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서안 08_화산(华山) 북봉 창룡령, 용잔등투어

2017.9.21

이제 마지막 봉오리 북봉을 향해 간다.

이정표에서도 남은 글자는 오로지 北!!
서봉 동봉이 험준한 통바위와 그 자체의 풍경이 매력이라면
남봉은 그 자체의 매력은 덜하지만 역시나 가장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진령산맥의 요동치는 화강암 물결이 장관.
그렇다면 북봉은?
어쩌면 그냥 케이블카가 있는 우리의 최종 목적지 정도의 의미?
천만에. 각각의 봉오리가 가진 매력 중에서 북봉은 뭐랄까... 가장 도교와 화산파에 근접할 수 있달까? 산속 마을을 경험할 수 있달까? 뭐 그런 걸 잔뜩 느껴 볼 수 있다.
그리고 빠트릴 수 없는 창룡령. 정말 정말 거대한 용(龍)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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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간 : 2017.9.20~23
작성일 : 2018.3.15
동행 : with 'J' & '곡s'
여행컨셉 : 워크숍 및 촬영 인스펙션

동봉에서부터 주구장창 내리막이다. 바위로만 된 마루금을 따라 내려오는 길은 만만찮다. 그렇게 위험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주위의 풍경에 온통 관심을 다 뺏기다 보니, 실족의 우려가 다분하다는...^^
어딜가나 붉은 천과 좌물쇠가 많지만,
금쇄관이란 이름에 걸맞게 가장 많은 자물통들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길을 쭉 따라간다.

금쇄관은 허공 중에 달랑 세워진 돌 관문인데, 하늘을 배경으로 한 지붕장식이 상당히 멋스럽다.

악산도 이런 악산이...

허걱^^
금쇄관 앞에서 파는 저 자물쇠 무게만 해도... 저런 걸 여기까지 어떻게 이고 지고 날라왔을 지.

안정적인 돌계단으로 쭉 이어진 마루금 길이지만 멀리서보면 아찔하기 그지없다. 어쩌면 저 붉은 천조각들은 난간이 튼튼할 것 같은 착시효과를 주기도 하고.

중봉

자, 풍경 감상은 여기까지.
이제부터는 발 밑에만 집중을 해야하는 코스다.

수직이 아닐까 싶은 돌계단들의 연속이다.
내려가는 것도 사슬로 된 손잡이를 잡지 않으면 힘들다. 당당하게 그냥 내려가다가 헛디딜 뻔 한 이후로 누가 잡아라 하지 않아도 저절로 꽉 붙들고 내려가게 된다는...

그렇게 내려서다보면 방금까지 음료를 마시던 김용의 <화산논검> 비석 자리를 올려다 볼 수 있는 경관이 나온다.
물리도록 악산을 보고 여기까지 온 사람들은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일까? 이 포토존에서 줄을 서서 촬영을 한다.

여기가 바로 중봉이다.
내려오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북봉 입산 코스를 선택해서 오르는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까?
지금 이 시간에 오른다는 건, 분명 동봉에서 박을 한다는 거.
솔직히 부럽다.^^

화산 중봉의 피혁화 화가

사람들의 걸음이 느려지거나 멈추는 곳엔 어김없이 누군가 뭔가를 팔고 있는데,
호오~ 피혁화가 아닌가?
정말 어린 시절 이런 걸 꾸려서는 장 한쪽 구석에서 능숙하게 이름으로 그림을 그려주던 아저씨들이 있었다. 서편제 영화에서나 나올 것 같지만, 이 분들이 자취를 감춘 것도 불과 얼마되지 않았는데,
2,000미터나 되는 천공에서 피혁화 화가를 만나다니.

이름에 어울릴 만한 그림 디자인 템플릿을 머리속에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는 걸까?
하나하나 즉흥적으로 그리면서도 글자들 간의 비례나 자간, 생김이 모두 다르고 살아있다.
그래도 이분들 전문직 종사자인데, 각각의 한자의 의미와 그 조합으로 된 이름의 의미에 빠삭한 한학자들이라 봐야 한다.
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름을 부탁하고 줄을 서서 기다린다.
이 화가에게 쉬는 시간은 사치~
두글자 혹은 세글자를 바라보고 잠시 생각에 잠기고 나면 뚝딱 하나의 작품을 완성한다.^^

아저씨 돈도 많이 버시고 장수하세요~
버리기 아까운 기술 꼭 후학도 남기시구요~

서봉 반대편 사면이다.
저 거대한 봉오리의 수직 경사면이 보이기 시작하면...
그래 용 한마리 곧 등장할 차례다.

우선은 말도 안되는 각도의 계단 길.
분홍 셔츠의 이 아가씨 덕분에 뒷 사람들이 모두 기다려 준다. 말은 못 알아듣겠지만, 거의 무릎걸음으로 한 걸음씩 내디디며 남자친구에게 고성을 질러대는 걸로 봐서는,
"안 힘들다며. 내가 그래서 오지말자 했잖아~"
뭐 이런 게 아닐까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는...

저절로 좌측 통행을 실천하게 되는 이런 길이 어디까지 이어지냐하면?
끝까지 이어진다.
바로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는 창룡령!

창룡령의 꼬리 부분 시작점

이곳은 워낙 험하고 각도도 남달르며 길이 솔아서, 오르는 길과 내려가는 길이 따로 따로 있다.
혹시나 엉뚱한 곳으로 하산하지 않을까 해서 길목을 지키는 관계자들.
근데 우린 바로 이 오르는 길로 내려가기로 한다.

동봉의 하기정에서도 차마 쓰지 못했던 마지막 남은 드론 배터리 하나를 여기서 소진할 심산이다.
창룡령에서 그나마 안정적으로 드론을 띄울 만한 곳은 딱 한군데 밖에 없다고 말하는 가이드는 저들을 설득해서 기어이 우리를 저 길로 안내한다.
사실 내심 설득에 실패하길 바랬는데... 가이드 능력이 너무 좋아도 참...ㅋㅋ

일자로 쭉 뻗은 마루금 외길 중간에 있는 바로 저 난간이 오늘의 마지막 비행장 되시겠다.

여기도 원래부터 난간이었다기 보다는 깎아서 조성한 게 아닐까 싶은 곳.
왠지 사연이 많을 것 같은 이름이나 글귀들이 잔뜩인데, 여튼 이런 오목한 지형 덕분에 이착륙시 바람은 어느 정도 커버 될 것 같다.

그렇게 북봉 일대를 원없이 고공샷으로 갈무리하고 쿵덕거리는 심장을 잠시 진정시킨 후 다시 용의 등을 타고 내려선다.
좋은 그림도 잡았고, 원래 안내받은 하산로로 내려갔다면 정말 용의 잔등을 타고 가는 느낌도 못 받았을 텐데... 가이드 잘 만난 덕분^^

그림자의 각도가 심상찮지만, 우리가 걸어가는 창룡령 오른편에 우리들 그림자가 거대한 자연 스크린의 흑백영화같다. 특정 시간대에만 얻을 수 있는 행운이다.

그나저나 참 미안하다는...
모두들 용머리에서 출발해서 죽을둥 살둥 힘겹게 한 걸음씩 내딛고 있고, 더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털석 주저앉아 쥐난 다리를 주무르는데 겁은 나지만 힘들이지 않고 그들을 지나치면서,
연신 "미안합니다. 지나갑니다"를 외친다.

차림으로 봐서는 동봉 1박을 상정한 사람들 같은데... 고생하세요~ 아직 많이 가야하거든요~

창룡령을 거진 다 내려왔다.
잠시도 긴장을 풀 수 없는 각도와 좁은 길에 그나마 난간이 있으니 다행이지만, 일행 중 누구라도 앞구르기를 시전하는 순간 길에 있는 모든 이가 위험할 수도 있는 뭐, 그런 코스다.

마지막 계단을 내려서자마자 사당이 하나 있다.
"도룡묘"라?
용이 화산의 영웅호걸을 뜻하지 않을까 싶은데... '모든 용을 위한 사당' 이라는 뜻인가?

여튼 창룡령은 사당 맞은편으로 난 목조 회랑 아래 계단을 타고, 다시 원형의 문을 통과하는 의식을 거쳐야 끝이 난다.

실은 이 문이 용의 입에 해당한단다.
그래서 여의주를 상상할 수 있도록 원형으로 문을 내 놓은 게 아닐까 싶다.
용이 도대체 어딨냐고?

창룡령이니 도룡이니... 북봉으로 내려가는 길에서 "용"이라는 글자를 많이 보게 되는데,
우리가 길게 내려왔던 바로 저 길이 용의 등에 해당하고 마지막 사당이 있는 큰 바위와 굴이 용의 머리다.
용 등에 타는 게 어디 수월켔나? 이정도의 고생을 해 줘야 '아, 오늘 용 꿈 꿨네' 하는 거지^^

아까 미안합니다 하면서 스쳐 왔던 사람들은 아직도 용 잔등에서 헤매고 있구나...

창룡령이 끝나고 나면 다시 이런 계단길을 탄다. 용 잔등에 비하면 각도는 장난. 하지만 길이는 상당하다.

이 길은 '어도' 라 불리는 곳이다.
여기까지 통과했다면 이제 거진 마무리라 봐야 한다.

화산은 중국 건립 신화에 해당하는 삼황오제(복희씨, 여와씨, 신농씨)의 실제 근거지였다고도 하고, 황하문명의 유적이 발견된 곳이 근방이다.
B.C 2,000년 전의 하나라니, 은나라니, 주나라니 하던 때는 물론이고 최초의 통일국가였던 진이 도읍한 곳도 바로 서안.
화산(华山)의 화(華)와 가운데 중(中)이 합쳐져서 중국을 의미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 아닐까 한다.
지금이야 베트남 바로 옆의 운남부터 인도와의 경계인 티벳, 그리고 서장, 위구르와 내몽골, 연변 라인까지 통일된 하나의 국가로 존재하는 중국이지만, 정확하게 한족의 삶의 터는 바로 여기 화산을 중심으로 한 중원이었다.

우리에게 백두산(태백)과 같은... 중국인들이 생각하는 원형과 뿌리를 상징하는 산이 바로 화산이라는 것.
하지만 중국 역사에 등장하는 황제들 중에서 화산을 오른 이는 없다.
거마를 이용할 수도 없는 곳이다 보니, 구중궁궐 바깥을 걸어다니는 것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지체높은 분들이라...
대신 즉위를 하면, 늘 화산 언저리에서 혹은 화산을 바라보며 절을 했다고 한다.

여튼 이제야 다시 발밑이 아니라 주위에 시선이 가는 안전지대^^
사진 찍은 걸 보니, 당시 내면 세계가 다 보이는 것 같아 우습다

우리가 내려왔던 길 옆으로 북봉으로 오르는 짐꾼들과 케이블카에 의지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등반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등산로가 보인다.
저런 각도로 오르겠다는 설정 자체가... 그걸 가능케 하려고 일일이 계단을 파낸 당나라 이래 사람들의 착상에 기립 and 박수를 보낸다.^^

어도가 끝나고 북봉까지 이어진 길은 중국의 어느 시골 관광지 같은 분위기.
지금까지의 길에 비하면 도회스럽다.

중국식 삐에로 분장으로 뭔가 노래와 연주를 하는 걸인^^

바위를 뚫어 만든 사당같은 것들도 즐비하다.

곳곳에 도인들이 수련하는 도관들이다.
내 카메라 따위 전혀 의식하지 않는 도인의 자리찢기 신공.
피부와 미소에서 나이를 짐작키 어려운 내공이 엿보인다.
혹시 여성으로만 이루어진 수련 집단일지도...

일월암

바닥에 있는 바위와 이질적인 색감과 질감으로 봐서는 어디서 굴러와서는 멈춘게 아닐까 싶기도 한 일월암. 여기도 안을 파서 사당으로 쓰고 있다.

일월암 앞으로 난 길도 있건만 굳이 험해 보이는 바위 뒤로 들어간다.

그래야 이 곳에 오를 수 있기 때문.
남의 집 지붕인지도 모르지만 정확하게 마루금길로 멋진 풍경을 계속 감상할 수 있다는 거~

그리고 뒤를 돌아보면 바로 이런~~
멀리 서봉부터 여기까지 이어지는 산자락이 그대로...
우리처럼 남봉 > 동봉을 패스하고 다이렉트로 서봉 > 중봉 > 북봉으로 오는 길은 길이도 짧고 계속 내리막만 오면 되니 훨씬 수월하겠다.

딱 천공의 도시 같은...
김용이 괜히 화산을 배경으로 무협지를 갈파했겠는가?
바로 이런 천혜의 지형을 보자니, 절로 동사, 서독 캐릭터가 막 떠오르지 않았겠는가.

북봉 케이블카를 이용하지 않고 바로 내려갈 수 있는 등산로가 아슬하게 잡힌다.
보지 말자. 저런 길 애초에 없다 치자...
아무리 달래봐도 벌렁거리는 가슴은... 기회만 되면 정말 저리로 가 보고 싶다는...

저기 울라프 처럼 생긴 바위가 있는 봉오리가 북봉.

봉오리마다 객잔은 꼭 있다.
컨셉의 일관성이란...
도대체가 어디로 가야 잠을 잘 수 있을까 싶게 절벽에 간신히 붙어 있다는 것도 참 비슷하다.

설마 잠 한번 자기 위해서 목숨걸로 이 길로? 달리 다른 길은 없어 보인다.

북봉 코 밑에 있는 객잔, 그리고 그 옆 청와대는?
북봉 케이블카 타는 곳이다.

'운대봉'이지 않을까 흘려 쓴 글씨를 짐작만 해 본다.
마라톤 주자들이 도착시 누릴 수 있는 테이핑 통과 의식 같은 건 없지만, 왠지 이 문이 주유를 마친 모두를 위한 개선문 같은 느낌.

중화석

문을 통과하면 재밌는 게 하나 있다.
다른 종류의 물질로 된 돌이 하나 있는데 모양이 중국 땅 모양과 같다해서 "중화석"이란다.

중화석이 있는 자리는 저 아래에서 북봉까지 이어지는 등산로 갈림길.

단촐해 보이는 파란 배낭의 총각이 거친 숨을 몰아 쉬는데 그 뒤로 생수를 비롯 잔뜩 짊어진 아저씨가 동시에 앵글 속으로 들어왔다.
우리에겐 관광지이지만, 저들에겐 삶의 터전인 곳.
정말 정직하게 한걸음 한걸음 걸어서 돈을 벌고 있는 체험 삶의 현장~

그러고 보니 이제껏 한 번도 같이 사진을 찍지 않았던 절친 둘도 어색하게 어깨동무샷 한 컷^^

여긴 뭐 온통 계단 밖에 없다. 케이블카를 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계단의 연속.

성수기에만 운영을 한다는 식당겸 숙소.

늦은 시간이라서일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북새통을 만들고 있진 않았다.
잠깐 줄을 섰다가 이내 안으로 들어선다.

어디나 정말... 중국인들의 상술은 혀를 내 두르게 한다.
바로 앞 케이블카에 몸만 실으면 되는 곳이데도 기념품들을 팔고 있다.
중국의 유명한 그림자 극 인형은 살짝 당기긴 했지만 구매는 참는 걸로...
제일 많이 파는 기념품?은 역시 장검류^^
화산파는 병장기 중에서 검을 주로 사용했다고 하니... 김용선생이 아니었다면 어쩔뻔 했겠는가?

자 이제 다시 도시로, 아니 평지로 내려가자~

북봉 케이블카는 서봉 코스에 비하면 짧기도 하거니와 그다지 무섭지도 않다.
어쩌면 서봉 케이블카의 위험천만한 코스 덕에 간이 부은 건지도 모르고^^

사람 놀리는 것도 아니고...
케이블 라인은 정확하게 등산로 위에 직선으로 깔려있다.^^

화산 북봉 케이블카 종착지와 버스 탑승장. 위에서 보면 좁아터진 협곡에 겨우겨우 끼어 있는 모양새다.

케이블카 승강장에서 버스 정류소까지 가는 길목에 이런 계단이 있다. 바로 등산로의 시작점^^
멀리 하늘을 배경으로 유유자적 왔다갔다 하는 케이블카들 아래를 지나는...

북봉 케이블카 승강장 뒤쪽은 맑고 차가운 계곡물이 흐른다.
흡사 무주구천동 같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티켓 중에서 마지막 티켓을 주고 순서대로 버스에 오르면 오늘의 화산 탐방 전 코스가 끝나게 된다.

다시 서안 화산 여행자 센터.
서안의 지역적 특성상 늘 희뿌연 느낌의 공기가 다시 우리를 맞이한다. 덕분이라 해야하나? 산란하는 저녁햇살이 전 하늘을 몽롱한 분위기로 만들고 있고, 마치 선글라스를 낀 것처럼 필터링된...
태양의 둥근 모습을 오롯히 볼 수 있을 정도다.

여러가지로 아쉬움이 많이 남은 하루.

장공잔도를 갈 용기가 1도 없었다는 점과 대체할 수 있는 드론 운용에 실패했다는 점.
동봉의 하기정에 갈 용기가 1은 있었으나, 아뿔싸 지갑을 아래에 두고 와서 실패했다는 점과 드론 운용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말았다는 점.

이 모든 것을 떠나서 일출과 일몰을 2,000m 고도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걸 알았지만, 일정이 전혀 허락하지 않는 게 제일 속상했다. 중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개인산이 아니라면 산에서의 비박이 자유롭다. 굳이 봉오리마다 있는 비싼 객잔이 아니라도 계절에 따라 정말 비박을 하던지, 아님 텐트를 지고와도 좋을 듯...
고로, 화산은 반드시 무릎 성할 때 다시 한 번 와야만 하는 리스트에 자동 등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