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9.26
사천식 샤브샤브 즉, 훠궈(火锅)는 입안이 마비가 될 듯 얼얼하고, 죽도록 맵다.
영정구로 다시 돌아와서, 저녁식사로 들른 훠궈집 이름은 "부마부라(不麻不辣, 불마부랄)"!
'마비되지도, 맵지도 않다' 라...^^
좀 부드러운 맛인갑다?... 절대 아니다. 제대로 맵다.
요즘 중국에서 유행한다는 일종의 언어유희, 거기다가 약간의 허세가 담긴 상호다.
"매워? 뭐 이정도 가지고..."
매울수록 제맛인 훠궈, 우리집은 아주 제대로라는 걸 강조하는...^^
왜 사람이 이런 걸 먹지 싶지만, 자고나면 좀더 먹고 잘 걸 하며, 생각나는 맛이 바로 훠궈다.
규모가 아담해서 장가계에서 아는 사람만 가는 훠궈집 부마부라.
백주와 함께 중경식 정통 훠궈 즐기는 맛을 정확하게 배운 곳이랄까?
여행기간 : 2017.9.24~27
작성일 : 2018.5.28
동행 : with 'J'
여행컨셉 : 촬영 인스펙션
점심이라고는 원가계 입구에서 먹었던 KFC 버거가 전부였으니 시간이 지날수록 급격하게 당이 떨어진다. 그게 아니라도 집 나오면 원래 늘 출출한 것을...
장가계의 영정구 중심부라 할 수 있는, 대성산수 호텔에서 약 1km 정도 떨어져 있고,
이강(리수웨이) 에 접하고 있어서 저녁 산책겸 걸어가도 크게 무리가 없어 보인다. 강변을 따라 가는 게 아무래도 찾기가 쉬울 것 같다.
강변을 따라 도착하니 이미 저녁 식사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마치 객잔의 입구같은 분위기. 코너에 있어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가게 안은 참 아담하다.
안쪽으로 휘어져서 테이블이 몇 개 더 있고, 나머지 공간은 전부 주방이다.
앉자마자 맥주부터 내오는... ㅠㅠ
엉? 근데 맥주가 생소하다.
'투보그'라는 덴마크 맥주란다. 충칭맥주에서 생산, 판매권을 받아와서 중국 시장내 점유율 급상승 중이라는 설명.
충칭이라... 중경식 훠궈니까 충칭맥주라는 논리? 일리는 있다. ㅋㅋㅋ
입가심을 위해서 메인디쉬 전에 흡입하기 시작한 투보그의 안주로는, 사장님이 자신있게 내 놓은 땅콩 튀김과 귀하디 귀한 죽순.
입가심 맥주 일순배를 채 마치기도 전에 바로 등장하신 훠궈~
캬, 훠궈 색깔 봐라!
덩달아 술 색깔까지 확 바뀐다. 드디어 백주의 시간.
그제서야 급하게 다들 소스 접시들고 주방 옆에 마련된 각종 소스들 앞으로...
우선, 건더기는 마늘, 고추, 파 그리고 땅콩+들깨 가루 듬뿍~
걸죽한 졸 상태의 이것들이 정확하게 뭔지는 잘 모른다. 물어도 사업상의 기밀이라고... ㅋㅋㅋ
대충 간장 베이스의 양념과 참깨 베이스의 양념 같은 느낌적 느낌이 나는^^
여튼 이것도 적당량을 섞는다.
재밌는 건, 이 드링크 캔을 하나씩 꼭 들고 가란다.
기름이다. 훠궈 소스용 기름.
참기름과 고추기름이 같이 들어있는 듯...
소스 코너 바로 옆이 주방이다. 흘낏 기웃거려본다.
막 우리 테이블로 향할 소고기와 방어 비슷하게 생긴 생선을 내고 있다.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소스를 앞에 두고 앉으면 세팅 끝~
이 소스 접시는 다용도로 쓰인다. 특히 백주(빼갈) 잔으로 딱이다.
육류와 함께 건두부도 나온다.
그리고 처음 먹어보고 완전히 반한 오리 베알(장).
'베알이 뒤틀린다', '니는 베알도 없나?'
할 때의 그 베알? 맞다^^
처음 훠궈를 시식하는 자리에서 오리 식도라고 들었는데, 여튼 식도부터 베알까지의 긴 소화기간 중에 어느 부분 같다.
퉁쳐서 오리의 소화관? ㅋㅋㅋ 맛 있으면 그만이지, 어딘지가 중요한가? 중국사람 다 되었다는...
붉은 물 속에 들어가면 찾기가 난감해서 그렇지, 진짜 맛있다.
하지만 나처럼 이렇게 하나씩 넣어서 먹는 거 아니란다.
바로 이렇게^^
오리 선지.
중국에선 오리 한 마리 잡으면 털 빼고 다 먹는 듯... 오리 골 요리도 본 적은 있다. 자신이 없어서 아직 젓가락을 대 보지는 않았지만... 그 외에 오리혀와 오리목은 접해 봤다. 비주얼과는 달리 맛있는 고급 안주라는 거~
시간이 지날수록 붉은 국물은 점점 검은 색에 가깝게 보이는 건 내 착각? ㅋㅋㅋ
여기까지는 여러 번 접해 봤던 여느 훠궈집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근데,
엥? 이건 마?
역시 술 먹을 땐 마가 최고지~
근데 그냥 날거로만 먹어봤던 마도 바로 끓는 국물행.
그나마 흰 국물에 투하되긴 한다.
그리고 닭 튀김. 튀김 옷에 무슨 짓을 한 건지... 이게 또 별미다. 참고로 중국에서 닭튀김은 우리처럼 관절을 중심으로 절개하지는 않는다. 무거운 칼로 손가락 한 두 마디 크기로 무작위로 쪼개버린다.
그래서 윙이니 봉이니 북채니 하는 용어 따위 의미없다. ㅋㅋㅋ
아무튼 매운 입안을 달래주는데는 튀김이 제일!
맵고 얼얼한 입속을 달래주는 오늘의 화룡점정은 바로 이 녀석.
몽키바나나에 옷을 입혀서 튀김으로 나오는데 맛이 기가막힌다. 그리고 마비되었던 혀가 제 기능을 찾는 마술같은 경험을 하게 해 준다는 거~
이제서야 부마부라의 정확한 의미를 파악한 것 같다.
훠궈는 무진장 맵고 얼얼한데, 요런 것들로 진정시켜 준다는 의미가 아닐까?
입 속은 그렇게 진정제들이 등장하면서 부마부라의 은덕을 입었으나, 문제는 백주~
작은 병이라 안심했더니, 저게 한잔에 딱 들어가고...
건배는 진짜 잔을 말려야 한다는... ㅎㅎㅎ
굵직한 일정을 모두 소화하고 마지막 날 밤이니, 어떻게 핑계댈 방법이 없다.
저렇게 유리컵에 부어 주면 그나마 한 잔에 대한 감각이라도 살아있지만, 시간이 지나자 소스접시를 들고 와서는 거기에 따른다. 소스접시의 원래 생산 용도가 백주 술잔이지 않았을까 싶게, 정말 한 병이 딱 맞게 들어가는 신공을 펼쳐 주신다.ㅜㅜ
삼국지의 주인공들이 무릉도원에서 이런 잔에 각자의 피를 섞어 제를 올리고 의형제를 맺었다면,
우리는 무릉원이 있는 장가계에서 이런 잔에 백주를 따르고 비우는 행위를 반복한다. 의형제가 다 뭔가, 물아가 일체되는 경지가 코앞이다. ㅜㅜ
그리고 어떻게 되었냐고?
이후 기억을 홀라당 지워먹고 말았다. 진정한 물아일체라는 거지~
나 같이 술 약한 이도 훠궈만 먹으면 어떻게 그렇게 백주가 땡기는지...
그래도 내가 가는 도시에서 맛집을 하나씩 챙길 수 있다는 건 불행 중 다행인건가? ㅋㅋㅋ
다음 기회에 장가계에 다시 오게 되도 망하지 않고, 이 맛 이 분위기 그대로 이 자리에 지켜주고 있어야 할 텐데...
혹시 장가계에서 중경식 훠궈와 색다른 요리들을 맛 볼 요량이면 적극 추천.
망하지 않게 많이 팔아주시라~ 내가 아는 맛집 유지 차원에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