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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확장법 232조 - 비브라늄이 된 철강

by 바람꽃 우동준

16일, 미국 상무부의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이 보고서를 통해 미 상무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따라 철강 수입이 자국의 안보에 미치는 영향과 이후 조치에 대한 권고안을 제안했는데요. 지난달 세이프가드 조치 이후 또 한 번 미국의 강력한 무역제재조치가 시작되려 합니다.




무역확장법 232조에 대해


무역확장법 232조는 1962년 만들어졌습니다. 이 법은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수입물품에 대해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안보를 위협하는 물품이라는 판단이 선다면 상한 없이 관세를 부여할 수 있게 해주는 조항인데요. 이 조항에 따라 미국 상무부가 철강 수입에 대한 안보 영향 조사를 마쳐, 한국은 최소 53%의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권고안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안했습니다.


이번 이야기의 직접적인 시작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17년 4월 20일,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확장법 232조에 철강 수입에 대한 부분을 적용할 수 있을지 조사하라는 행정 각서에 직접 서명합니다. 5월, 미 상무부는 자국 철강업계와 공청회를 개최하고 이 자리에서 '한국'과 '중국'이 주요한 철강 덤핑 수출국이라며, 즉각적인 수입 제한 조치를 요구합니다.


이 자리에서 존 페리올라 뉴코어 CEO는 "철강 공급과잉 문제의 중심에는 중국이 있지만 한국, 브라질, 러시아, 터키 등의 국가도 인위적으로 값싼 철강을 세계 시장에 쏟아내면서 일조하고 있다"라고 말했고, 그에 응답하듯 11일 백악관에 제출된 보고서의 제재 대상 국가엔 한국, 브라질, 러시아, 터기, 중국, 코스타리카, 이집트, 인도, 말레이시아, 남아공, 태국, 베트남이 포함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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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 철강 수출 1위인 캐나다와 4위인 멕시코, 7위 일본, 8위 독일, 9위 대만이 빠졌습니다. 그 외 한국이 포함된 12개 국가엔 53%의 관세를 적용하는 것이 미 상무부의 권고안인데, 이 적용대상에 대한 기준이 모호한 것이 문제입니다.


우선 미국과 인접한 전통적 북아메리카 동맹국가인 캐나다와 멕시코는 무역량 고려 없이 제외되었고, 유럽과 동아시아의 주요 동맹국인 일본과 대만도 제외되었습니다. 2011년 대비 수출증가율을 살펴보면 캐나다가 5% 브라질과 한국이 각각 66%와 42%, 러시아와 터키가 146%, 238%라는 점에서 대미 수출증가율의 급격한 증가가 제재 기준인 것 같지만, 독일이 40%, 이탈리아가 86%, 스페인이 106%라는 점에서 이 기준 또한 명확해 보이진 않습니다.


결국 핵심은, 미국의 주요 견제 국가인 '중국'이며 그 외에도 이번 조치엔 국제, 정치적 요소가 함께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됩니다.




우리 철강은 안보를 위협하지 않아


무역확장법 232조에서 명시하는 대상은 '자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수입 물품'입니다. 그에 따라 이번 조치에 대한 중국과 한국의 대응도 이 조항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중국은 우선 자국의 철강 물품에 대해 "미국에 수출되는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은 모두 민간에서 사용되는 중저가 제품", "미국 국가 안보에 전혀 영향이 없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작년 행정 각서 서명 이후 한국 산업부의 대응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국산 철강은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골자로 한 반박 의견서를 제출했고, 백운규 산업부 장관도 무역확장법이 실시되기 전 미국 정부와 만나 설득하는 작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미 상무부가 생각하는 진짜 원인이 자국 안보 위협이었냐는 부분인데, 여기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때부터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주창했고, 해외에 나간 기업들을 국내로 다시 돌아오겠다고 공언했었는데요. 과거 철강과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였던 미국 러스트 벨트 지역이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에 가장 크게 응원했고, 또 주요 지지층이 밀집된 지역이라는 점, 이번 무역확장법을 통해 한국과 중국의 철강제품 수입이 제한된다면 가장 큰 이익을 받을 곳도 이곳입니다.


실제 연 초 집권 1년 차를 맞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32%대였습니다. 이후 세이프 가드 조치와 세제 개혁 법안을 지나며 지지율은 2월 초 42%를 기록했는데요. 이번 중국과 한국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조치도 정권 지지율과 국정운영의 정책기조를 유지하기 위한 선택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트럼프는 한국 GM 군산공장 폐쇄 조치에도 자신의 성과라며 자랑하고 있는데요. 강력한 보호무역을 향한 리더십과 이에 대한 결과가 곧 자신의 자리를 지켜줄 것이라 생각하는 트럼프이기에, 자국의 안보에 철강이 위협된다는 판단보단 자신의 대통령 자리가 위협된다는 판단이 더 우선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외교적 요인 - 결국 견제는 중국이다


대미 철강 수출 상위 20개국에서 높은 관세 적용을 제외받는 국가들을 살펴보면 이전의 미국 세계 안보 정책과 연결되는 지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우선 일본과 독일 그리고 대만입니다. 독일은 미국의 유럽 전략에 있어 가장 중요한 파트너입니다. 힘이 빠진 채 고립으로 들어간 영국과 나름의 곤조(?)를 가지고 있는 프랑스를 컨트롤할 수 있는 유일한 중견국가인 독일. 미국의 유라시아 대륙의 가장 중요한 축이죠. 일본과 대만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국의 해상루트를 경계할 수 있는 가장 전초적인 국가들이며, 또 직접 주둔할 수 있는 주요 동맹국이기도 하죠.


브라질은 남아메리카의 거대 국가, 러시아는 크림반도 병합 이후 군사적 긴장을 지속적으로 강화시키는 국가이며 현재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을 비호하는 국가, 터키는 시리아의 쿠르드족을 지원하는 중동의 패권국가. 이처럼 기존의 국제정세를 대입시켜보면 어쩌면 너무 당연한 무역제재이며 견제이지 않나 싶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대체 왜 여기에 들어가는 걸까요? 이미 미국은 중국 철강에 대해 고강도 제재를 가해왔고 그로 인해 대미 무역량 10위에 중국이 들어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사이 한국이 수출하는 철강의 양이 급증했고 이 철강은 결국 중국의 원재료를 가공했다는 점에서 한국 또한 주요한 제재 국가 중 하나로 포함된 것이란 지적이 많은데요. 러시아와 터키, 인도, 한국의 철강에 대한 제재는 곧 중국에 대한 간접적인 견제로 작용할 것이란 예측이 힘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안보와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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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이번 무역 확장법이 적용되면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할 것이라 엄포를 놓고 있습니다. 그에 반해 한국은 올림픽 이후 남북정상회담과 한미 연합훈련 등 안보와 관련된 주요 이슈가 산적해있는 상황인데요. 산업부 장관은 최종 승인 기간인 4월 11일 전까지 최대한 미국 정부를 설득하겠단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결국 주도적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는 말을 한 것인데, 이런 미국의 조치가 한반도의 외교 안보 상황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조심스럽습니다.


전통적으로 통상에 대한 부분에서 한국과 미국은 치열하게 힘겨루기를 해왔는데요. 개인적인 예측으론 경제인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이 통상무역에 관한 부분에서 힘을 주는 만큼, 외교안보에 관한 리드는 한국의 손을 들어주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짚어봅니다.


북미대화의 필요성과 조속한 자리를 마련하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노력이 하나를 받으려면 하나를 줘야 하듯, 평화를 위한 조건의 항목이 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4월 안으로 결정될 무역확장법이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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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우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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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woodongjoon.com/43?category=982545 [우동준의 어제와 같은 하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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