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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운 Sep 04. 2018

발리-대만 대가족 여행 12> 사누르 리조트촌의 아침

2018.1.7

본격 여행의 시작, 첫 아침이 밝았다.
어제 밤 늦게 갑자기 어머니가 벌에 쏘여서 퉁퉁 부은 손가락을 움켜쥐고 프런트 카운터에도 가 보고...
여튼 정신없이 왔다갔다 했는데, 왜 또 이렇게 새벽에 눈 떠지는지...
식구들 다 자는데 또 쓰루가이드 혼자 산책을 나선다. 뭐 딱히 할 것도 없고...






여행기간 : 2018.1.4~1.13
작성일 : 2018.8.22
동행 : 대가족 3대, 11명
여행컨셉 : 가족 여행







어머닌 젖은 옷을 널려고 테라스로 나갔다가 벌에 쏘이셨다는데...
어두워서 벌 종류도 모르겠고, 새끼 손가락이 엄지보다 더 크게 부어오르고...
카운터 컨시어지 직원도 소독약만 바르고, 같이 걱정해 주는 것 외에는 딱히 무슨 수도...
자식들 걱정할까봐 어머닌,
"이러다 말겠지. 좀 괜찮아지는 것 같다."
그러시고... 
그렇게 별다른 조처없이 한 두 시간 지나니, 붓기도 통증도 좀 사라지긴 했다만...

밝을 때 테라스로 가보니, 처마에 커다란 벌집이... ㅜㅜ. 

다행히 말벌류는 아닌 것 같았다.

휴~ 어떻게 이렇게 바람 잘 날 없는 여행인지...

 

그러고는 낯선 공기때문인지 일찍 눈을 뜨고 방을 나선다. 푸마 두 마리는 아직 취짐 중^^



우리방은 리조트 레스토랑 바로 앞이다.
여명 속에 아침을 준비하는 직원들만 분주하지, 다른 이들은 아무도 안 보인다.


머큐어 호텔은 발리에 여러 곳이 있는데, 이곳은 메인 빌딩이 따로 없이 전부 이런 식이다. 

이런 걸 헛(Hut)이라 부르는 것 같다. 우리말로 하면, 초가집^^


아무도 없는 로비동 여기저기를 혼자 기웃거린다. 

철저하게 휴양의 목적으로 지어진 곳이라 그런지 휴게 공간도 많고, 도서관까지 있다.


로비동 앞은 발리 중부의 뜨가랄랑 다랑이논을 재현해 놓은 연못이 있다. 

서양인들에겐 물 가득한 논 자체가 볼거리겠고, 그게 등고선을 따라 이렇게 아름다운 곡선을 만들고 있는 모습이 얼마나 경이롭게 보이겠는가.
그래서, 줄리아 로버츠도 '먹고 기도한' 후, 발리에 와선, 그런 논 한 가운데 있는 우붓의 숙소에서 '사랑했'던 거겠지? ㅋㅋ

우리들에겐 남해 다랑이논이 있어서 뭐... 



나선 김에 호텔 밖으로 발길을 잡는다.


너무 일찍 나왔나? 이리 조용할 수가^^


골목 어귀에 이런 차가...실제 굴러갈까 싶은 저런 차들... 좋다.
녹이 쓸다쓸다 저 상태로 100년 가는 게 철판이니... 원래 차색깔이 뭐 였을지도 잘 모를 정도의 낡은 클래식^^카가 운치를 더한다.




길리섬은 아니지만, '윤식당'에서 본 것처럼 홈스테이 빌라들도 많다. 사누르라서 더 많은 지도.


그 중 한 집의 낮은 대문 너머로 슬쩍 내부를 훔쳐본다.

오우~ 마당에 오픈형 테이블세팅도 되어 있고, 작은 풀까지~
그 중 압권은 오토바이. 진정한 발리여행은 오토바이인데 말이지...




발리는 한 집 건너 한 집이 사원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영적인 곳이다.
길을 걸으면서 계속 이런 작은 힌두 상징물들을 만날 수 있다.
TV의 크기가 감동의 크기를 제단할 수 없듯이(예전 코카콜라 광고^^), 사원의 크기가 신앙심을 제단할 수 없다고 그런다. 방, 집 마당, 집앞, 골목 어귀, 거대한 성지까지 곳곳에 있는 크고 작은 이런 것들이 모두 사원이다.



한참 걸어나오니 도로도 조금 넓어지고 가게들이 즐비한 곳에 이른다.


대형 식당들도 있다. 한끼 정도는 이런 곳에서 가족들 만찬을 즐겨야겠다고 체크해 놓고,

30분 넘게 걸어나온 거리를 다시 되짚어 돌아간다.



그때, 머리 위에서 괴성이...
정말 "끼약~" 하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올려다보니, 엥?


어떤 녀석이 날면서 소리를 지른다냐?
그것도 정말 듣기 싫은 괴성을...
저 녀석 근데 어디서 봤는데? 오호~ '리오'~
애들과 봤던 앵그리버드 애니메이션 시리즈 '리오'.
거기서 악당 역할을 하던 바로 그 하얀색 앵무다. 소리만 들어도 딱 그 캐릭터로 뽑힐 수 밖에 없는 운명이겠구나 싶다 ㅋㅋㅋ

동물원에서나 볼 것 같은 저런 앵무가 시가지 위 나무 사이를 오가는...^^
양산의 우리동네 출근길에 흔하게 보는 왜가리, 황로, 백로도 외국인 눈에는 똑같은 감정을 들게 할테지~


앵무에 이어 도마뱀 출현.

도마뱀을 엄청 좋아라 하는 둘째를 델꼬 나왔어야 하는데...


오늘 산책에서 첨으로 마주친 우리 종족이다.^^
발리에선 저런 쯔낭사리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힌두신에게 기도를 올리고 그때마다 저런 걸 바치는 발리 사람들.
이른 아침부터 쯔낭사리를 잔뜩 들고 길을 나선다. 
우리는 과거에 "신과함께" 살던 사람들이었지만, 발리 사람들은 지금도 신과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

 


골목 중간중간 마사지샵이나 세탁소가 있다.

필리핀에선 세탁소에 맡긴 빨래에 얼마나 코코넛향이 강한지, 귀국하고도 한참 향이 지속되었다는... 
그래서 부러 빨래를 맡기고 싶을 정도. 
발리도 그럴란가?



산책후, 가족들과 발리 리조트의 첫 끼니를 시작한다.
그새 사람들로 북적이는 레스토랑.



메시와 호날두로 변신한 푸마 두 마리는 제밥에만 관심을... 밥은 몰겠고, 물에 언제 들어갈 수 있냐고 계속 묻는다. 여긴 메인풀 주변으로 레스토랑 테이블이 놓여있다.
'밥 부터 먹고~'


식사를 끝내자마자 바로 풀에 들어가는 어린 것들을 두고 '모처럼' 마눌님과 아침 바닷가를...
아니 첨인가?
 

스스로 피부 나이와 실제 나이 사이에 큰 간극이 있다고 오해하고 있는 마눌님... 

간만에 아가씨적 한 번씩 보여주던 미소를 흘려주신다.
아, 저 미소가 지금 내 인생을 이렇게...
오해마시라,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한 번씩 웃어주는 순간을 얻는 낙으로 산다...

여행이 끝나고 이 사진을 보신 우리 어머니왈,


니 색시는 아직 가시나네~



그 말을 듣고 살짝 입고리가 올라가는 마눌님의 순간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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