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안약을 처음 넣었던 감촉을 기억한다.
무언가를 눈에 넣는다는 것이 조금은 두려웠다.
눈을 부릅뜨고 넣은 안약이 왠지 뿌듯하기도 했다. 나 이제 안약도 잘 넣을 수 있어라고 생각하며 마치 어른이 된 것 같았다.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에 어릴 적 언니와 침대를 나란히 하고 방을 같이 썼다. 책상도 벽 구석구석 붙여서 또 방을 같이 썼다. 공부방 하나, 침실 하나 이렇게. 그때도 말괄량이였던 나는 언니에게 말을 많이 붙였다. 그중에 제일 많이 질문했던 것이 ‘언니 우리는 어른이 되면 어떨까?’였다.
설렘을 가득 안고 물었던 질문이었다. ‘우리가 어른이 되면 얼마나 좋은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라는 자기 확신이었다. 천진난만한 바람이었고, 유년시절의 해맑음이었다. 언니의 대답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우리 언니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말수가 많은 편이 아니니까. 맞장구 정도 치지 않았을까.
나는 같은 질문을 기분이 내킬 때마다 기분내기용으로 사용했다. 그 이야기를 꺼내면 마치 당장에 어른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스무 살이 어른이라는 것을 알고, 그때가 되면 자율적이고 능동적으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꿈에 부풀었던 것이다. 어리지만 당찬 생각이었다. 골목대장 역할을 하던 키 크고 어딘지 남자애 같은 여자애가 할 법한 생각이었다.
어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