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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서안 09_ 훠궈 & 서봉주(西鳳酒)

2017.9.21

by 조운

화산 동서남북, 중봉까지 다섯 봉오리 종주는 12km.
보통 4시간 안팎의 시간이 소요되지만 우린 중간중간 촬영으로 시간을 더 소모해서 5시간 반이나 걸렸다.
케이블카를 이용하지 않으면 14시간까지 잡아야한단다. ㅎㄷㄷ...

화산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DSLR은 한쪽 어깨에 견착하는 형태라서 걷는 내내 하중이 실렸고,
드론은 아직 가방을 구입하지 않아서 하드 케이스를 손에 들고 다녀야 했다. (화산 덕분에 귀국하고 바로 가방 구매^^)
그래도 서봉, 북봉에서 각각 케이블카에 의지해서 능선만 탄 것에 불과했는데...





여행기간 : 2017.9.20~23
작성일 : 2018.3.21
동행 : with 'J' & '곡s'
여행컨셉 : 워크숍 및 촬영 인스펙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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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서안 시내로 들어오니, 이미 까무룩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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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안은 중심인 종루를 기점으로 세 개의 원이 감싸고 있는 형태로 도시가 발달했다.
이를 가리켜 "3환"이라 부르는데,
고대부터 지금까지 도시의 규모가 방사형으로 커져가면서 자연스레 폭발적인 팽창의 단계를 거친 결과이기도 할 것이고, 시대별로 필요에 따라 외부와의 확실한 경계 혹은 외곽의 순환로 의미로 발달했던 것 같다.
맨 안쪽의 명대성벽이 제 1환으로 지금도 고스란히 남아있다.
재밌는 건, 1환의 생활모습과 2환의, 그리고 3환의 삶과 시가지 모습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
각 환이 다른 도시를 여행하는 듯한 색다른 재미를 주는 것도 서안여행에서 놓칠 수 없는 경험이 된다.

우리가 머무는 호텔은 2환 바깥, 즉 3환 구역이며, 서안의 남쪽에 위치하고 있었다.
화산과 오가는 길에 굳이 복잡한 시내 중심을 통과하지 않아도 되니, 서안여행의 거점으로는 최적지라 할 수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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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 늦게 비행기에 내려, 오전에는 호텔 조식을
점심은 해발고도 2,000미터에서 즐긴 패스트푸드^^
녹초가 된 우리들에게 주어진 만찬은... 훠궈~ ㅎㅎㅎ
드뎌 중국에 온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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훠궈의 중독성은 놀랍다.
이 딴 거 다시 입에 대겠나 싶었던 첫 경험이후, 훠궈를 접할 기회만 주어지면 벌써 입가에 미소가 생기는... 마약이라 봐야 하지 않을까?^^
역시 훠궈의 시작은 개인 양념소스 만들기부터...
물론 아직도 도전하기 힘든 재료들이 많은 지라, 당연히 도움을 받아야만 개인 양념을 제조(?) 가능하지만.
그래서 이번엔 아예 나만의 훠궈 소스 공식같은 걸 완성하리라는 맘으로 거부감 적지만 훠궈의 느낌을 살릴 수 있는 재료들을 담을 때마다 촬영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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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장 : 우리나라 고추장처럼 잘게 부순 마른 고춧가루와 탄수화물의 조합하고는 거리가 멀다. 그냥 고추를 좀 잘게 썰어놓은 것 같지만, 소금으로 절여서 약간 발효가 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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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 소스 : 풍부한 식물성 기름이 맵고 얼얼한 맛을 중화시켜 주기도 하고, 고소한 풍미를 주기때문에 필수로 넣어야 한다. 매운 걸 무서워?하는 사람은 좀 많이 넣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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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갠 마늘을 넣은 기름장과 굴간장소스, 여기에 고명으로 잔파나 또 고추가루 정도 넣으면 된다.

사실 훠궈의 맛이 워낙 강해서 개인 양념을 어떻게 한다고 해도 크게 다르다는 느낌을 가질 수는 없었지만^^. 나쁘지 않은 조합이니 참고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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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골 냄비의 모양새는 조금씩 다르지만 여튼 지리와 매운탕 필의 두 색상 궁합은 어딜가나 비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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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샤브샤브라 부르지 않고 훠궈라 부르는 또 하나의 이유,
얇은 소고기만 데쳐 먹는 게 아니라, 뭐 이런 것까지 싶은... 갖가지 재료들을 빠트려 먹는다. 천엽 정도는 특이한 축에도 못 들지 물론.
뭉텅뭉텅 썰어주는 곳도 있었는데, 여긴 얇게 썬 천엽이 나왔다.
천엽 참 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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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
훠궈에는 당근 백주(白酒)여야만 한다.
특별히 서안지사 부장님이 준비한 술은... 춘추전국시대부터 섬서성의 전통 술로 내려오고 있다는 "서봉주(西鳳酒)".
증류 원천 기술이 아랍에서 몽골을 통해 원나라로 전해졌다는 걸 전제로 하면, 춘추전국시대에는 아무래도 백주-흰색 증류소주 라는 건 없었던 것 같긴하지만... 그래도 1980년대 첫 생산을 시작한 "공부가주"를 공자 집안에서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씨누룩을 이어가는 맛으로 홍보하는 구라에 비한다면야 뭐...

술맛도 느끼기 전에 뒤로 넘어가는 체질이지만, "빠이간(白干)"이 내는 그윽한 향은 참 좋아한다.
더러 독한 술이면서도 강하게 찌르지 않는 것들은 주량도 잊고 과음을 하기도 하고...

"서봉"의 첫 느낌은... 독했다^^. 근데 넘기고 나면 달짝하달까? 독특하긴 했다.
서봉은 전세계 어딜 가도 없는, 특이한 통에서 숙성을 시킨단다.
오크통, 독 등 떠오르는 어떤 것과도 다른... 싸리나무 가지로 역은 광주리 비슷한 통에서 말이다.
싸리로 광주리를 짜서 가지 사이 틈을 종이로 도배를 해 밀봉한다나...
여튼 그런 통 속에서 "6년"을 묵은 놈이 테이블에 올라왔다.
6년이 작은 숫자인가...

6년 전, 이 식당에 모인 사람들 중 저 녀석을 앞에 두고 서로 마주할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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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집 서봉주 중에서 최고 오래된 친구는 15년.
이 친군 금테 둘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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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백주와 얼얼한 훠궈 조합.
아마도 빠이간(빼갈)은 훠궈의 중독성을 가중하는 작용을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주는대로 쭉쭉 들어가게 만드는 놀라운 작용에 주량이 세 진게 아닐까 착각에 빠지고 말았다...
내일 일정은?
일단 나중에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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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하고 나오면서 보니, 우리가 들어갔던 식당 간판은,
"마라공간"
얼얼하고 매운 곳이라... 딱 훠궈집다운 작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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