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뵌 아버지 홍담은 아이가 커가면서 매년 그 나이대에 맞는 색다른 힘듦과 기쁨을 마주한다고 했고, 매일 저녁 6시마다 아이와 놀이터에서 한 시간씩 뛰어노는 점박이는 과거 인터뷰의 마지막 멘트처럼 여전히 아이가 얼른 커서 함께 소주 한 잔 나눌 날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쿨다움은 매일이 지치지만 어린이집에서 '아빠~'하고 달려올 때의 감정은 여태껏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강렬한 기쁨이라고 말해주었고, 별종은 담대한 마음까진 먹을 필요 없고 그저 담담하게만 살아가면 아버지로서의 삶도 그리 어렵지만은 않을 거라고 말해주었다.
돌팔이는 아이와 '놀아주는 것'과 '함께 노는 것'의 차이가 얼마나 크고 중요한지 말해주었고, 인터뷰하는 날 아침 둘째 아이의 임신 소식을 전해 들었던 덴마크도 예전 대화를 보며 그날의 감동을 다시 기억할 수 있겠다고 기뻐했다.
모든 아버지가 나와의 인터뷰를 기억해주었다. 인터뷰가 끝나고 이후의 작업이 궁금했지만 혹 부담이 될까 싶어 연락하지 못했다는 아버지들. 초보 아버지였던 그날보단 조금씩 어깨에 힘이 빠져 보였지만, 그건 지쳤다기보단 프로의 여유로움에 가까웠다. 유연해야 오래 잘 버틸 수 있으니까.
아버지들과 이야기하며 무엇보다 나의 20대를 기억해주는 이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사실에 기뻤다. 앞으로 마주할 어려움에 의논을 청할 분들도, 가까운 미래에 아버지로서 살아갈 나의 삶을 기대하고 응원해주는 분도 이렇게나 많았다.
이제 곧 코로나 4단계가 지나는 대로 다시 서둘러 아버지들을 만나야 한다. 인터뷰 당시 부모의 품에 포옥 안겨 있던 아이들이 제법 그만의 고집을 부리는 나이가 된 것처럼, 나도 가볍고 어설프던 시기를 지나 살이 찌고 몸이 무거운 30대가 되고 있다. 더 많은 시간이 쌓이기 전에 더 많이 얼굴이 변하기 전에 아버지들을 만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