭력성을 판타지적 설정으로 포장하면서 잔인함에 대한 거부감을 덜고, 액션 장면 하나 하나는 극강의 리얼리티를 추구함으로써 호기심과 신선함, 액션 쾌감이 조화를 이루는 독창적인 액션물로 완성됐다.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