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평] 인사이드 아웃2 불안이를 보고

뒤쳐짐에 두려워하는 나를 위해.

by 청출아람

영화 <인사이드 아웃>은 라일리라는 주인공의 기쁨, 슬픔, 분노, 까칠, 소심이라는 감정들을 감정 캐릭터로 의인화하여 라일리가 겪는 감정들을 표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리즈 1은 이 5명의 감정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했다면, <인사이드 아웃2>에는 주인공 라일리가 사춘기를 겪으면서 불안, 부럽, 따분, 당황, 추억이라는 더욱 복잡한 감정들이 새로 생겨나게 된다. 오늘 나는 그 중 '불안'이라는 감정을 리뷰해보고자 한다.



인사이드 아웃2의 불안이



지금부터는 약간의 스포가 존재할 수 있으니 미리 주의하며 봐주길 바란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2>에서 처음 본 불안이는 빌런 그 자체였다. 기존에 있던 감정 친구들을 내쫒고 감정 컨트롤 타워를 차지하더니 지금까지 쌓아온 자아를 버리고 경쟁의식으로 가득찬 자아를 새롭게 생성하는 과정들을 보면서 너무 꼴받아서 영화보는 내내 한대 쥐어박고 싶기도 했다..



그러나 영화 막바지까지 계속되는 불안이의 빌런 공세를 계속 지켜보며 왠지 모를 뭉클함이 생겼고 남들에게 뒤쳐지지 않으려는 불안이의 모습에서 '지금의 나'를 바라볼 수 있었다.



나는 무엇 때문에 불안해 하는가?



영화가 끝난 뒤로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고민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바로 '예측 불가능한 미래'다. 영화 속 불안이는 라일리의 성공을 위해 계속해서 다양한 예측 시나리오를 생성하여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한다. 생성된 예측 시나리오는 긍정적인 시나리오가 아니라, 라일리가 겪을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들이다. 불안이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빠지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상상하고 대비한다. 그리고 주인공 라일리는 발생하지 않은 예측 시나리오 때문에 끊임없이 불안해하고 잘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게 되며 결국엔 절친한 친구와의 우정마저 져버리게 된다.



영화 내용만을 보면 불안이의 빌런 공세가 참 답답하고 미련할 수 있다. 그러나, 불안이의 미래를 대비하고 끊임없이 상상하며 라일리를 몰아치는 태도는 라일리를 위한 행동이라는 것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왜냐하면, 지금의 내가 불안이와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아직 정확한 꿈과 비전이 존재하지 않는다. 막연히 'AI 엔지니어'의 꿈을 꿨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 않았다. 끊임없이 책상에 앉아 공부해야했고 머리가 뛰어나지 않은 탓에 남들이 할 노력에 2배 이상 인풋이 들어가줘야지 겨우 전공자들 수준에 따라 갈 딱 그 정도 수준의 사람이었다. 이러한 생각은 나를 끊임없이 다그치게 했고 낙심케했으며 '포기'라는 새로운 감정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듬해 여름 나는 꿈을 포기했다.



꿈을 포기하는 과정들은 너무나도 어려웠다. 쏟아부은 그간의 노력들이 물거품이 되는 것 같았고 남들에 비해 다른 분야로의 스펙이 부족했던 탓에 불안한 감정이 휘몰아쳤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기 시작했다. 전에 인턴으로 있었던 회사의 멘토분들을 찾아가 자문을 구하기도 했고 그간 찾아보지 못했던 대학교 형과 친구를 찾아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으며 친형의 여자친구분을 만나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한명한명 찾아가 대화하며 내 생각을 거침없이 털어놓았고 이내 똑같은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다.



속도에 집착하지 말고 남들과 비교하지 말자.



가장 단순한 말이면서 경쟁 구도에 익숙한 현대인에게 가장 어려운 태도가 아닐까 싶다. 그렇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이러한 태도가 너무나도 필요했다. 남들과 비교하며 스트레스받고 나를 끊임없이 몰아쳤던 지난 기간을 돌아보면 절대 행복하지 않았다. 나를 다그치는 과정 속에서 내가 정말하고 싶었던 공부와는 점점 멀어졌고 남들이 하고 있는, 남들이 유망하다고 주장하는 분야로 시선이 돌아가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내가 스스로를 다그치고 못되게 굴었지만 그 궁극적인 목적은 나의 미래를 위했듯이 불안이도 주인공 라일리를 끊임없이 다그치고 스스로를 몰아친 것이 결국에는 라일리를 위한 행동이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방식으로 나를 위하는 것이 올바른 행동은 아니라는 것은 내 스스로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때문에, 불안해 하지 않을 나를 위해 앞으로 지킬 몇가지 약속을 쓰고 글을 마무리 하려고 한다.



남들과 비교하지 말며, 속도에 집착하지 말자.

불안도 나의 존중해야 할 감정 중 하나이며 때로는 불안의 감정을 즐기자. 다만, 불안이 지나치지 않도록 주의하며 경계하자.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상하지 말고 너무 먼 미래는 계획하지 말자. 미래는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기억하자.

일어나는 일들에 계획하심이 있음을 기억하자.

항상 현재에 최선을 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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