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 버리고 흔한 요즘 포맷으로 갈아탄 '서프라이즈'

'서프라이즈 미스터리 살롱'과 '와! 진짜? 세상에 이런일이'

by 이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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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그 동안 다뤘던 드라마, 영화가 아닌 예능 프로그램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부활한, 아니, 새로 시작했다고 봐야할 '서프라이즈' 이야기다.


3월을 맞아 SBS 'TV 동물농장'과 더불어 일요일 아침의 상징과도 같았던 '서프라이즈'가 돌아왔다. 다만 이번에는 '신비한 TV 서프라이즈'가 아니라, '서프라이즈 미스터리 살롱'이다.


신비한 TV 서프라이즈는 매우 상징적인 프로그램이었다. 2002년에 방송을 시작해 1000회 방영을 돌파했으며, 방송가에서 소외되어 왔던 재연배우들을 대중의 관심사로 끌어올린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20여년 동안 무료하고 지친 일요일 아침, 늦잠을 잔 이도, 여느 날과 다름 없이 일찍 일어난 이도 멍때리듯 부담도, 특별한 기대도 없이 일상처럼 틀어놓고 이야기를 즐기던 그런 프로그램.


하지만 이번에 돌아온 '서프라이즈 미스터리 살롱'은 달랐다. 초창기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의 스튜디오 토크가 살아났고, 상징과도 같았던 재연은 크게 비중이 줄었다. 자연스럽게 서프라이즈를 상징하던 국내, 그리고 외국계 재연배우들은 보이지 않는다.


스튜디오 녹화 역시 초기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의 그것과 성격이 다르다. 김용만, 김원희 MC 체제로 시작했던 해당 포맷에서는 패널 뿐 아니라 MC도 같이 그날의 이야기를 즐기는 형식이었다. 같이 놀라고, 같이 웃고, 같이 '진실 혹은 거짓' 퀴즈를 풀며 시청자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공감하고, 감상을 끌어올려주는 역할이었다.


하지만 '서프라이즈 미스터리 살롱'은 이찬원이 메인 MC로서 진행은 물론, 스토리텔러 역할까지 한다. 패널들은 이야기를 듣는 역할이지만, 이찬원이 출연했던, 출연하고 있는 '과몰입 인생사'나 '셀럽 병사의 비밀'을 떠올리게 한다. 말 그대로 요즘 뜨는 예능인과 그에 익숙한 요즘 포맷을 적용한 셈이다.


그래서일까. 과거 '신비한 TV 서프라이즈'가 주던 친근함은 사라지고, 요즘 흔한 다른 예능들을 보는 듯한 익숙함과 식상함만 남았다. 이야기의 힘이 강한 서프라이즈지만, 사실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의 진짜 매력은 그 정체성에 있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고액의 출연료를 지불해야 하는 스튜디오 MC 체제가 굳이 필요했을까 싶다. 물론, 서프라이즈 배우들의 몸값도 높아졌고, 재연 촬영 비용과 그들의 출연료를 감안하면 지금이 더 효율적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 차이가 엄청나게 클 것 같지는 않다.


그저 변화를 위한 변화였는지, 제작비 절감이 목표였는지 모르겠으나, 과연 언제 끝나도 허전할 것 같고 당혹스러울 것 같았던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와 같이 자리잡을 수 있을까, 그저 그런 여러 프로그램들처럼 길어야 1, 2년 버티다 사라지는 프로그램은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만 하다.



?src=%22https%3A%2F%2Fphinf.pstatic.net%2Ftvcast%2F20240924_165%2FejSL2_1727139098790xUX9J_JPEG%2Fdb93f7e7-1b0f-4447-9790-0ab4fc0d3e73.jpg%3Ftype%3Df1109_624%22&type=ff500_300 '와! 진짜? 세상에 이런일이' 2차 티저 예고 캡처


'와! 진짜? 세상에 이런일이' 2차 티저-1시간 후 면접 보로 가는 취준생을 만난다면?


비슷한 예로 '세상에 이런일이'가 있다. 임성훈, 박소현이 25년을 이끌어온 장수프로그램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일이'는 지금도 재방 전문 케이블 TV에 자주 나올 정도로 어르신들을 비롯한 상당한 애청자를 보유한 프로그램이었다.


그리고 결국 프로그램이 사실상 폐지된 후 항의가 빗발쳤다고 한다. 이후 '와! 진짜? 세상에 이런일이'라는 이름으로 이 프로그램은 돌아왔다.


티저 예고편은 과거 팬들의 마음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프로그램 중단에 따른 애청자들의 항의와 이에 대한 반성을 담은 1차 티저, 그리고 다시 시청자들을 만난다는 콘셉트를 '면접'에 비유해 길거리 시민들을 대상으로 실험카메라를 했던 2차 티저.


특히 2차 티저는 면접을 가던 중 떨림을 주체 못하던 취준생, 그리고 내 일처럼 그를 도우러 나선 시민들의 모습이 뭉클한 감동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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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돌아온 세상은 이런일이에 임성훈, 박소현은 없었다. 전현무, 백지영 등 TV만 틀면 나오는 요즘 예능인들이 자리를 채웠고, 그들의 토크와 스튜디오 분위기는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일이'가 갖고 있던 인간미가 느껴지지 않았다. 티저를 보고 반가웠던 마음이 오히려 반감으로 돌아서는 기분이었다.


프로그램에서 다루는 이야기의 성격은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야기를 다루는 방식과 분위기는 완전히 다른 프로그램이 되었다.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전현무 같은 톱급 레벨의 MC를 기용하는 등 출연료가 상당히 올라갔는데, 본래의 정체성을 버리고 그만큼의 제작비 상향이 어떤 성과를 가져올지 어떻게 그들은 장담했던 걸까.


결국 프로그램은 시즌제로 방송되면서 지금까지 두 개의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다음 시즌이 돌아올지는 미지수다. 첫회 4.7%를 기록했던 이 프로그램은, 이후 단 한 번도 이보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지 못했다. 최고가 3.8%다.


나무위키에 토요일로 시간대를 옮긴(SBS에서 죽음의 시간대로 불리는 토요일 저녁 시간) 후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일이의 시청률이 5%를 넘지 못했다는 표현이 나온다. 그것을 감안하면 이번 변신이 시청률 상승으로 이어진 것도 아니다. 당연하다. '세상에 이런 일이'를 기다린 사람들은 '와!진짜? 세상에 이런일이'가 아닌,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일이'였기 때문이다.


난 '세상에 이런 일이'의 변신은 결국 실패였다고 생각한다. 시즌 3로 돌아올 가능성도 매우 낮을 것이라 예상한다.


과연 서프라이즈는 다른 길을 갈 수 있을까? 정체성은 버리고, 흔하디 흔한 요즘 포맷에 편승한 선택이 현상유지 이상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


아쉽지만, 난 힘들 거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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