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8.16
불순했건 말건 사랑하는 사람과 떠나는 여행만큼 달달한 기분을 주는 게 또 있을까?
비록 <팔라완>이 어디 붙어 있는 곳인지, 심지어 그 단어조차 첨 들어보는 마눌님, 꼬맹이들도 오직 아빠와 가는 여행 자체가 즐거울 뿐이다.
당연하지!!
아직 이번 여행 일정을 아는 사람은 나 뿐이니까. ㅋㅋ
여행기간 : 2016.8.16 ~ 8.23
작성일 : 2017.6.17
동행 : 마눌님, 두 꼬맹이들
여행컨셉 : 가족여행
김해 > 마닐라 > 코론
늘 출근하는 무거운 길. 퇴근길 고단한 육신이 걸음을 재촉하는 양산천 둑길은 오늘 우리들에게는 꽃길이다.
실제 꽃도 피어 있긴 하네^^
어디 풀빌라라도 가는 줄 아는 마눌님의 정장틱한 저 패션과 마냥 즐거운 꼬맹이들의 방방거림이 살짝 부담스럽긴 하지만,
일단 나도 앞날에 대한 걱정은 접고 이 순간 만큼은 저들의 기분에 묻어가리라.
김해공항은 늘 행복한 사람들이 가득한 장소다. 왜? 내 충만함으로 세상이 그리 보이니까^^
마닐라까지 비행시간이 제법 길어서 잠이라도 자 두라니까 재잘재잘...
놈들 재롱에 시간은 잘 가더라.
마닐라는 한 밤 중.
몇 달 전, 충실한 현장답사(?)를 했기에 능숙하게 트랜스퍼 입국심사를 완료하고 매끄럽게 입국장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다시 자연스럽게 제3터미널로 가는 버스로 가려는데, 마눌님이 한 마디 한다.
필리핀항공은 터니널간 셔틀이 있다던데?
헉!
그 어떤 여행을 가도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는 당신... 어떻게 나도 모르는 정보를...
역시 대한민국 맘들의 국정원 빰치는 정보력이란.
똑같은 질문을 공항 경찰에게 하자 건물 외곽을 둘러싼 소로를 따라 옆 건물로 가란다.
건물 입구에는 저렇게 보안직원이 지키고 있다. 필리핀의 모든 공항에서 나오는 건 쉽지만 다시 들어가려면 무조건 검색대를 통과해야만 한다.
검색대를 통과하고 들어서면 이런 입간판이 보인다.
우리말고도 현지인으로 보이는 몇 몇 분들이 보인다.
배차 간격은 적당했다. 우리가 가자 막 떠났다고 해서 낭패라 생각했는데 10~15분 정도 지나니까 금새 다음 셔틀이 도착한다.
필리핀항공 승객만을 위한 이 마이크로 버스는 공항 밖으로 나가서 일반도로를 따라 가는 게 아니다.
활주로 바로 옆으로 달려서 다른 터미널을 연결한다. 신기방기^^
원래는 필리핀항공을 이용할 생각이 아니었다. 필리핀 국적기라서 당연 가격도 조금 비쌌으니까.
우리는 김해>마닐라, 마닐리>코론으로 갔다가, 푸에르토프린세사>마닐라, 마닐라>김해로 와야했는데, 국제선은 필리핀항공이 비쌌지만, 국내선은 오히려 조금 쌌다. 시기적인 이유인지 원래 그런 건지는 몰라도 항공사를 바꾸면서 복잡하게 티케팅 하는 거나 전부 필리핀항공으로 하는 거나 별 차이도 없었다.
그런 이유였거늘, 이런 서비스까지 있을 줄이야...
그럼, 지난번 '초이'와 왔을 때 택시는 왜 탔었담... 쩝
그리고 이번 가족여행의 첫 숙박지에 바로 들어갔다.
마닐라 3터미널 3층에 자리한 <The wing>.
미리 예약을 했었다. 사이트를 뒤지니까 독점으로 공급받고 있는 여행업체가 있었다.
여기도 룸마다 그레이드가 있고, 또 여름 성수기엔 자리가 잘 없다.
스탠다드룸 1개 밖에 없다고 해서 그렇게라도 달라고 했는데(엄마, 아빠가 각각 끌어안고 자는 거지. 이것도 재미니까 ㅜㅜ), 오버부킹이 되었나보다라고, 다음날 직원이 다시 전화해서는 4인실로 업그레이드 해 드리겠다고 미안하단다. 가격도 더 비싸고 모두 같이 잘 수 있는데, 왜 미안해?. 우리가 고맙지^^
4인실이라고 아주 대단한 걸 기대한 건 아니지만, 몇 달 전 밖에서만 보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단 하나 밖에 없다는 4인실은 철제 2층 침대가 마주보고 있는, 딱 이만한 크기^^
수건 4장. 삼푸 등 4개씩^^
잠을 잘 수 있는 시간이래 봐야 서너 시간 밖에 되질 않지만, 어린 꼬맹이들을 여기 바로 앞 맥도날드에서 지새게 할 수 없어서 선택했는데... 굉장한 시설을 기대했다면 실망일테고 잠시라도 눈 부칠 요량이었다면 낙원이다.
신나서 들떠 있던 녀석들도 차츰 눈을 껌벅거리더니 골아떨어졌다.
이상하게 우리 가족 여행은 늘 첫날을 목적지에서 보내지 못하는 듯.
이제 애들도 애들 엄마도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