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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에 봄은 오는가 : 이스라엘 F-16기 격추

by 바람꽃 우동준

지난 10일 시리아군이 이스라엘의 F-16 전투기를 격추시켰습니다. 조종사 2명은 생존한 것으로 전해지는데요. 이번 사건에서 시리아 내전과 세계 강대국들의 참여, 미묘하게 변하는 정치 상황에 대해 유의미하게 살펴볼 지점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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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드족과 미국



현재 시리아는 IS가 사라진 후 극심한 혼란에 빠져있습니다.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내전에 휩싸인 시리아는 마치 구한말 한반도와 같이 세계열강들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각축장으로 변해가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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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시리아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건 수니파, 알라위, 쿠르드 수니파, 기독교 순입니다. 내전의 큰 원인 중 하나도 이런 복잡한 인종적 갈등에서부터 시작하는데요. 먼저 쿠르드 수니파는 시리아의 북쪽 지역을 점령해 자치구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쿠르디스탄이라고 불리는 산악지역에서 거주해왔던 쿠르드족은 나라가 없는 세계 최대 민족으로 불리고 있는데요. 아래 지도에서 보시다시피 쿠르드인은 터키의 대부분과 시리아 북부에 분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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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가 시리아를 점령했을 때, 쿠르드족은 '인민수비대'라는 군사조직을 정비해 맞섰습니다. 이 인민수비대를 후방에서 지원한 국가가 '미국'인데요. IS가 격퇴된 지금까지도 미국은 쿠르드족의 인민수비대를 지원하며 시리아 북부에서의 영향력을 가져가고 있습니다.





크림반도 이후 중동을 넘보는 러시아와 아사드 정권



러시아의 크림반도 무력 합병 이후 스웨덴과 프랑스, 독일은 징병제를 검토할 정도로 러시아의 행보에 대해 많은 긴장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유럽으로 향하는 주요 길목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영향력을 잃지 않은 러시아는 이제, 아래로 시선을 돌려 옛 소비에트 연방의 코카서스 지방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코카서스 지방의 너머엔 중동의 강자들인 터키와 이란이 버티고 있는데요. 이 터키와 이란의 각축장이 다시 시리아가 되어버립니다. 재밌는 건 이스라엘의 오랜 후원국이 미국이라면, 시리아의 오랜 후원국은 구 소련이며 현재의 러시아란 사실인데요. 아랍의 봄을 통해 민주화를 꿈꾸며 아사드 정권의 전복을 바라는 반군들에 대항해 러시아는 아사드 정권을 지킨다는 빌미로 시리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중동의 시아파 맹주인 이란은 과거 시아파 연대를 구축했던 시리아를 쉽게 포기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수니파와 시아파의 분쟁은 계속 이어지고 있고, 수니파가 상대적으로 다수인 상황에서 시아파 정권이 연장되는 것이 종파 간 균형을 맞춰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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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미국의 개입을 줄이기 위해, 중동에서의 영향력을 가져가기 위해 러시아는 시리아 아사드 정권을 보호하고 있고, 중동 내 종파 간 갈등에서 힘을 지키기 위해 시아파 연대를 만든 아사드 정권을 이란이 지키고 있는 형국입니다.






수니파 반군에 대한 수니파 국가, 터키의 연대



시리아가 이란과 함께 시아파 연대를 맺고 있지만, 위에서 보았든 시리아의 인구 절반 이상은 수니파입니다. 자연스럽게 아사드 정권에 대한 반군 구성도 수니파 다수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대표적인 수니파 국가인 터키가 이 시리아 반군과 결합하고 있습니다.


아직 불안정한 요소가 많지만 상대적으로 민주적 정부를 가지고 있는 터키가, 종교적 명분과 민주적 명분으로 시리아 반군을 지원했지만 러시아의 개입 이후 반군의 기세는 꺾이고 말았습니다. 팍스 아메리카나를 주창하며 세계 경찰을 자임했던 미국도 옛 이라크 전쟁의 트라우마가 있는 듯 적극적으로 개입하려고 하진 않는데요. 이 과정에서 결국 피해를 보는 건 수많은 시리아의 주민들과 아이들, 난민들입니다.


시리아와 가장 가깝게 국경을 맞대고 있다는 이유로 또 같은 수니파 국가라는 이유로 시리아 난민 2백7십만 명은 터키로 향했는데요. 유럽으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터키는 물밀듯이 밀려오는 시리아 난민들에 대해 처음에는 동정과 인도적 차원, 배려에서 공포와 혐오로 점점 그 태도가 변해갑니다.


그도 그럴 것이 주거가 불안정한 난민들이 길가에서 잠을 청하고, 터키 국민들의 일자리를 싼 가격에 시리아 난민들이 해버리니 자신의 생계가 오히려 더 불안해져 버린 것이지요. 실제로 시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터키의 도시 킬리스는 자국민이 9만 명이지만, 시리아 난민이 13만 명이나 거주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이란의 적극적인 개입,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개입을 하는 미국과 서방사회. 아사드 정권은 더 건강히 자신의 권력을 키워가고 있고, 수니파 반군은 분열되고 그 힘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전투기 격추, 변화의 단초인가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 전투기가 시리아의 대공 무기 공격에 피격돼 추락했습니다. 이스라엘군은 시리아 내부 이란의 드론 시설을 공격하고 복귀하다 피격당했다고 정했는데요. 여기서 두 가지 사실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나는 왜 시리아에 이란의 드론 시설이 있냐는 것입니다.


세계 핵무기 보유국 중 한 곳이 이스라엘인데요. 이란은 2015년 핵무기 협정을 하며 경제제재가 풀리고 핵 보유국으로서의 의지를 낮췄습니다. 하지만 과거 이스라엘과 이란의 분쟁의 주요 이슈가 바로 '핵무기'였다는 것을 기억하고, 트럼프 정부 들어 '이란 핵 합의'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꺼낸다는 걸 기억한다면 이 두 국가 간의 분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걸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란 대통령은 12일, "미국과 시온주의 정권이 이란과 중동지역 국가 내정에 간섭하고 불안과 분열을 야기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엔 시리아 아사드 정권에 대한 개입도 물론 포함되어 있는데요. 이란은 이스라엘에 보낸 무인기는 IS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하며 무인기에 대한 공격은 명백한 테러 행위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또다시 이스라엘이 공격한다면 심각한 대응에 나서겠다 밝혔는데요.


이란의 자신감이 상당해 보이는 건 그 나름의 근거가 있습니다. 사실 시리아의 대공 방어망은 너무도 취약해 그간 이스라엘의 전투기가 제 집 드나들듯 시리아의 영공을 돌아다녔는데요. 이번 전투기 격추를 통해 위협적인 대공망을 갖추었다는 걸 보여줬다는 것이 주요한 근거가 될 것입니다.





중동의 新 삼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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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라는 국가 안에서 러시아와 터키, 이란, 미국, 이스라엘이 뛰어들어 세력과 힘을 다투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시리아를 터전으로 살아온 주민들의 삶은 철저하게 사라져 버렸습니다. IS가 가니, 민주화에 대한 꿈도 멀어져 가고 있습니다.


시리아의 앞으로가 너무 걱정됩니다. 러시아와 미국, 일본, 중국에 의해 우리 주민들의 삶이 사라졌던 지난 역사가 있으니, 시리아의 미래에 대한 관심이 쉬이 꺼지지 않습니다. 시리아의 봄이 찾아오길 기도합니다..
















글쓴이 우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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