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6.27
발리에서 인천 직항은 발리 도착도 자정 근처고 출발도 자정을 넘어서다.
우린 발리에서의 마지막 시간을 황홀하게 보내기로 한다.
바로 영화 <빠삐용>의 마지막 명장면으로 유명한 "울루와뚜 사원"에서.
여행기간 : 2016.6.23 ~ 6.27
작성일 : 2017.6.17
동행 : 절친 'J'와
여행컨셉 : 여행지 답사
이가와룽 바베큐 립 전문점
점심은 또 바베큐 립^^
아디 말대로 거의 실패할 확률이 없는 메뉴라지만 매일 점심을 돼지갈비를 뜯는다는 건 좀...
'이가와룽'은 짐바란에서 울루와뚜로 넘어가는 구릉의 중턱에 위치한 곳인데, 인기가 좋다고 한다.
워싱기법으로 트렌디한 멋을 낸 나무 문에 묻은 손때만 봐도 장사가 잘 되는 집 같긴하다.
이가와룽 앞에는 차, 오토바이가 많이 다닌다. 공항이나 꾸따에서 짐바란, 울루와뚜, 빠당빠당 비치 등 남서쪽의 명소로 움직이려면 반드시 지나야 하는 도로다. 대부분 운전하는 사람들은 외국인들이다.
점심 시간 이 길을 지나면서 오후 내내 버틸 힘을 비축하려는 사람들에게 딱 적당한 포지션에 식당이 있달까^^ 역시 장사는 목이 반이다.
살짝 늦은 점심시간인데도 사람들이 많고 또 계속 드나든다. 한국인 자유여행 객들도 많이 보인다.
울루와뚜에서 맥주를 허하라!!
사실 울루와뚜에 대한 기대감이 크진 않았다.
너무 많은 곳을 돌아다녔고, 머리와 몸이 정리할 수 있는 정보량을 초과한 상태라, 몸이 더 이상의 정보는 수용을 거부하고 있는지라...
어디 조용한 바닷가에 앉아서 철썩이는 소리나 세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했으나,
일하러 온 거라고, 스스로에게 당위를 주지하면서 움직이고 있었거든.
발리의 다른 유명한 사원들도 몇 개 봤고 해서... 울루와뚜 "사원"이 그닥 내키지 않은 것도 있으리라.
어, 근데 시작부터 좀 다르다.
울루와뚜는 표를 샀다고 모두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신성한 곳에 들어가기 위해 의복을 단장해야 한단다.
제법 엄격한데, 민소매의 남성은 아예 출입불가.
남녀를 불문 다리가 다 들어나는 옷도 안된다. 그렇다고 아예 못 들어오게 하는 건 아니고 입구에 이렇게 '싸롱'을 펼쳐놓고 있다.
난 긴바지를 입었으나 간단하게 허리에 띠를 묵어야 했고, 반바지를 입은 'J'는 싸롱을 걸쳐야 했다.
채 주차장을 벗어나기도 전, 저 너부대대한 엉덩이를 자랑하는 녀석을 만났다.
고개만 좌우로 돌릴 뿐 만사가 귀찮은 듯, 굵은 꼬리부터 어깨까지는 미동도 없다.
아디가 다시 한번 주의를 준다.
울루와뚜 원숭이들은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반짝이는 거든, 가방이든, 안경이든 ,간식이든 사방에서 호시탐탐 노리거든요!
실제 어떻든 일단 저 너부대대 표정과 몸 사이즈부터 겁이 난다.
난 이미 발리 원숭이의 어금니가 얼마나 무서운 무기인지 체험한지라...
드뎌 신의 영역으로 입성
하자마다 원숭이들이 먼저 반긴다. 이런 대략...
길을 따라 가면 큰 광장이 나온다. 그리고 사람들이 광장 끝부분에 바글바글 모여 있는 게 보인다.
모두들 비슷한 재질, 비슷한 색감의 싸롱을 걸치고 한 손에 카메라를 들고 있다. 줄서서 찍는 포토존이라는 뜻!
'와뚜'가 절벽이라는 뜻이랬나? 사람들은 절벽 난간에 붙어 있었던 거고, 난간은 끝도 없이 이어져 있었다. 우리가 선택한 길은 바다를 바라보고 오른쪽.
오른쪽이 사원 방향이다.
왼쪽으로도 사람들이 많이 걸어간다. 저 곳은 매일 열리는 발리 전통 춤 공연이 있는 공연장이다.
햇살이 기우는 방향과 정확히 일치하는 경사의 절벽길 계단을 오른다.
한 번씩 난간 너머를 쳐다본다. 아찔하기만 하다.
어느 정도 오르다가 다시 난간 너머를 본다.
절벽 높이가 상당하다. 발리인들의 물+절벽이라는 단순한 작명 스타일은 여기서도 유감없이 발휘되는데, 실제 보니, 딱 어울린다.
근데... 이거 뭔가 다르다.
마치 에일 맥주 거품 같은... 어떻게 파도가 저럴 수 있지?
맨날 해운대 해변만 보다가 이런 포말과 그라데이션을 만드는 거대한 파도는 첨인 듯 하다.
울루와뚜가 현지인들에게는 성역이고 제의적 의미로 들르는 곳이겠지만, 저 여행객들은
'지금 이 순간~'
대부분 시원한 맥주에 대한 갈망을 공통으로 느끼고 있을꺼야 아마^^
사실 자연이 만들어 내는 풍광에 취해서 기실 사원에는 크게 관심도 두지 못했지만, 이렇게 절벽으로 난 계단을 오르면 정상쯤에 조용한 사원이 자리하고 있다.
여행객들 맘은 매한가지라... 참 조용하다^^
고갯마루를 넘으면...
지금까지는 전초전이었음을 바로 알 수 있다.
어쩔 거야 이 청량감... 눈이 시원하다는 게 바로 이런 거구나 싶게.
바다 위에 맥주를 들이 부어대고 있다 ㅋㅋ
아마 저 끝이 빠삐용이 마지막에 야자열매로 얽은 뗏목을 던지고 뛰어내리는 장면을 찍은 곳이리라.
사진으로 다시 보니 참 멀다. 만리장성처럼 길게 길이 이어져 있는데 전부 사람이다.
그렇게 2단계 길을 걸어내려오다 다시 정상쪽을 봤는데
엥? 저런 탑이 있었나 싶은...
오랫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걸은 돌 길은 반들반들 했고, 'J'의 팔자걸음에 따라 싸롱이 나풀거린다.
모든 여행객의 패션이 통일된. 이런 것도 나름 재밌는 요소였다.
울루와뚜 최고 뷰포인트의 반전
중간쯤 왔을까?
절벽을 따라 이어지는 난간이 살짝 끊어진 곳이 있고 사람들이 난간 바깥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아디가 내려가 보란다. 그래봐야 서너평 정도 밖에 되지 않을 공간이라, 다른 사람이 자리를 비켜주면 다음 사람들이 들어간다.
울루와뚜에 오면 반드시 이곳 난간 밖에 들러야 한다.
그 아래 촛대바위와 물빛을 수직으로 내려다 볼 용기가 좀 필요하긴 하지만, 후회하진 않을 거다.
그렇게 바람이 전하는 부드러운 촉감과 시각적 즐거움과 다소 고음을 내는 설레임 가득한 사람들의 목소리로 청각까지 즐거운 이곳은 사실... 무시무시한 반전이 있다.
나중에 다시 돌아나오는 길에 보니 바로 저렇게 아래가 시원하다.
우리가 돌아나오는 시간에 마침 모델과 포토그래퍼가 사진을 찍고 있어서 봤더니 허공중에 떠 있는 아찔한 공간이었다는...
저 모델도 그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면 얼마나 놀랄까?
촬영을 마칠 동안 그녀의 포즈에 넋이 나가서 구경한 게 아니라 긴장감으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 우리와 많은 구경꾼들.
끝나고 자리를 떨고 일어나는데 그 모습이 더 불안했다.
혹성탈출, 원숭이의 습격
협소하지만 절벽 아래 모래 사장도 있다.
저기 내려가서 진짜 맥주 딱 한 캔만 할 시간동안만 앉아 있고 싶은 욕구가...
허나, 뭍에서는 내려갈 방도가 없고 바다로는 파도의 굵기나 물 깊이로 봐서 배의 접근이 용이치 않아 보인다. 굳이 가려면 근처에 배를 대고 수영해서 들어가 볼 수는 있지 않을까 싶은...
아서라... 맘 고쳐먹고 사진만 담는다.
제법 많이 걸어왔다. 우리가 갈 수 있는 거의 끝부분에는 넓게 터가 마련되어 있고, 사람들은 종착지에서 잠시 쉬면서 사진도 많이 담고 있다.
그러다보니 원숭이들도 바글바글 모여있다.
아님 원숭이들이 모여 있어서 사람들이 모여서 사진을 담는 걸 수도.
녀석들 대부분은 탐방객들이 주는 먹을 거를 하나씩 입에 물고 있다.
입에 물고 있는 달달구리의 종류도 다양하다.
저런 민망한 포즈 정도야 애교^^
먹을 걸 달라는 사인을 보내는 방식에 도가 튼 녀석들이다.
딱 좋은 시간대.
황혼까지는 아니지만 늦은 오후의 골든타임에 이 풍광에 어떤 사진기라도 들이대면 화보가 되니 모두들 사진찍는데 여념이 없다.
남자 셋도 부탁해서 사진을 남긴다.
그때다 갑자기 주위가 시끌시끌해 지고 사람들이 분주하다.
한 녀석이 젊은 남성 중국인 관광객의 안경을 갈취.
번개같은 동작으로 난간 제일 높은 장식위에 앉아서는 안경으로 인질극을 벌이고 있다.
근데 저 녀석 노련하기 그지없다. 안경을 뺏으려 하면 한 손으로 안경을 낭떠러지로 떨어뜨리는 척 하며 접근을 막는다.
가이드로 보이는 한 분이 카라멜을 건네며 인질 석방의 네고에 들어가본다.
허나 실패.
다시 다른 분이 바나나로도 시도.
손이 모자라면 입에 물고 계속 석방에 대한 더 큰 댓가를 요구한다.
어느 할머니 한 분이 천천히 주문같은 눈빛으로 어르면서 바나나 한 토막을 쥐고 손을 내민다.
처음엔 이빨까지 드러내며 위협하던 녀석이 바나나를 챙기기 무섭게...
세상에 안경을 절벽쪽으로 슬쩍 흘려버린다.
사람들은 의외의 행동에 짐짓 놀라고 또 그 안경의 행방에 대한 궁금증으로 저 녀석에 대한 징벌에서 잠시 신경을 딴 데로 쏟아야 했고, 그 틈에 이 녀석은 몇 번의 점프로 무리쪽으로 이동해 버렸다.
이런 모든 것들이 마치 숙달된 조교의 시범 같은 느낌이...
아디왈,
울루와뚜 원숭이들이 예전부터 이랬던 건 아니란다.
원래 반짝거리는 거나 단 음식에 대한 식탐이야 있었지만, 애교로 봐 줄 정도였는데,
어느날 이런 원숭이의 모습에 착안한 현지 가이드들이 안경이나 모자 같은 물건을 뺏기고 발을 동동 구르는 관광객들에게 일정 사례를 받고 찾아주기 시작했고, 그게 짭짭한 수입이 되자 관례가 되고...
원숭이들은 원숭이들 대로 제제 대신 허용 내지는 권장하는 분위기가 되자, 이들 동업자들(?)의 이익과 자신들의 이익을 합하는데 암묵적으로 동의하게 된 거란다.
그게 울루와뚜에 대한 악명으로 소개가 되고 자칫 관광객들에게 버림 받을 것을 두려워해서 자정 노력을 하는 와중이지만, 한 번 습관이 된 이 녀석들의 손버릇을 쉽게 되돌리긴 어렵게 되었다고...
도대체 유사이래, 인간의 의지가 결합되어 더 나은 방향으로 진행된 사례가 무엇일까? 그리도 되돌릴 수 있었던 것 뭐였나?
참, 다행히 안경은 절벽으로 떨어지지 않고 나무에 걸려 있었다. 안경을 되찾은 그와 그의 여자친구는 울루와뚜를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맥주거품과 청량감 가득 안고, 어느 바위에 기대어 몇 시간 황혼까지 다 눈에 담으면서,
인류라는 동물과 지구의 부적절한 만남과 충분히 예상가능한 파국까지의 막장 드라마라도 상상해 보면 어떨까 싶은데
맘만 그렇고, 몸은 이미 아디의 뒤를 따라 되돌아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