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괜찮았던 오피스 드라마, 아쉬웠던 마무리

tvN 드라마 '언더커버 미쓰홍'

by 이정석








한민증권 내부의 수상한 자금 흐름을 감지한 증권감독원 감독관 홍금보. 명확한 증거를 가져오지 않으면 수사도 할 수 없다는 검찰의 반응에 답답하기만 한 그때, 한민증권 내부자가 제보를 자청하고 나선다. 다름아닌 한민증권의 후계자 강명휘 사장이다.


그러나 약속한 비자금 장부를 건네 받기 직전, 강 사장은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하고, 금보는 강 사장이 전해주기로 한 장부를 찾아내기 위해 한민증권에 스무살 동생의 이름을 빌려 고졸 신입사원으로 잠입한다.


강 사장 생전 같이 비자금 장부를 작성했던 일명 ‘예삐’를 찾아 빨리 증거를 확보하고자 하는 금보. 하지만 자신을 너무도 잘 아는 구남친 신정우가 한민증권 사장으로 취임하고, 사내 각종 사건과 사람들에 휘말리며 금보의 계획은 자꾸 제동이 걸리게 되는데……



3월 8일 종영한 tvN 주말 드라마 ‘언더커버 미쓰홍‘의 줄거리다. 박신혜의 사실상 원톱 주연작인 이 드라마는 본 나이 서른 다섯살인 증권감독원 열혈 감독관 금보가 스무 살로 나이를 속이고 언더커버에 나서며 겪는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나이마저 10살이상 속여버린 언더커버라는 코믹 설정과 기업 경영권을 둘러싼 힘겨루기를 흥미진진하게 다룬 이 드라마는 첫회 3%대로 시작한 시청률이 꾸준히 상승, 최종회를 하루 앞둔 15회에서는 자체 최고 기록인 전국 13%, 수도권 14%를 기록했다. 블록버스터도, 드라마 계의 최강 장르인 로맨틱코미디도 아닌 것 치고는 꽤 성공한 작품이다.


이 드라마는 여러 요소를 담고 있다. 기본적인 설정에서 오는 코믹 요소에, 일밖에 모르고 인간관계는 1도 신경 쓰지 않던 여의도 마녀 홍금보가 기숙사 생활, 말단 직원 생활을 겪으며 성장해가는 휴먼 스토리, 기업 비자금과 경영권을 중심에 둔 치열한 다툼과 재기발랄한 케이퍼무비적 요소까지 버무렸다.



특히 성장 스토리는 주인공의 성장뿐 아니라, 돈 밖에 모르던 상습 횡령범에서 동료를 믿고 한민증권 정상화에 가담한 고복희, 아무 것도 모르고 어른들에게 휘둘리는 삶만 살아왔지만 동료들과의 관계 경험을 통해 자아를 찾고 아버지에게 반기를 든 노라 등 주변인물들도 충실히 다루며 드라마의 속을 채운다.





경영권 분쟁을 바라보는 드라마 속 시선의 변화


이 드라마는 이처럼 꽤 매력적이고 즐거운 드라마인 동시에 최근 질적으로 성숙해진 한국 드라마의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 동안 경영권 분쟁을 다룬 드라마는 기업 총수에 오르겠다는 개인의 욕망에 집중해 다뤄졌다. 자연스럽게 기업은 재벌 일가, 총수의 소유물이었다.



그러나 최근 미디어에서 이러한 흐름에 변화가 보이기 시작한다. 진짜 기업이 재벌 일가의 소유물이 맞는가, 사주에게 충성하는 것이 회사에 충성하는 일이며, 사주를 지키는 것이 회사를 지키는 것인가 이런 의문을 던지고, 이와는 다른 현실적인 결에서 사건을 만들고 해결해가는 작품들을 종종 보게 된다.


지난해 개봉했던 소주전쟁인 개인적으로 주인공들의 마지막 선택이 다소 아쉽고 결말이 허탈하게 다가온 부분은 있지만, ‘회사를 살려야 한다’라는 대의 앞에 무능하고 탐욕스러운 사주를 대비시키며 현재의 경영권을 유지하는 것이 진짜 회사의 생사와 관련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결국 사주가 어떻게 경영을 하고 비리를 저지르든 그 경영권을 보호하는 것이 아닌, 회사가 건실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정상화하는 것이 진정 회사를 살리는 것임을 되새기는 것이다.


이는 언더커버 미쓰홍에서도 마찬가지다. 돈을 다루는 ‘증권사’라는 업의 특성을 살려 온갖 비리를 저지르며 개인 금고를 채우는 회장. 그리고 IMF를 배경으로 외국 자본의 공격, 홍금보의 견제를 비롯해 회사가 갖가지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음에도 직원들의 희생만 강요하며 결국 바닥을 친 민심. 이러한 구조를 통해 기업의 진짜 주인은 최대주주가 아니라, 직원이고, 회사를 믿고 투자한 주주들임을 보여준다.





높아진 시청자의 눈높이, 그에 걸맞은 꽤 괜찮은 드라마


사실 이러한 오피스 드라마의 변화는 결국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그만큼 높아진 덕분으로 봐야 할 것이다.


현 시점 케이블 TV 드라마들이 공중파 드라마를 압도하게 된 것은 구태의연한 멜로물이 주를 이루던 드라마 시장에 수준 높은 장르물을 선보이기 시작한 데서 비롯됐다. 그런 결이 다른 드라마들을 자주 접하게 된 시청자들은 로맨스를 중심으로 나머지 요소들은 현실과 동떨어지게 설정된 과거의 드라마에 대한 흥미가 식었다.


tvN은 이런 드라마 시장의 흐름을 상당히 영리하게 활용하고 있는 방송사다.


‘우리들의 블루스’, ‘나의 아저씨’, ‘미생’ 등 시청자들에게 오랫동안 명작으로 평가 받고 있는 웰메이드 드라마들을 종종 선보이면서 그 사이사이에 대중적인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 언더커버 미쓰홍이나 전작인 ‘프로보노’ 같은 오피스물, 법정물 같은 외피를 하고도 코믹과 접목해 다소 가볍고 대중적인 이야기로 버무린 작품들을 골고루 뿌려놓는다.


꽤 괜찮은 메뉴인데 꼭 건강만을 생각한 건 아닌 퓨전 요리들을 질리지 않게 강약을 조절하며 내놓는 느낌이다.



특히 이 드라마는 특유의 코믹한 정체성을 살려 앞서 언급한 메시지적 요소를 너무 딱딱하거나 어렵지 않게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은 물론, 전반적인 스토리 전개 또한 흥미를 위해 기본을 무리하게 넘어서지 않고 적절히 강약을 조절하며 시청자들이 즐겁게 그 흐름을 따라올 수 있도록 한다.




막판 극적 전개를 위한 과욕?...아쉽게 남은 오점들


그러나 이처럼 개인적으로 사건의 전개에 꽤 만족감이 들었던 이 드라마가, 마지막 두 개 회차에서는 전에 없이 개연성이 무너지고 오류를 남발하는 모습들을 보인다. 마지막인만큼 보다 극적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려는 목적이었겠지만, 오히려 욕심이 과해 막판에 오점들을 남긴 듯한 느낌이다.


일단 사주 강 회장의 비리와 전횡들을 터뜨리는 타이밍이 상당히 거슬린다. 힘들게 개최한 주주총회에서 스위스 비밀계좌를 비롯한 비자금 폭로가 이뤄졌다면 기관투자자나 일반투자자들의 표심은 확연히 달라졌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여의도해적단이 전면에 나선 이상 이전에 언론 등을 통한 의혹제기로도 판을 크게 흔들 수 있었다.


이미 금보를 향해 마음이 기운 노라가 주주총회에서 강 회장 측에 선 것은 사람의 심리로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스위스 차명계좌의 진실을 알고 있는 여의도해적단이 노라가 폭로할 때까지 이를 묻어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미 빼돌린 비자금과 스위스 차명 비자금을 별개로 끌고 가는 흐름도 이상하다. 그것이 어떤 정체의 어떤 방식으로 구축된 돈이든 여의도해적단은 자신들의 소유가 아닌 자산을 탈취했다. 그 자체로 범죄다. 결국 그것을 이후 회사에 우리사주로 환원했다고 해서 그 행위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때문에 양측 모두 밝혀봐야 손해인 국내 비자금을 이슈로 띄우기 보다는 강노라가 말했던 것처럼 국세청이 나서고 검찰이 손을 잡아 스위스 차명 비자금으로 승부를 보는 게 여의도해적단에겐 유리하다. 그러나 이런 각 요소의 유기적 연계 하나 없이 스위스 차명 비자금은 언급만 되고 사태에 아무 영향을 지지 못하고 말았다.


더 당혹스러운 것은 수백억의 비자금을 탈취했음에도 여의도해적단은 끝내 당당하고 사법처리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딱 하나, 이 또한 비현실적이기도 하지만 드라마적 허용으로 가능한 방법은 금보가 말한대로 업무 연관성을 법정에서 인정받아 복직에도 성공하고 사법적 책임도 면죄되는 것뿐이다.


하지만 드라마의 마지막은 이런 과정이 아니라, 또 한 번의 언더커버 투입이라는 회사와 개인 간의 딜로 복직 문제를 마무리한다. 심지어 이미 여의도해적단의 대표로 이름과 얼굴이 알려질대로 알려진 그녀가 언더커버라니... 엮으려면 엮을 수 있는 요소들이 있었음에도 유쾌한 여지를 남기는 요즘 드라마의 법칙에 충실하느라 현실에서는 절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치명적인 문제를 덮어버린 것은 큰 실수라 생각된다.



이 밖에도 송 실장이 노라 유괴사건의 배후임을 증명할 송 실장과 봉달수가 같이 찍힌 사진을 활용하는 방식(노라 엄마는 잡지사에 먼저 넘기지 않은 것에 감사하다고 했지만 그 사진을 가져가서 실질적인 키로 활용하진 못했다), 자살 위장 살인을 저지르면서 지갑을 전리품으로 챙기는 행위(지갑이 없어지면 단순 자살이 아닌, 강도살인 등의 가능성을 같이 고려할 가능성이 발생) 등 결말을 좀 더 복잡하게 끌고 가려는 욕심에 단순히 스토리만 질질 끄는 결과로 이어진 설정들이 계속 튀어나온다.


상당히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기에 이런 부분들로 평가를 뒤집거나 배신감을 언급하고픈 생각은 없지만, 조금만 더 자연스럽고 이성적인 설계로 마무리까지 완성도에 힘을 들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 이미지 출처: tvN '언더커버 미쓰홍'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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