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을 하고 재산분할을 받아 이사한 구축 저층 아파트는 매일을 쓸고 닦아도 아파트 인접 도로에서 들어오는 먼지가 시커멓게 쌓여갔다. 문을 닫아두어도 어디서 그렇게 먼지가 흘러들어오는지 앉았던 자리를 잠깐 있다 손으로 쓸어보면 시커먼 먼지가 묻어났다.
마음에도 먼지가 끼지 않도록 매일을 쓸고 닦았지만 아이가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으로 "엄마 왜 우리 여기로 이사왔어? 다시 그 집으로 가고 싶어" 라고 말할때마다 내 마음은 산산조각이 났다.
그리고 봄.
예전 살던 고층 아파트는 베란다가 없고 창문도 활짝 열 수 없었다. 거기서 키울 때는 다 죽어가던 나무들이 새로이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바짝 말라버려 이걸 버려야 하나 고민했었지만 따뜻한 날이 돌아오니 언제 그랬냐는 듯 새로운 가지를 쭉쭉 뻗어나갔다.
그 모습을 보며 깨달았다.
어떤 환경 속에서라도 살아내려하는 힘은 여전히 우리 안에 있다는 것을.
전세 대란 속에 겨우 구한 우리집은 비록 낡고 춥고 먼지가 많았지만 그곳에서 나는 아이와 둘이 함께 웃고, 먹고, 살아갈 수 있었다.
생활은 전과 달라졌지만 매일을 버티고 이겨내는 나 자신이 얼마나 강한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나는 매일을 감사한다.
주어진 삶과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하루하루
그리고 여전히 살아서 새로운 날들을 맞이할 수 있다는 사실.
먼지가 쌓인다면 또 닦아내면 된다.
마음도 그렇게 닦아내면 된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우리 삶도 나무처럼 다시 싹을 틔울 날이 올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