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보름 정도 남았습니다. 지방선거 후보등록을 하기 위해 이제부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민주평화당의 확실한 창당이 발 빠르게 진행될 텐데요. 28일인 어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통합 반대를 표한 175명의 의원들에게 모두 징계를 내렸습니다. 재밌는 건 이 징계대상에 이상돈 의원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인데, 통합의 과정에서 센세이션 한 전당대회를 선포했던 안대표답게 징계의 범위와 타이밍도 당혹스러움을 넘어 충격적이기까지 합니다. 이와 관련한 내용을 정리합니다.
지난 글에서도 한 번 다루었지만 지금 국민의당은 바른정당과의 합당을 추진하고 있고, 호남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들은 대부분 통합반대를, 호남이 아닌 지역구 의원들과 친안철수 계열의 국회의원들은 통합 찬성을, 상대적으로 입김이 약할 수밖에 없는 비례대표들은 중립 쪽에서 기존 관계에 의해 통합에 대한 찬반이 갈리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와중에 전당대회의 개최를 선언할 수 있는 전당대회의 의장인 이상돈 국회의원은 바른정당과의 합당을 대표적으로 반대하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재밌는 건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기 때문에, 현재 당대표인 안철수 의원이 탈당을 시켜주지 않는다면 국회의원직 유지를 위해 바른정당과의 합당으로 따라갈 수밖에 없는 입장입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바른정당과의 테이블에 홀로 갈 수 없기에 당대표 권한을 그대로 유지하며 비례의원들을 패키지로 싸가려고 하는 것 같은데 어제의 징계로 이제 그 길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한 거라 생각됩니다.
- 179명 '당원권 정지' 징계
통합 찬성파와 반대파가 힘겨루기를 한지는 꽤 되었으나, 179명의 당원권 정지라는 징계가 내려진 건 28일(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있었던 '민주평화당' 창당 발기인대회가 주요한 원인이었습니다. 이 창당 발기인대회를 통해 '민주평화당'이라는 새로운 정당의 시작을 공식화했기에 안철수 대표도 징계에 관한 '최소한의' 대외적 명분은 생긴 셈이지요.
민주평화당 발기인 대회엔 조배숙·박지원·천정배·정동영·장병완·유성엽·박준영·윤영일·정인화·최경환·김광수·김경진·김종회·이용주·박주현·장정숙 의원 등 현역 의원 16명과 권노갑·정대철 전 의원 등 국민의당 상임고문 16명도 발기인으로 합류하였습니다. 현재 헌법 상 당적을 유지한 채 새로운 정당을 창당하는 건 불법이 아닙니다.
재밌는 건 박주현 의원과 장정숙 의원은 비례대표인데도, 발기인 대회에 참석했다는 겁니다. 상대적으로 이상돈 의원은 반대를 확실히 표명하면서도 탈당에 관한 의지까지는 확실히 보여주지 않고 있는데 비해, 두 비례의원들은 확실히 창당에 무게가 더 실려 보입니다. 이번 지선에서 호남지역 출마를 준비하는 것인가 상상해도 국회의원보다는 아무래도 무게감이 떨어지니 아닌 것 같고, 민평당에서 '비례대표 정당 선택법'을 발의하기도 했으니 안철수 대표의 조기 사퇴를 더 압박해볼 모양새인 것 같기도 합니다.
안철수 대표는 179명 당원권 정지 명단 안에 민평당 발기인 대회에 참석한 의원들과 함께 참석하지 않은 이상돈 의원도 포함시켰습니다. 이상돈 의원도 발기인대회에 참석하진 않았지만 사실상의 창당 준비를 도왔다는 입장인 겁니다. 하지만 정작 발기인 대회에 참석한 권노갑, 정대철 고문은 징계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고문에 대한 예우와 통합 움직임 합류에 대해 정중한 부탁을 드린다는 겁니다.
왔다 갔다 하는 기준 속에서 이상돈 의원은 당원권 정지로 인해 전당대회 의장 권한을 상실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2월 4일 진행될 전당대회의 의장 권한은 통합 중재파인 '이영호 의원'이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중재파의 요구는 전당대회하기 전에 대표직을 내려놓으시라는 건데, 안철수 대표가 이를 수용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 전당대회 방식
국민의당 전당대회는 2월 4일 진행됩니다. 보통의 경우 전국의 대의원이 한 곳에 모여 대회를 진행하는데 시간상 불가하고 또 통합을 향한 대의원 다수의 동의를 구하기 어려우니 새로운 방식을 도입합니다. 이 방식이 복잡한데 전국 22곳에서 영상과 음성이 이원 생중계가 되고 주 대회장에서 전국 22곳 개최 장소의 모습을 송출하겠다는 겁니다. 즉 이원 생중계를 통해 전국에서 개최되는 전당대회와 같은 효과를 내겠다는 것인데 쉽게 상상이 안 되는 모습입니다.
더욱 재밌는 부분은 당원권 정지 징계로 사실상 전당대회 진행 권한을 가진 이영호 의원이 개회선언과 폐회선언을 하지 않더라도 투표 집계와 결과로 사실상의 전당대회 폐지 선언이 가능하다는 통합파의 의견이 나왔다는 점에서, 한국 정당사에서 전무후무한 전당대회가 하나 탄생하지 않을까 아주 기대가 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국민의당을 지지하지 않지만, 거대 양당구조보단 다양한 철학을 가진 다당제 구조가 더 낫다고 보기에 야당들의 선전을 바라기도 합니다. 하지만 통합을 향한 길에서 안철수 대표가 보여주는 선택과 태도들은 품격 있는 정치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고 여겨집니다. 정치라는 것은 여의도 안에서 서로 간의 치열한 계산 다툼이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를 향해 도덕적인 선택과 행동을 모범적으로 보여줘야 하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통합의 끝에 안철수 대표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통합의 과정을 모두 지켜본 국민들이 통합 이후의 정당과 정책을 끝까지 믿고 지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국민의당도 쪼개지며 하나의 또 다른 야당이 생겼습니다. 민주평화당의 정책이 어떨지 아직은 구체적으로 보이지 않지만 보다 우리 정치를 건강하게 하는 단초가 되길 기대합니다.
글쓴이 우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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