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9.22
단도직입. 서안 투어의 핵심만 파고 든다.
서안에 와서 아무것도 안보더라도 딱 두 군데, 화산과 병마용을 들르지 않을 사람들이 있을까?
어제 화산등산에 이은 서봉주의 여파로 컨디션 100%는 아니지만, 정신 바짝 차려야한다.
고대하던 병마용과의 첫 대면식이거늘...
여행기간 : 2017.9.20~23
작성일 : 2018.3.22
동행 : with 'J' & '곡s'
여행컨셉 : 워크숍 및 촬영 인스펙션
병마용(兵馬俑).
병사와 말 인형이라...
전세계에서 진시황릉의 병마용을 모르는 이 없을텐데, 기록에만 존재했지 2천년 가까이 잊혀진 채 그대로 땅속에 있던 것이, 비교적 최근에 발굴이 된 것이다.
1974년 우물을 파려던 마을 청년들에 의해서 도기들이 발견되었던 것.
진시황이 즉위하자마자, 자기가 묻힐 자리 공사를 시작해 35년이나 진행하고도 완성을 못 보고 죽었다. 연동원 인부가 70만이고, 함께 순장한 인원 또한 상상을 초월한다는 기록이... 심지어 도굴에 대한 우려 때문에 공사인부들이 마지막 작업을 완료하고 나오는 길을 차단하고 그대로 순장해버렸다고 한다.
그가 죽고 몇 년 지나지 않아 중국 최초의 중앙집권 통일국가 진나라도 패망해 버린다.
한 성격했다 알려진, 초패왕 항우가 진의 수도까지 들어와서 진 왕족의 무덤들을 모조리 파헤치고 도굴해서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다는 설도 있었다고...
그로부터 2,000년 동안 땅속에 이렇게 거대한 무덤이 잊혀질 정도로, 철두철미하게 황릉의 장소를 숨겼다는 것도 신기하지만, 원격 탐사로 밝혀진 전체 무덤의 크기, 부장품이나 순장의 규모 등이 더 큰 놀라움을 주고 있고, 발굴이 실제 진행된다면 전세계의 빅뉴스가 될 거라고 기대를 모으고 있단다.
그가 죽어서까지 자신을 지켜줄 호위 부대를 편성하고 배치해 놓은 게 바로 이 병마용이다.
숙소에서 나와서 어제 화산으로 향할 때처럼 고속도로 톨게이트로 들어선다.
군데군데 이 유명한 세계유산에 대해서 알려주는 푯말이 있어서 절대 길을 헷갈릴 염려는 없다.
아예 진입 톨게이트 명이 병마용^^ 영어로는 '테라코타 워리어'.
兵(Terra), 馬(Cotta), 俑(Warriors)?
각각의 글자에 영어가 같이 붙어있어서 마치 각 글자의 해석처럼 보인다^^
주차장 규모 참 방대하다 ㅋㅋㅋ.
인근 주변 시설들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시 다루기로 하고, 여튼 한참을 들어가야 입구가 나온다.
서안의 지리적 특성상 늘 희뿌연 하늘.
태양이 마치 시황제의 후광처럼... 굽어보는 진시황 석상은 여러 소설과 영화에서 다룬 잔혹하고 무서운 인상이라기 보다는 완고하면서도 온화한 느낌을 준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랄까?
티켓 구매 완료~
아침 일찍 서둘러 왔음에도 역시나 사람들이 많다.
병마용 박물관 입구 앞에는 흰 브라우스에 검은 바지를 입고 휴대용 핸즈프리 마이크를 지닌 여성분들이 많다. 문화 해설 가이드들인데, 문화재청에 고용된 사람들은 아니라고 한다.
등록과 허가를 취득한 이들이고 각국 언어에 능숙한 사람들이라고... 티케팅을 하고 들어가도 이 분들이 계속해서 접근해서 가이딩을 원하는 지 물어본다.
누가봐도 우리 일행이 중국인들처럼 보이진 않는 듯. 어떤 분들은 영어를 쓰며 접근하기도 했지만, 어떤 분들은 일본어로 인사를 건네기도.^^ 코리안이라고 하니 그냥 가더라만은.
우리말을 하는 가이드는 별로 없나보다 했는데, 멀리서 한 명이 달려와서는,
"안녕하세요?"라고...
어제부터 우리를 안내해주는 가이드가 있어서 굳이 그렇게 달려오실 필요는 없었는데...
공항 검문검색대를 방불케 한다.
경내가 아주 넓다. 근데 내 예상과는 좀...
좀 휑하고... 어딘가 인디애나 존스 삘나는 지하동굴 같은 곳으로 들어가는 상상을 했었는데, 고등학교 실내 체육관처럼 생긴 건물이 병마용갱이란다.
1호갱.
1호갱은 입구와 로비 구역, 그리고 병마용 구역으로 나뉜다.
직사각형으로 된 1호갱을 빙 둘러 관람할 수 있도록 회랑이 감싸고 있는데, 우리는 입구로 들어와서 오른쪽 난간을 따라 뒤쪽 출입구로 빠져 나갔다.
건물로 들어서면 로비 중앙을 큰 지도가 차지하고 있다. 전체 진시황릉의 터를 홀로그램으로 표시해 주는데, 전체 규모 중 발굴해서 공개되고 있는 갱은 일부일 뿐이라는 설명.
25번으로 표시된 곳이 병마용박물관.
그럼 진시황릉은?
멀리서 사진을 찍으면 좌측에 25번과 살짝 거리를 두고 있는 이중의 노란 직사각형 보인다. 진시황릉이다.
뒤쪽에 있는 산이 리산인데, 리산이 있는 쪽이 남쪽이다. 즉 서쪽으로는 살아서 살던 함양(서안)이 있고, 남으로는 리산과 그 뒤로 거대한 진령산맥이 장벽 구실을 하고, 북으로는 대평원이 있는 구조다.
이렇게 삼면은 외적이 침입할 여지가 희박한 곳들인데 반해, 딱 한 군데 동쪽이 불안하다.
수없이 많은 가정을 파괴하며, 피로 세운 진나라. 적들의 태반은 동쪽에 있을 터.
그래서 동쪽에다가 영원히 자신을 지켜줄 정예부대를 배치한 것. 토기로 제작해서.
그나저나 무덤의 규모가...
걸어다녀 보니, 병마용박물관도 장난아니게 넓은데, 병마용 박물관은 25번 파란 동그라미로 거의 덮히는 정도의 크기다. 반면에 황릉은... 무덤이 아니라, 거대한 도시다.
외벽에는 서안성벽처럼 4대문도 있다 한다.
노란색으로 채워진 정사각형이 묘실. 묘실이 주차장까지 합친 전체 병마용박물관 크기와 비슷해 보인다.
진시황릉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면 세기의 사건이 될 것.
그는 자신이 영생을 믿었기에 무덤을 하나의 왕궁, 아니 도시로 지으려고 했고 5,000여 개의 인공 지하강을 수은으로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자, 이제 저 문을 들어서면 병마용을 눈에 담아보는 건가?
전방에 사람들이 가벽을 만들어주고 있어서 기대감을 드높이는데...
병마용갱 전체를 덮고 있는 아치형 구조물이 방공호 같은 느낌이다. 입구에서 보던 것과는 달리 규모가 장난이 아니라는...
이거구나!
당시를 호령했던 최고의 진나라 전사부대. 실제 사람 크기의 병용이, 원래 갖추던 진용대로 빼곡하게 도열해 있다. 마치 무슨 열병식 같이.
거대한 공동을 파낸 하나의 갱은 병용이 4열 종대로 늘어서 있고 다시 격벽을 두고 같은 규모로 배치되어 있다.
병용의 머리위, 그러니까 격벽과 격벽 사이는 나무로 대를 만들어서 비어있는 갱을 지탱하고 다시 그 위에 흙을 덮어서 밀폐했다고 한다.
격벽에는 지지대를 올렸던 자리가 그대로 패어 있다.
놀라운 것은 그 얼굴 생김생김, 동작까지 모두 제각각이라는 것.
하나의 틀에서 찍어낸 게 아니라 모두 따로따로 수작업으로 완성했다는 뜻이다.
각각의 병사들은 모두 180cm를 넘는 크기란다. 최정예 병사들, 즉 신체 우람한 장병들만 모아서 죽은 황제를 호위하게 했던 거라는 설명.
덕분에 실제 병사들에게 진흙을 발라 산채로 테라코타로 구워냈다는 설도 있고, 그런 추측을 근거로 만든 소설, 영화들도 등장했다.
전체 갱도를 따라 걸으면서 관람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위치에 따라 각기 다른 병과의 장병들이 배치되어 있어, 그 차이점을 살펴보는 게 관람의 주요 포인트이기도 하다. 머리 장식부터 창이나 활을 쥐고 있지 않았을까 싶은 손가락 모양의 차이까지...
갱은 생각보다 깊다.
세월따라 더 많은 흙이 포개진 것도 있을 지 모르지만, 현재 바닥과 비교해 보면 몇 미터를 팠다는 건지...
꽤 온전한 아재들도 있지만,
이렇게 된 양반들도 부지기수.
일일이 서로 맞는 조각을 찾아 내서 그걸 복원하는 작업은 앞으로 얼마나 더 걸릴 지 알 수 없단다.
인공조명 없이 부분 자연 채광만 있으니, 자태가 더욱 신비롭게 다가온다.
격벽 또한 구워낸 벽돌로 되어 있다.
뒤쪽으로 걸어가다보면 하나씩 조각을 맞춰 복원 작업 중인 공간이 보인다.
어느 정도 복원이 된 앞쪽과 달리 뒤쪽은 형체를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엉켜있다.
겨우 격벽만 어느 정도 복원이 된 채 병마용 조각들이 복원작업을 위해 비워져 있는 갱도도 있고,
저렇게 해서 어느 세월에... 싶은 발굴단의 작업을 그대로 목격하기도 한다.
연신 물을 길어와서 조금씩 뿌린 다음, 촉촉한 상태의 흙을 살살 달래가며 긇어내고 또 다시 물 뿌리고...
하루 종일 해야 몇 센티미터 작업할까 싶은 더딘 과정이지만 2,000년이나 숨어있던 모습을 찾아내는데 이 정도 노력쯤.
더 뒤쪽엔 아직 작업에 들어가지 않은 갱이 있다.
첫 발굴단이 뛰어 들었을 때, 습기가 있는 땅속에 있던 병마용이 갑자기 건조한 공기와 만나면서 채색들이 날아가 버렸다고 한다. 옻칠 코팅이 순식간에 가루로 변해서 흩어지면서 화려한 색상의 병마용들은 지금처럼 흙빛만 남게 되었다고...
지금은 습도에 대한 대책까지 마련, 채색까지 보존하면서 계속 발굴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자, 맨 뒤쪽에는 각자의 자리에서 옮겨져서 완성을 기다리는 아재들이 늘어서 있다.
그래서 이어붙인 자리가 확연하게 보인다. 저렇게 조각조각 난 아재를 어떻게 짜 맞췄을까... 놀랍다.
여기는 각각의 자리에서 옮겨왔기에 병과가 다른 병사들이 한데 모여 있고, 그래서 생김의 차이나 동작의 차이, 갑옷과 머리 모양의 차이를 더 확실히 확인할 수 있다.
그나마 이 아재들은 복원작업을 마치고 안정을 위해 대기 중인 완성체고,
더 안쪽에는 상이용사 아재들이 한 가득 완성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의 오른쪽에는 발굴단이 컴퓨터에 앉아 작업중이거나 미완성 상태의 조각들을 접착하는 작업이 진행중이다.
병용들은 통으로 구워낸 게 아니다. 머리나 손, 몸통을 8개 정도 각이한 샘플로 구워내서 무수한 조합으로 끼워맞춰서 완성했다고 한다. 그 옛날 레고나 파워레인저 같은 합체 신공을 상상했다니...^^
그렇게 완성한 각각의 모습에 머리카락이나 수염, 얼굴의 주름 등 디테일 작업을 추가해서 8,000 병용이 모두 다른 모습을 지닐 수 있게 되었단다.
각각의 조각들 중에서 서로 아귀가 맞는 것을 찾아내기 위해서 3D 스캐닝으로 데이터를 확보하는 작업에 많은 인력과 장비가 투여되고 있다.
이제 겨우 무릎 아래 두 다리만 갖추게 된 어떤 아재의 부품들을 접착하고 있는...
모든 것이 하 세월이다.
아이들과 함께 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을 해 본다. 발굴부터 전시까지의 전 과정을 하나의 갱 안에서 모두 볼 수 있으니...
그게 아니라도 다시 한 번 온면 좋을 듯.
몇 년 뒤에 찾는다면 지금보다는 좀 더 진척된 상황을 볼 수 있을 거 아닌가.
제 1호갱의 비주얼은 상상 이상이었다.
모든 독재자들의 공통점, 다분한 광인 기질.
세상 모든 것을 호령할 수 있는 자리, 그걸 가능하게 할 막강하고 잔혹한 군사를 거느렸던 그에게 그 모든 것을 두고 눈을 감아야 한다는 게 얼마나 불합리해 보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