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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새정치 -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by 바람꽃 우동준

의도치 않게 계속 국민의당 이야기만 하게 됩니다. 다양한 정치 리뷰글을 적고 싶었으나, 너무 충격적인 소식이기도 하고 바로 지난 글이 국민의당 당원권 정지에 대한 글이었던 터라, 이번 글도 국민의당에 관한 이야기로 정리해보겠습니다. 당초 2월 4일로 예정되어 있던 국민의당 전당대회가 취소되었습니다. 전대를 불과 4일 앞둔 시점에서의 결정이라, 당황스럽다 못해 실소까지 나오는데요. 이렇게까지 정당 민주주의가 훼손되다니.. 정당 내 당직자들은 이번 결정을 어떻게 생각할지 매우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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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본모습이었나


국민의당의 기반인 호남을 외면하고 진행하던 합당은 애초부터 무리한 선택이었습니다. 생중계 전당대회라던가, 당원권 정지 징계와 같이 다소 창의적인(?) 단어들이 나온 것도 첫출발의 불안전함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죠. 안철수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합당에서 보여준 모습들은 독단적 리더십의 전형이었습니다. 바른정당과의 합당과 대표직 재신임을 묻는 전당원 투표에서 투표율이 절반도 넘지 못했지만 당원 70%가 찬성한다는 기적의 명분을 앞세울 땐, 한 때 민주진영에서 서울시장 후보와 대선 후보직을 겨루었던 그가 맞는지 슬픈 생각까지 들더군요. 수많은 젊은 유권자층의 지지를 받으며 새정치를 향한 희망을 말하며 나왔던 그때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변한 것인지 아니면 검증할 기회가 없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보이는 안철수 대표의 정치적 스탠스와 철학은 너무도 자명하게 비민주적이고 독단적입니다. 보수 야당의 대표라고 해도 어색함이 없을 정도입니다.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되고, 국정농단과 경제 침체, 수많은 국가폭력과 참사들이 이어졌던 그 슬픈 과거의 시작은, 당시 대선후보였던 안철수 대표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부진한 단일화 과정부터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당연히 모든 책임은 국가 책임자로서 제 몫을 못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있습니다만, 막을 기회가 있었던 순간에 대한 복기는 필요하니까요.


정권 창출이란 거대한 미션을 두고 좀처럼 의견을 좁히지 못해던 대선 기간 동안 진보 지지층은 환멸을 느꼈고, 야권 대선후보의 등장은 그만큼 늦어졌습니다. 대선 후보 등록일 12일 전이라는 촉박한 시간에 시작된 단일화 방안에 대한 협상은 결국 국민 여론조사로 좁혀졌지만 안철수 대표는 여론조사는 오염되었다며 마지막 협상을 거부하고 결국 후보를 사퇴했었습니다.

(참고기사 : http://news.joins.com/article/18477654)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시절 때도 그랬습니다. 당시 문재인 대표가 제안한 당내 혁신위원장을 거부하며 오히려 안철수 대표는 역으로 '10대 혁신안'을 내놓았습니다. 너무 의아했습니다. '혁신안이 있다면 직접 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그는 내 혁신안을 받지 않을 거면 혁신 전당대회를 열어 대표 재신임을 묻겠다는 요구 끝에 결국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해 국민의당을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만든 국민의당이 이제 새로운 당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합니다. '정권교체의 희망이 없다'며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했던 그가, '저 포함 모두 광야에서 죽어도 좋다. 죽는다면 이 당에서 죽겠다.'라고 말했던 그가, '야권통합만으로 의석 몇 석 늘릴 수 있을지 몰라도 정권교체 희망 없다'며 총선에서 국민의당을 사수했던 그가 말은 합당이지만 사실상 탈당에 가까울 정도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바른정당과의 합당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다시 전당원투표라니


이미 한 차례 경험했던 전당원투표입니다. 통합 반대파가 제기했던 전당대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되며 안철수 대표는 법적인 하자가 없다고 하지만, 법원의 해석이 '전당원투표는 법적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라고 했기에 효력 없는 결과로 합당을 정당화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중앙위원회를 소집해 전당원 투표를 '당 해산과 합당을 의결하는 당의 최고 의사결정 방법'으로 당헌을 수정하려 한다니요. 전당대회 성사가 어려워지니 전당원투표를 전당대회 급으로 격상시키겠다는 발상은 경악스럽기까지 합니다. 박정희 최규하 전두환이 했던 장충체육관 선거와 다른 게 무엇입니까.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 '권력'으로 절차를 수정해버리는 일은 그 결정의 영향력과 정도에 차이 없이 모두 '적폐'의 연장입니다.




신 보수는 없을 것이다


박주선, 김동철, 주승용, 이용호 의원으로 대표되는 국민의당 통합 중재파 의원들이 합당에 합류하는 것으로 의견을 조율했다고 합니다. 민주평화당의 창당을 이끌지 못한 상태에서 뒤늦게 민평당에 합류하는 것도 정치적 영향력과 지분을 챙기지 못할 테니, 바른정당과의 합당에 합류함으로써 새 입지를 다져보겠다는 계산이겠죠.


안철수 대표는 합당 이후 대표직을 사퇴한다고 했고, 유승민 대표도 지선 이후 대표직을 유지하기 힘들 테니 새로운 대표 경선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인물' 중심으로 만들어지고, 탄탄한 지역 기반이 없는 정당이 선거 이후를 제대로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어쩌면 지선 이후 홍준표 대표 체제의 자유한국당이 끝난다면, 바른정당에서 넘어간 의원들의 제안에 못 이기는 척하며 보수연합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지금의 합당 과정만 살펴본다고 하더라도 우린 알 수 있습니다.

이곳엔 새정치도, 따뜻한 보수도, 모두 없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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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우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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