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6
여행기간 : 2014.1.26 - 1.29
작성일 : 2016.10.17
동행 : 같이 살아 주는 분과 그녀의 아들들
여행컨셉 : 렌트카+등산
만장굴 여행 팁1, 2
수학여행때나 들르는 굴 속 탐험을 해 보기로 했다. 그것도 석회동굴이 아니라 제주 아니면 만나기 힘든 용암동굴, 만장굴로.
만장굴은 주차장부터 제법 넓은 부지 전체를 공원처럼 꾸며 놓은 곳이다. 우린 시간에 쫒기지 않아서 공원 여기저기를 좀 둘러보고 동굴에 가보기로 했다.
만장굴에 대한 팁을 좀 적어두자면,
#1. 겨울에 찾아 갔다면, 꼭 화장실(여자화장실에도 있는진 모르겠다) 앞의 트리안 꽃 맛을 봐야한다.
둘째 녀석이 급하게 화장실을 찾아서 둘만 다녀왔는데, 화장실 앞 처마에 '트리안' 화분을 길게 달아 놓았더라구.
사진 출처 http://blog.daum.net/jackykang/2957906
요렇게 생긴 녀석이다.
트리안이야 뭐, 가정에서 흔하게들 기르는 종이라 생소하거나 남달리 보이지 않았지만 이곳의 트리안은 특이한 점이 있었다. 시원하게 뻗으면서 하트모양의 잎이 좌우로 달리면서 자라는 것이 아주 근사하다. 근데 잘 죽는다. 물을 좋아하는데, 조금만 물을 안주면 이내 말라서 죽어버린다. 세번인가 도전했다가 세번 다 실패했다. 며칠 씩 출장을 갔다오면 그랬다. 식물, 동물을 좋아하는 둘째가 주로 아빠 대신 살펴보기도 했지만, 지도 이제 공사가 다망하여 자신의 세계에 빠져 있다보면 허기져하는 거실의 화분을 무심히 지나치기도 한다. 출장에서 돌아오면 어김없이 죽어가는 트리안이 발견된다. 한 번 시들기 시작하면 얇은 줄기가 마르면서 뒤틀리거나 휘감아서 남은 애들도 더 견디기 힘들게 만드니 참...
벌초하듯 싹 밀어버리고 나면 더러 새순이 올라오기도 하지만, 그건 춘분 추분 근방에나 가능한 일이었다. 허기야 뭐, 춘분에는 나무젓가락을 꽂아도 순이 난다지 않는가.
사진출처 http://fourtwo.co.kr/
어쨌든 기둥 숫자만큼 하나씩 매달아놓은 트리안은 꽃이 달려있었는데, 언젠가 동생 집에 가서 먹어 본 기억이 났다. 꽃은 반투명에 통통한 느낌이 나는 특징이 있다. 다섯 손가락 모양 풍선같은...
둘째와 하나씩 꽃을 따서는 입에 넣었다.
그래 이맛이야!
통통한 과육같은 꽃은 꿀이 들어있다. 아직 집에서 기르면서 이 꽃을 본 적은 없지만, 언젠가 다시 도전하자고 둘째와 약속을 하고 총총 엄마와 형아가 기다리는 동굴 입구로 달려갔다.
입구는 커다란 구멍이다. 살짝 중간에 꺾인 계단부터는 외부의 빛이 거의 차단되어 깜깜했다.
갑자기 서늘한 느낌과 함께 아직 적응하지 못하는 눈때문에 애들은 설렘반, 무서움 반이었나 보다. 애들은 엄마한테 찰싹 붙어 있다.
#2. 두번째 팁은 굳이 말안해도 잘 알 것 같지만, 만장굴 안에는 할로겐 색온도의 부분 조명이 잘 되어 있어서 가족사진을 찍으면 온화하고 화사한 느낌을 준다. 어차피 동굴 내부 풍경 사진은 구굴링하면 훨씬 좋은 사진들 많으니까, 스팟 조명 아래 우리 가족들만의 멋진 사진 꼭 남기시길...
까딱 잘못하면 귀신처럼 나올 수도 있다는 거^^
용암동굴은 석회 성분이 녹은 물방울이 수많은 세월동안 천천히 기암괴석을 만들어 낸 석회 동굴과는 완전히 달랐다. 분출한 용암이 순식간에 바위를 녹이거나 구멍을 내고 흐르면서 굳어서 만든 순간의 예술에 가깝다. 오랜 세월 퇴고한 명작도 있고, 순간의 아이디어로 3분 만에 뚝딱 만들어진 음악도 있는 거니까. 석회동굴만큼의 화려함은 없지만 액체상태에서 채 더 이상 흐르지 못하고 이자리에 붙박이가 된 바닥과 동굴 벽면은 신비로움을 주기에 충분했다.
관광객에게 개방된 곳만해도 길이가 제법된다. 원래 컴컴하면 많이 걸어도 덜 지루한 법이라 그렇지, 상당한 거리를 걷게 된다. 처음엔 잘 따르던 녀석들은 조금씩 지쳐갔고 우린 넓은 격납고처럼 된 지하 광장에서 미래소년코난의 인더스트리아 지하도를 잠깐 상상하다가 이내 다시 왔던 길을 밟아서,
지상으로 올라왔다.
사려니숲
엄마를 위한 선택지. 사려니 숲으로 갔다.
비자림 등 걷고 싶은 숲이나 유명한 오름이 많았는데, 우리처럼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떠나는 여행족들에게는 이름이 주는 느낌에 끌리기 마련.
"사려니" 이름이 땡겨서 갔다.
가장 짧은 코스를 갔음에도 피곤해하는 우리 아이들.
그런 꼬맹이들을 어르고 달래는 엄마.
숲길에는 우리가 흔히 콩란으로 부르는 기생식물이 커다란 나무를 타고 잘 발달해 있었다. 저 나무는 콩난을 비롯, 이웃한 덩쿨들에게 온몸을 다 주고도 제법 높게 잘 버텨주고 있었다. 공생인지, 기생인지 정확하게 모르지만 정적이면서도 치열한 삶의 현장을 훔쳐보는 느낌으로 한 장 담았다.
우리는 숲에서 거의 사진을 찍지 않았다. 약속이나 한 듯이 별로 말도 없었다. 그냥 가끔 나타나는 산짐승들을 가리키면서 소리치는 아이들 목소리만 잠시 잠시 있었다. 그렇게 가만히 걷기만 해도 좋은 시간이었다.
다 저녁에, 성산일출봉
숙소는 남부 해변가에서 성산일출봉 쪽으로 조금 치우쳐 있는 곳에 있었다. 그래서 우린 모두가 일출만 보러가는 성산일출봉으로 저녁 산책을 갔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직원들도 모두 퇴근하고 입장료도 없는 모양이었다. 우리는 마치 숙소 앞마당인양 느긋하게 한라산을 배경으로 연출되는 저녁놀을 감상했다.
차츰 쌀쌀해지자 슬슬 내려와서는 돔베고기를 저녁 메뉴로 정했다. 맛집이라 소개된 곳들이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심과 그렇다해도 우리 입맛에 딱 들어 맞지 않을 경우도 많다는 생각을 하면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찾아보았다.
우선 차를 몰고 숙소 방향으로 달리면서 검색해 보기로 했지만, 검색을 채 끝내기도 전에 성산일출봉과 섭지코지 사이 바닷가에 있는 식당을 발견했다.
실상 돔베고기는 도마위에 올린 수육 정도 되는 듯 했다. 수육이야 우리 가족들이 모두 좋아하는 것이니... 딱히 이 집 고기맛이 각별했다기 보다는 맛도 그런대로 좋았고, 푸성귀들도 푸짐하고 신선했다. 무엇보다 바닷가의 일출봉을 바라보면서 음식을 먹는 호사가 좋았다. 조금 비싸서 그렇지.
우리가 오늘 제주 도착해서 돌아다닌 거리를 구글맵에 표시해 보았다. 렌트카 덕을 톡톡히 봤네.
대략적으로 동북부를 중심으로 다니자는 예상 일정에 충실했네. 만장굴 입장 제한 시간때문에 산굼부리 바로 옆에 있는 사려니숲을 만장굴 갔다가 와야해서 코스가 정신이 없긴하지만.
우리 숙소에 대해 마눌님은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맘먹고 예약을 했는데, 사진과는 좀 달랐다. 많이 다르진 않으나, 사진 속의 분위기와 실제 분위기는 현격한 차이가...
실은 거의 장사를 접기 직전인 것처럼 별로 관리가 되고 있지 못한 느낌이었다. 화려했던 과거가 있었던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근데 우리 숙소 근방에는 그렇게 쓰다가 버려진 듯한 소규모 호텔, 숙소들이 다수 보였다. 제주가 많은 관광객이 오는 곳이긴 해도, 관광업 특히 숙박에 대한 트렌드는 건물을 오픈하고 수명을 다하는 것보다 훨씬 자주 바뀌는 걸지도 모르는 일.
오늘 찾아보니 아직 우리가 묵었던 숙소가 지도상에 나와있긴 하던데, 침구의 냄새라던가 벽지, 정원 관리 등, 조금만 더 힘을 내면 지금보다 훨씬 만족도가 높은 곳이 될텐데 하는 아쉬움은 있었다.
딱 하나, 바다와의 거리가 얼마되지 않는, 큰 통창과 베란다가 있다는 게 그나마... 새벽녘에 일찍 일어나서 봤던 하늘빛은 모든 것을 상쇄하고도 남았다. 물론 나에게만^^
내일은 새벽 일찍 일어나야 한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한라산 산행을 위해서... 맥주도 한 잔 하지 않고 모두를 강압적으로 일찍 재웠다. 그렇게 제주도의 푸른 밤은 짧게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