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원정대 27 : 마지막] 빠당빠당 비치
2016.6.27
여행이 끝을 달리고 있다.
우리가 우겨서 일정에 집어 넣었던 "빠당빠당 비치"를 향한다.
여행기간 : 2016.6.23 ~ 6.27
작성일 : 2017.6.17
동행 : 절친 'J'와
여행컨셉 : 여행지 답사
빠당빠당 비치가 한국인들에게 그렇게 많이 알려진 곳은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여행 패턴으로는 그닥 매력적이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우리 여행업계에서는 말이다.
우선 교통이 불편하다.
대중교통이야 뭐 발리 어디나 마찬가지니까.
그런데, 주차공간이 거의 없어서 렌트카를 이용하더라도 접근이 쉽지는 않다.
어떻게 주차를 했다 하더라도 바닷가와 차량 간 거리가 멀다.
주로 절벽으로 된 울루와뚜 해안 라인 중에서 빠당빠당 비치로 이어지는 협곡을 따라, 내려가는 길이 있고 그 아래 모래사장이 약간 붙어 있는 몇 안되는 곳이다 보니, 한참을 내려가야 한다.
꾸따비치처럼 해안 라인이 길지 않다.
협곡 끝이 바다와 만나는곳이라서, 에게~ 할 정도로 좁다.
그래서 주로 서퍼들과 모래사장에서 하루를 고스란히 보내려는 슬로 컨셉의 여행객들이나 주목할만한 곳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너무 늦게 도착했다. 거길 내려갔다가는 해가 져 버릴지도 몰랐다.
저렇게 협곡 위로 난 다리 위에서 사진기만 꺼낸다.
인도가 있긴 하나 두 사람이 나란히 걸어서 다니기에도 빡빡한 넓이의 좁은 다리다.
그나마 가장 바다가 잘 보이는 곳에 서서 찍어도 바다는 이 정도만 담을 수 있다.
마치 숲 저쪽으로도 길게 모래사장이 이어져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드는 각도지만, 저게 끝이다^^
내려 가보지도 않고 어떻게 아냐고?
우리 대신 드론이 하늘에서 조망해 줬으니까.
바다쪽에서 다리를 바라본 샷이다. 다리 옆에 있는 곳은 매표소와 관리사무소가 있는 곳.
좁아 터진 다리는 차도인데 양쪽 모두 오르막이라 다리를 지나는 차량의 속도가 무서울 정도다.
거기서 드론을 꺼내서는 일단 띄워본다. 착륙은 어떻게 되겠지 하는 심정으로^^
해안이 저게 전부다.
그리고 발리에서도 유명한 옥색 물빛을 배경으로 수영을 즐기거나 화이트샌드에서 일광욕하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노란머리 외국인들^^
이곳은 또한 서퍼들의 천국이다.
재밌는 건, 서퍼들은 해안에서 꽤 멀리 떨어진 곳에 오글오글 모여있다.
해안 가까이는 파도가 거의 없다시피 장판 같고, 육지에서 멀찌기 떨어진 곳에서 파도를 만날 수 있다. 해저의 지형때문이리라. 덕분에 서퍼들과 수영하는 사람들이 서로 엉킬 걱정은 없다.
가끔 송정 해수욕장에서 수영을 하면 바다로 나갈때는 괜찮은데 돌아오는 길에는 일렬로 늘어선 서퍼들의 날카로운 보드에 다치지 않으려고 계속 주시해야 하는 게 여간 귀찮지 않다. 서퍼들도 수영하는 우리들이 여간 신경쓰이지 않을테지만.
이곳은 즐길 수 있는 아이템을 자연스럽게 분리시켜주고 있다.
좁아도 입소문 듣고 찾아온 마니아층들만 있어서 그렇게 붐비는 느낌은 아니다.
하늘에서 윙윙대는 물체에 시선을 돌리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자연스레 손을 흔든다.
서양인들은 초상권 등 인권에 대해서 우리보다 훨씬 민감할 거라고,
자신의 권리에 대해서 훨씬 까탈스럽게 웅변할 거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렇게 다니면서 촬영을 하다보면 얼굴이 노출되거나 심지어 벗은(?) 몸을 담는데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심지어 웃거나 손을 흔드는 적극적인 제스처를 취하는 서양인들이 많다.
아마도 자신에게 늘 당당한 버릇이거나 자기피알에 대해서 문화적으로 당연시 되기 때문인 것 같다.
내 얼굴이든 내 알몸이든 남들이 더 많이 보면 좋은 거라는...
개인 공간(호텔 같은) 외에 공공장소에서 기록되는 것에 대해서 크게 불편함을 못 느끼는 것 같다.
반면에 우리는 어디서건 얼굴이나 몸이 노출되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권리 주장을 하는 사람보다는 불편하다는 티를 내는 정도.
카메라에 기록되는 건 누군가에게 소유가 되는 거고,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활용할 지도 알 수 없는데 내 얼굴을 가져간다는 게 기분 나쁘게 느껴지는 것. 그렇다고 권리에 대해서 항의를 전달하거나 소유 철회를 요구하는 건 또 아주 귀찮은 일... 뭐 이런 심리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시골이나 관광상품화 되기 이전의 도시에서 만난 사람들은 카메라에 대해서 아무런 거부감을 표하지 않는 것 같다. 그냥 맨 눈이든, 뷰파인더든 누군가의 응시에 대해서 수줍은 듯, 온화한 미소로 환대해 주니까.
관리하시는 분 외에는 거의 서양인들이 차지하고 있는 빠당빠당비치는 과시욕이 문화적으로 전혀 거부감 없는 서양인들만 사용하는 비밀의 해변같다.
수영 좋아하는 우리 행님들을 여기 데려오면 저 잔잔한 대양 멀리까지 겁나게 수영하며 즐길텐데 ㅋㅋㅋ
이렇게 해서 발리 여행의 대단원의 막을 거둘 참인데...
젬스행님은 가는 날, 비행기 타기 직전까지 또 한 번의 마사지를 잡아뒀다.
이번엔 다른 날처럼 드라이 마사지가 아니고 코코넛시럽 스크럽(?)인가 하는 거라 했다.
그게 뭔지도 모르고 받는데... 음... 신세계 였다.ㅋㅋ
퀘퀘한 땀냄새 대산 한국에 돌아와서도 온 몸에서 나는 코코넛 향도, 낯설지만 좋았고.
그리고 정말 의무감에 들른 갤러리아 면세점.
거의 마칠 시간이 다 되었다고 알려주는 직원에게 호소를 한다.
여기서 여자들은 주로 뭘 사 가나요?
해외에 나갔다 들어오는 남편쟁이가 완전 빈손으로 들어왔을 때 같이 살아주는 분의 얼굴을 상상만 해도...
지금 쓰러지기 일보직전의 피로감 따위 완전히 날려버릴 수 있을 최고의 각성제가 되어 주니까.
아마 천연 오일을 샀던 것 같은데 그 생김조차 기억에 없다는 건,
"What"보다 중요한 건, "is"였다는 거지 ㅜㅜ
아, 발리에도 이런 곳이 있었지 싶은...
억만년 만에 다시 보는 듯한 늦은 시간 공항에서 마지막 힘을 쥐어 짜내 보딩까지 마치고
우리 둘 다 장렬하게 전사했다.
발리와 인천 간 플라이트 타임?
모른다. 앉자마자 내리라 더라는...
출발할 때 다짐대로 "발리의 모든 것을 섭렵하리라"는 계획은 불가능이었다.
모든 것은 커녕 발리를 정말 자세하게 둘러보려해도 한 달은 족히 걸릴 것 같고, 이해하려면 최소 1년은 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냥 발리의 향만 잠시 맡고는 다시 돌아가는 것 같다. 무궁무진한 볼거리들 뿐만 아니라, 발리인들이 가진 문화적 특징과 이렇게 발달한 관광도시의 사람들이 그렇게 순박한 미소를 가지고 있을 수 있는 원동력에 대한 호기심만 잔뜩 안고 돌아왔구나 싶다.
'브라더 하우스'의 첫 손님은 다시 내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
_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