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 내가 <커뮤니티 매니저>라니

이보게 의사 양반. 내가 매니저라니. 내가 매니저라니-!

by 바람꽃 우동준

어찌하다 보니 '커뮤니티 매니저'란 단어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언제나 나름의 인생계획을 세우고 움직였지만 사주가 좋지 않아서인지 능력이 부족해서인지 늘 삐끗하고야 말았습니다. 지겹고 떠나고 싶던 이 바닥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 것은 그렇게 도망가다 또 삐끗해서였을까요. 이 정도면 능력 부족과 함께 사주도 원인이지 않나 싶어 얼마 전엔 사주도 봤답니다. (물론 좋지 않더군요)


많은 것이 마뜩지 않지만 가장 큰 원인은 미련이 남아서겠지요. 이십 대 초반엔 너무 어설펐고 조급증이 맹위를 떨칠 때라 모든 걸 급하게 진행했더랍니다. 그만큼 마무리도 깔끔하지 못했고요. 다시 하면 잘할 수 있을 거란 기대보다는 그저 깔끔하게 덮지 못한 지난 경험을 단단히 매듭짓고 싶었습니다. 관계 안에서 만나진 동료들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도 있었고요. 그리고 이제는 타인을 이용하지 않고도 편안히 프로그램을 돌리겠단 자신이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뻔뻔해지고 능글능글 해졌습니다. 언제까지 이 일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시간과 통장과 능력이 허락하는 선에서, 경험되는 사건을 하나하나 기록으로 남겨두려 합니다. 혹시나 '커뮤니티 매니저'란 일을 바라는 분이 계시다면 저의 기록이 작은 도움이 되면 좋겠네요. (좋은 사례보다는 반면교사로 삼으시는 편이 나으실 테지만) 그리고 이 매거진은 같은 공간에서 놀고, 삐지고, 뺏고, 싸우는 한 편집자와 함께 메워가려 합니다. 매니저X편집자가 써 내려가는 생존일기입니다.




저는 지금 부산 광안리에 있는 <생각하는 바다>라는 공간에 몸을 두고 있습니다. 이곳은 살롱을 표방하면서 북카페의 형태를 띠고 있고, 기능은 출판사와 디자인 회사, 청년단체가 짐을 푼 코워킹 스페이스이기도 합니다. 뚜렷한 하나의 정체성을 가지지 못한 건 어느 하나의 역할만으로는 쉽게 자리를 잡기 어려운 것이 주요 이유겠지요. 좋게 말하면 지역에서 다양한 기능을 실험해보는 것으로, 솔직히 말하면 무엇이든 다 해야 하는 신생업체의 리얼리티로 지내고 있습니다. (무능력을 실험으로 포장하진 않는지 늘 자기 검열 중입니다. 하지만 이건 정말로 의미 있는 실험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이 기록은 우리의 도전이 실패라 정의될 그때를 위한 기록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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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11월에 문을 열었으니 이제 6개월을 버텼습니다. 그동안 몇 가지 확인한 것이 있다면 수변공원의 낮은 유동인구가 정말 없다는 것. 차라리 <생각하는 바다> 바로 옆에 있는 수산업체의 수족관 광어가 더 많을 거예요. 헤헤 (근데 진짜 수산업체 수족관에 광어 짱많. 광안리의 시그니처는 참돔이 아니라 광어입니다 여러분.)


그래서 오전 오후 커피를 판매하는 카페로서의 기능은 힘들겠다는 개인적인 판단을 내렸습니다. 또 저녁 6시면 공간 문을 닫는답니다. (응? 이건 영업을 하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 네. 저도 압니다. 6시면 직장인은 오지 말라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던지실 텐데요. 저도 매일 저녁 6시에 문을 잠그며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매니저라며 너 이래도 괜찮은 거니.'


하지만 이건 내부 식구들의 의견이기도 했는데요. 매월 고정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공간의 저녁시간은 온전히 프로그램을 위한 시간으로 설정하게 되었습니다. 또 저녁을 지킬 식구들의 인건비 문제도 있었고, 체력 문제도 있고요. (공간 설비, 공간정비, 프로그램 기획, 프로그램 진행, 회계, 영업 이 모든 걸 우리 내부적으로 다 해내야 하니까요) 이제 문은 매일 저녁 6시에 고정적으로 닫고 있으니 공간에서 진행할 고정 프로그램을 잘 짜는 일만 남았습니다.


그리고 요즘 카페의 트렌드가 탁 트인 오션뷰에, 인증샷을 남기기 좋은 포인트를 마련하는 것이 전략일 텐데 우리 공간은 매립지에서도 지하공간이라 사진 포인트로도 마땅치 않고, 또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하다 보니 조명이 참으로 애매합니다.


눈의 피로를 막기 위해선 led 조명이 좋은데 led 조명으론 은은한 공간의 분위기가 살지 않고, 분위기를 위해 조도가 낮은 조명을 설치하자니 책을 읽기에는 너무 어둡고. 어느 하나를 이것이다 하고 선택하기 쉽지 않네요. 혹 미래의 복합문화공간을 꿈꾸는 분이시라면 기능을 여러 개로 설정할 때 이렇게 충돌되는 지점이 생기니 꼭 잊지 마시길 ;;;; (이제 우리에게 남은 건 선택과 집중.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모두 다 가지려다 잃는 게 많을까요, 아니면 하나만 선택해 잃는 게 많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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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저는 공간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함께 밥을 해 먹고 익명의 타인과 나의 생각을 마음껏 토론하는 시간. 한 가지 다행인 건 다들 이 영역에서의 경험이 쌓인 터라 어설픈 시작단계에서도 다양한 자원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 페스티벌을 기획하는 능력 있는 지인도 있고, 기획서를 쓰는 것에도, 발표를 하는 것에도 어느 정도 능숙한 퍼포먼스가 나온다는 점.


저는 이렇게 동료들과 함께 어떻게든 프로그램의 퀄리티를 높여 참가비를 받고도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게 애쓰는 중입니다. 과거에는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고, 나아가야 할 세상에 대한 비전이 있었고, 왜 우리가 노력을 해야 하는지 논리와 당위를 세워야 겨우 움직일 수 있었다면 지금은 뭐랄까요.


지하공간이라는 한계, 광안리에서도 외딴곳이라는 현실 위에서, 사람들의 욕구와 트렌드. 어떻게 홍보를 해야 할까, 사람들은 어떤 기준으로 유료 프로그램을 구입하는 걸까. 우리 공간에서 무엇을 기대하는 걸까. 지금 우리의 인적 네트워크로 실험해볼 수 있는 건 무엇일까, 가설을 세워보기도 하고 찬찬히 검증해보고 있습니다.


편집자와 함께 진행할 이 매거진도 마찬가지입니다. 독자들이 어떤 콘텐츠를 기대할까 함께 고민하며 연재를 시작합니다. 이 매거진에서는 되도록 솔직하고 날것의 이야기를 담으려 합니다. 고민의 흔적도 그대로 쫓겠습니다. 왜 이런 걸 기획하고 어떤 데이터에 근거했는지. 아무래도 공간에서 만나게 되는 저의 모습은 친절하고, 조금은 과장된 모습일 테니 글이나마 내면의 솔직한 그것을 담아내겠습니다.


여러분도 많은 관심을.

그래야 계속 연재할 맛이 삽니다.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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