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20
여행기간 : 2015.12.20~12.23
작성일 : 2017.3.27
동행 : 촬영팀 후배들과
여행컨셉 : 촬영 출장
중국 칭따오 > 둥잉
작년부터 진행하는 한 중소기업의 홍보영상이 끝 날 줄을 모르고 있다. 국내 촬영은 마무리 되었는데, 중국에 있는 현지 공장 촬영이 계속 연기되다가 드뎌 날을 박았다.
촬영팀만 4명, 중국쪽 인솔자와 업체 간부까지 6명이 청도 공항에 도착한 건 정오 쯤이었다. 청도 공항은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있었다.
우리가 촬영을 해야 할 곳은 "둥잉"이라는 곳인데, 청도에서 북경을 향해 가다가 천진 좀 못간 곳에 위치한다.
중국 공장 쪽에서 마중나온 밴 2대에 나눠타고 바로 출발했다.
중국땅 참 넓더라. 날이 흐려서 (실은 스모그때문인 듯) 가시거리가 좋지는 않았지만, 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 산은 거의 만날 수 없었다. 끝없이 펼쳐진 평원을 주구장창 달렸다.
톨게이트를 나온 걸 보니 이제 거의 다 온 모양이다... 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고속도로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속력으로 다시 한참을 간다.
구글지도에선 길도 없는 곳인데, 엄연히 넓은 차도가 뚫려있다. 실은 차도 별로 없다. 이다지도 차가 없는데 왜 이렇게 넓은 도로를 냈는지 모르겠지만, 그길로 달렸다.
중간 중간 아무도 없는데 양이며, 돼지, 개 등 고기를 걸어두고 파는 길가 간이 상점들이 있을 뿐, 밭이라고 하기에도 뭐 한... 그냥 넓은 빈터들 사이로 길만 난 곳. 이렇게 노는 땅이 많아도 되는 건가 싶게...
우리나라에서 평지는 농지, 공장부지, 택지 아니면 도로잖은가. 그리고 임야나 산은 조림이 되어 있고. 시각적으로 용도 불명으로 비어있는 땅은 생소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인가가 나타났다. 촌락이었다. 나중에 듣기로는 태반이 우리가 촬영할 공장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란다. 그렇다고 대규모 공장에 딸린 기숙사나 택지하고는 다르게 중국의 일반적인 촌락처럼 보였다.
수 시간을 달려 도착한 목적지에는, 영어로 우릴 안내해 줄 여성, "한나"와 공장의 간부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잠깐이나마 촬영 포인트를 가늠하기 위해서 공장을 둘러보자 했더니 어마무시하게 큰 공장으로 데려간다. 공장 건물의 한 면 길이가 100m도 넘는데, 그게 전체 부지의 일부란다.
우선 중심 건물만 보고 숙소로 갔다. 빈터에 뜬금없이 커다랗게 있는 호텔로 갔다.^^
시골에 있는 호텔이라고 무시해선 안된다. 로비만 해도 우리나라 왠만한 5성급 호텔 규모다. 그리고 호텔 실내 전역은 철저하게 흡연구역이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담배 피는 사람은 못 봤지만, 로비, 라운지, 식당, 엘리베이터 앞, 조식당... 어디든 누구나 담배를 즐긴다. 세상에...
그리고 바로 저녁식사. 호텔 2층에 큰 방을 빌려 놓고 저녁 대접을 했다.
아, 역시 중국술이 바로 나온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모든 사람 잔에 따른다.
중국에선 손님 대접때 손님이 취해서 몸을 못 가누거나 더 이상 먹을 수 없다고 할 정도로 푸짐하게 대접해야만 한다는 관습이 있단다. 그래서 늘 먹을 수 있는 양보다 훨씬 많은 음식을 주문하고 또 대부분 남긴다. 우리가 머문 3박4일 동안 호텔 뷔페 조식을 빼곤 모든 끼니를 그렇게 대접 받았다.
저녁은 반드시 술. 첫 날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대부분의 음식들이 맛도, 모양도 남달랐지만, 그중 단연 으뜸은 바로 이 거.
딱 봐도 조류다. 병아린 줄 알았는데, 비둘기란다. 훈제된 거라 좀 질겼고, 피부와 뼈만 있어서 먹을 건 별로 없었다... 그래도 맛있었다면 다 먹었을텐데... 맛도 비렸고.
시골 촌락을 걷다
이제껏 수화물 초과로 돈을 더 내 본 적은 첨인데, 우리는 정말 오만 때만 장비를 다 챙겨와서 개개인 모두 수화물 추가 차지를 내야했다. (회사에서 내 줬지만)
지미집에 쓸 무게 추만 현지에서 해결하자고 하고 드론, 지미집, 각종 짐벌, 카메라 마다 트라이포드 1대씩... 공장이 하도 넓어서 장비를 옮기고 세팅하는데만도 많은 시간 소모가 있었다.
그 중에서도 드론 촬영이 제일 힘들었다. 공장 실내는 천장이 높았지만, 공장을 확장(그것때문에 촬영이 계속 연기되기도 했고)으로 기계를 이전하고 아직 도착하지 않은 기계가 들어갈 자리를 마치 무슨 발굴팀이 파 놓은 것 같은 거대한 구멍들이 바닥 여기저기 있고... 실내라서 GPS신호 대신 땅과의 적외선 감지로 고도나 방향등을 조정해야 했는데, 촬영 중간에 구멍을 만나버리면 순간적으로 오작동을 하는 통에 난감한 상황이 많았고, 결국 한 번 추락도 해야했다.
그렇다고 야외 촬영이 쉬웠냐면... 그것도 아니다. 말로만 듣던 북경 인근 지역의 스모그때문에 조금만 높거나 멀면 드론이 아예 시야에서 사라지고, 촬영 결과물도 희뿌옇게 나오기 일쑤. 기다리다보면 뿌연 느낌이 좀 줄기도 해서, 계속 공기 농도를 체크하면서 다른 촬영 중간중간 찍어야 했다.
그렇게 이틀동안 정신없는 촬영 일정을 소화하고, 무사히 촬영을 마친 세째날 짬을 내서 공장 바로 인근에 있는 촌락에 산책을 나갈 수 있었다.
이날은 우리가 도착하고 가장 좋은 날이었다만
이렇게 안개같은 공기에 휩싸여있다.
촬영하러 베이징 올림픽에 온 적이 있는데, 그때는 정말 인공 강우 등 모든 가능한 방법을 이용해서 베이징, 텐진(천진) 쪽 스모그를 어느 정도 잡았다고 들었다. 그래서 인지 아주 화창한 날은 없었지만 이렇게까지 시야가 나쁘진 않았는데, 총 나흘 일정중에서 이날이 가장 좋은 날씨였으니...
우리야 이렇게 하고 어서 서둘러 떠나면 되지만, 여기 사람들은 평생을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보다.
중국 가정집 대문엔 저렇게 붉은 바탕에 검은 글씨로 뭔가를 붙여 놓은 집이 참 많았다. 어쩌면 가정집이 아닐 수도 있지만...
우리가 쓰는 한자 성어나 문장들이 대부분 중국 고문에서 왔겠지만, 이렇듯 조금씩 다르기도 하다.
"가화만사흥"인데
"진인사대천명"도 중국에선 "진인사대천청(听)"이라 쓰기도 한단다.
'사람 일을 다한 후에 하늘의 명을 기다린다.'나
'사람 일을 다한 후에 하늘의 판단을 기다린다.'나...
스모그는 시간에 따라 점점 더 악화되다가
더러 좀 나아지는 경우도 있고.
그 속에서 어린 시절 시골 장터 같은 상점들을 지나 어느덧 마을 어귀의 빗돌까지 왔다. 더 가고 싶었지만, 워낙 순식간에 다시 뿌애지기도 해서, 길을 잃을까봐 그만 가야했다.
마치 해운대 백사장에서 출발해서 누리마루까지 수영해서 갔는데 해무를 만나 천지사방을 분간 못해 아찔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도 한참을 물에 떠서 안개가 걷히기만 기다렸다. 그러다 계속 안개가 심해지면 답 없지만, 다행스럽게도 10~20분 정도 지나니까 달맞이 위로 삐죽하게 나온 아파트 꼭대기가 얼핏 보였고, 대략적인 방향 확인이 가능해서 안개속을 저어서 다시 백사장에 돌아왔었다. 이때 방향 잘못 잡으면 대마도 쪽으로 계속 가는 거지 뭐, 지칠때까지...
별로 두번 경험하고 싶지 않은 체험이었달까.
고속도로 통행 금지 + 항공기 이착륙 금지
떠나는 날이다.
일을 다 마쳐서 따로 일정도 없지만 일찍 서둘렀다. 짐을 다 챙겨서 로비 밖으로 나왔다가 깜짝 놀랐다.
로비 앞 지붕이 있는 곳 밖으로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건물 바로 앞에 분명 오성기가 있었는데 깃대조차 보이질 않는다. 이날 스모그에 안개까지 심해서 가시거리는 채 5m 정도 될까말까였다.
일단 밴에 올랐다. 앞 차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중국에선 크락션을 많이 울리는 게 예의라고 할 만큼 도로에서는 쉴 새 없이 크락션이 울리는데 이날은 모든 차들이 크락션으로 오케스트라 연주를 하는 듯했다. 엄금엄금 겨우 고속도로 톨게이트까지 도착했다.
아까보다는 조금 나아진 게 아닐까라고 생각했는데, 고속도로는 아예 진입금지란다. 우리 차량 말고도 대형 트레일러를 비롯한 여러 차들이 진출입 금지가 해제 되길 무작정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우린 비행기 시간이 슬쩍 지나가는 것을 앉아서 기다릴 순 없었다. 중국인 기사는 갑자기 차를 돌리더니 국도며 이면도로를 찾아서 다니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계속 전화를 하면서 길을 묻기도 하고...
하지만 다시 청도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비행기는 이륙 금지 조처로 보딩이 안된다는 통고를 받았다.
북경, 천지의 스모그를 국제뉴스에서만 봤지. 이렇게까지 극심한 줄은 몰랐다.
뭐 어쩌겠나? 급하게 청도 공항 인근 호텔을 잡아주더라고. 비행편도 다음 날꺼로 다시 예약을 하고...
칭따오에서의 보너스 데이
중국 호텔 시설들은 정말...
규모면에서는 극상이다. 설마 회사분들이 5성급 호텔을 잡아줬을리 없는데도 말이다.
객실 또한 크다. 더블 배드가 있는 이 방에서 두명이 잔다. 사실 4명이 같이 자도 될 정도로 넓다.
그리고 둥잉에서와는 달리 프런트 데스크에 영어를 할 줄 아는 직원도 있다. ^^ 밤 마실 나갔다가 열쇠를 객실에 두고 온 것을 알고 당황하며 프런트에 찾아가서 얘길했는데, 혹시나 해서 영어로 물으니 바로 알아듣고 조치를 취해줬다.
다음날, 보딩까지는 시간이 많고...
본의아니게 청도 공항 인근(사실 어디가 어딘지도 잘 모르는)을 대낮부터 돌아다녀야 했다. 큰 호수가 있더라고. 그 호수는 공원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너무 넓어서 걸어서 한 바퀴 돌기는 힘들었고, 친수공간이 좀 많아 보이는 쪽을 택해서 1/3 정도 둘러본 것 같다.
식당처럼 보이는 이런 중후한 건물도 만나고, 단체로 태극권 하고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들 무리도 만나고... 그렇다고 어디가서 청도 관광을 했다고 하기도 그렇고, 안 가본 곳이라고 하기도 그런... 그런 시간을 보내고 비행기가 뜰지 말지 최종 통보를 기다리다가 겨우겨우 출발 가능하다는 연통을 받고 그립던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보다는 그 희뿌연 기억으로만 점철된 곳을 벗어날 수 있었다는 게 맞겠다.
집에 왔더니, 뉴스를 통해서 역사상 가장 최악의 북경 스모그가 뉴스에 크게 보도가 되었단다.
우리가 딱 그 중간에 있다가 왔다고.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