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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벽과 문

by 바람꽃 우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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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벽과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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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된 길에 작은 균열이 생겼다. 미묘한 불편에 고개를 들어보니 벽이었던 곳에 한 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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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 없는 저 문은 왜 있는 걸까. 아무도 오지 못할 높이의 저 문은 왜 있는 걸까. 그러다 문득 저 열린 문으로 들어가는 건 오직 빛밖에 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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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말했다. 문은 손잡이를 찾기 전까진 또 하나의 벽일 뿐이라고. 감쪽같이 벽이었던 곳에 은색의 작은 손잡이가 숨겨져 있다. 문이 벽으로 둔갑할 그때부터 그곳은 문이었다. 오직 손잡이의 발견만이 벽을 문으로 해방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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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어야 빛을 초대한다. 필요한 건 하나, 손잡이의 위치를 알기까지의 수만에 더듬거림이다. 수만의 더듬거림과 단 하나의 손잡이. 허무한 숫자의 차이와 공허의 가능성이지만 당신에게도 필연코 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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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어야 할 건 어딘가 문이 있다는 것이고 찾아야 할 건 어딘가 있을 문의 손잡이다. 지금도 어둠 속에서 벽을 더듬고 있을 당신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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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벽을 밀어 찬란한 오후의 빛을 맞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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