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는 건 하고 싶은 게 없다는 말인지도 모른다. 무언가 하나를 선택해 마주하게 되는 고난과 어려움을 마주하고 싶지 않아서 적당히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로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다. 어떤 어려움이 와도 극복해 내고 말 정도로 좋은 게 없는 거다. 극복할 자신이 없어서 지레 겁먹고 피하는 것이다.
삶의 태도가 비겁한 상태, 한 발은 걸쳤어도 한 발은 언제든 도망갈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으로 지내는 것이지. 사람을 상대할 때 애매한 태도를 보이는 것을 가장 싫어하는 나 자신이 내 인생에 보이는 스스로 애매한 상태. 그래서 그렇게 애매한 상황들이, 사람들이 싫었는지도.
솔직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스스로 숨기는 모습이 이렇게 많다니 난 참 솔직하지 못했던 사람이었다. 날 것으로 이야기한다고, 툭툭 던지듯 이야기한다고 솔직한 사람이 아니었다. 얼마나 나를 모르고 살았을까. 스스로를 속여온 날들이 못내 부끄러워 마음과 얼굴을 붉히지만 이제라도 알았으니 괜찮을 거라고 안위한다. 그 속내라는 것을 내가 다 알아도. 괜찮을 거라고.