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대국민 소통채널 중 하나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작년 8월 17일 신설되었습니다. 현재까지 다양한 이슈들이 게시판에 올라오고 그에 따른 청와대의 직접적인 답변을 듣기도 했었는데요. 현재는 소통하는 정부란 호평과 함께 청원 게시판에 올라오는 내용에 대한 우려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각자의 이익을 담은 내용들이 청원의 내용으로 올라온 다는 건데요. 처음의 의도와 다르게 흘러가는 모습의 청원 게시판. 살펴보겠습니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은 미국의 '위 더 피플'을 본떠 만들어졌습니다. 임종석 비서실장의 제안으로 시작된 청원 게시판은 30일 동안 20만 명의 청원이 모이면 해당 내용의 정부 담당자가 나와 답변을 하는 것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미국 백악관의 청원 게시판은 30일 동안 10만 명의 청원이 모이면 답변을 하는 것으로 되어있어 청원 숫자에서 그 차이점이 있는데요. 이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 인구는 약 3억, 대한민국의 약 5천. 인구의 절대적인 차이가 있는데 10만 명이나 더 높은 기준으로 답변 여부가 결정되는 건 고려해봐야 한다는 것이지요. 여기에 대해서는 두 가지 사항을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하나는 미국 백악관의 경우 청원과 참여를 위해선 회원가입과 로그인의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대한민국은 기존에 가입한 sns 계정으로 바로 참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둘은 인터넷에 대한 접근도입니다. 대한민국의 경우 lte 망과 와이파이가 지하철과 고층 건물 가리지 않고 깔려있는 반면, 미국은 모바일에서의 인터넷 접근이 상대적으로 원활하지 않습니다. 이 두 가지를 고려한다면 미국의 '위 더 피플'과 대한민국의 '청원 게시판'의 단순한 비교는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청원 게시판을 운영하는 청와대는 대한민국의 행정부입니다. 대통령의 권한이 높다 한들 입법부와 사법부에까지 그 영향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요. 가장 최근 청원 게시판에서 뜨거웠던 이슈는 '나경원 의원의 IOC 위원 파면 청원'이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청와대에 권한이 주어진 것이 아니기에 마땅히 전할 답변도 없는데요. 요즘 문제가 되는 것은 이처럼 청와대의 권한 밖 주제들이 청원 게시판의 주요 쟁점으로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동시에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 반대' '수능 절대평가 반대' 등 국가 정책으로 인해 이익이 상반될 수밖에 없는 대상과 주제들에 대해서도 청원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베스트 청원으로 되면서 홈페이지에 우선 노출되고, 다수의 청원을 받는 과정에서 새 정부의 공약 사항들에 대한 여론전과 정부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청원 게시판은 그 본래의 목적과 달리 운영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시민 다수의 의견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청원 게시판이 가진 중요한 지점이라 말할 수 있겠지만, 정부의 핵심 공약과 이해관계가 연결되어 있지 않은 시민이 청원 게시판에서 다수의 지지를 받는 내용을 보고 이것이 시민 다수의 의견이라 인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청원 게시판을 통한 여론전은 분명히 경계해야 할 지점이기도 합니다. 이 부분은 '가상화폐 규제 반대' 청원에서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상화폐의 경우 투기적 성격을 띤다는 점에서 정부의 규제가 어떻게 서든 들어가는 것이 맞는 것임에도, 가격 하락을 우려한 반대 청원운동은 거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진현 검사의 폭로에 대한 공정조사 국민 촉구와 소년법 폐지, 낙태법 폐지, 권역외상센터 지원과 같은 중요한 사회적 담론도 이 게시판을 통해 형성되기도 했습니다. 청와대의 실험이 이전 정부에선 볼 수 없던 모습이라는 점에서, 국민과의 소통을 어느 정도로 중히 여기는지 엿볼 수 있고 동시에 어설프고 매끄럽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국민의 바람과 염원이 들어가는 청원과 정책적인 비전을 가지고 접근해야 하는 주제에 대해 잘 판별하며, 이미 시작된 청원 게시판을 민주주의가 더 성장하고 단단해질 수 있는 계기로 삼길 기대합니다.
글쓴이 우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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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woodongjoon.com/41 [우동준의 어제와 같은 하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