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관객 수가 600만 명을 넘었다. 개봉한 음악 영화 중 최고의 흥행기록이라 한다. 영화의 흥행은 관객들의 재관람 덕분이다. 그들이 또 다른 친구나 가족과 함께 영화관을 다시 찾는 건 퀸의 노래를 듣고 무엇을 느꼈기 때문일까.
‘파키’라는 차별을 받았던 난민 출신의 공항 수화물 노동자의 성공 스토리여서 그랬을까. 아니면 자신의 성 정체성 앞에 방황하다 끝내 화려하게 성공한 록스타의 이야기여서 그랬을까. 영화를 통해 퀸을 처음 발견한 사람과 자신의 과거를 떠올린 사람 모두 잊힘과 맞서 싸우는 이의 부활을 지켜보는 건 강렬한 희열이었을 것이다.
나는 퀸의 노래 중 ‘라디오 가가’를 특히 좋아한다. 두 박자의 박수를 따라하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도 감동이지만, 가사가 담고 있는 메시지 때문이다. ‘You made ’em laugh, you made ’em cry(넌 모두를 웃게도, 울게도 하였지) You made us feel like we could fly(우리가 날 수 있다고 믿게 만들었지) Radio (라디오)’.
‘라디오 가가’는 MTV가 등장하며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으로 전환되는 시기에 사라지는 매체인 라디오에 대한 예찬을, 새로움 앞에 사라지는 모든 것에 대한 위로를 담고 있다. 이 노래를 통해 퀸은 사라지는 라디오를 기억했지만 나는 오늘 최신 기기의 스마트폰 앞에서 사라지는 종이신문을 기억하고 싶다. 오늘도 여전히 양손 가득 잡히는 종이의 질감과 특유의 종이 냄새가, 사각의 틀 안에 글들이 촘촘히 담긴 레이아웃이, 생각보다 넓어 종종 놀라게도 하는 광고가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은 빠르게 변했다. 신문 구독률은 9.9%로 급감했고(2017 언론수용자 의식조사) 각 언론사도 디지털에 맞게 체질을 바꾸고 있다. 헤드라인을 통해 전해지던 속보는 더는 글이 아닌 생생한 영상으로 전해지고, 구독자와의 소통도 거대한 행사가 아닌 게시물 댓글로 가능해졌다. 아직도 종이신문을 보는 내게 친구는 “불편하고 번거로워 종이신문을 보지 않는다”며 가볍게 모바일의 스크롤을 내렸다.
슬프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1980년대 대중이 보는 음악의 등장에 열광했던 것처럼, 지금의 대중은 이미 손에 쥐고 있는 모바일을 통해 새 소식을 접하길 원한다. 그들의 손에서 모바일을 내려놓게 하는 건 어렵고, 그들이 들고 있는 모바일을 통해 기사를 전하는 건 쉬워졌다. 아티스트들이 더 세련된 뮤직비디오와 더 시각적인 무대장치를 준비한 것처럼 국제신문도 모바일 환경에 맞는 레이아웃과 언어, 가벼운 무게감을 장착할 필요가 있다.
국제신문이 시도했던 ‘부산 도로는 왜 그럴까’ 시리즈와 같이 종이신문으로는 담지 못하는 현장의 이야기를 전하는 시도도 좋았고, VR 카메라로 찍은 ‘부산의 부네치아 장림포구’에 대한 영상도 참신했다. 하지만 SBS 비디오머그나 CBS의 씨리얼과 같이 부산의 소식을 전하는 더 가볍고 재미있는 팝업 뉴스 형태의 콘텐츠가 필요하다. 쉽진 않겠지만 종이신문의 기사를 공유하는 것만 아니라 스토리를 담은 전혀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 개발이 시작돼야 할 때다.
기억하시라.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는 지금의 뮤직비디오 형식을 갖춘 세계 최초의 노래였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매체를 잘 활용했던 퀸은 ‘Save me’의 뮤직비디오에서 최초로 애니메이션을 삽입했다. 피아노 드럼 기타 베이스와 같은 기존의 악기로 새로움을 향한 변주를 끊임없이 시도했다. 변화에 대한 적응과 도전이 결국 30년이 지나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명곡들을 만들어냈던 것처럼 모바일을 통한 종이신문의 변주도 언론 매체의 새로운 형식을 만들 것이다.

해체설에 휩싸였던 퀸을 다시 전성기로 이끈 ‘라디오 가가’의 가사를 빌려 종이신문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국제신문의 향후 변화를 기대하는 사람으로서 지난 1년간 고군분투한 국제신문의 모든 구성원에게 짧은 응원을 전하고 싶다. You had your time, you had the power(넌 전성기가 있었고, 넌 힘이 있었어). You’ve yet to have your finest hour(하지만 최고의 순간은 아직 겪지 못했어). Radio someone still love you(라디오 누군가는 여전히 널 사랑해).
청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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